아리랑·가야금·판소리 등이 중국의 '국가급' 무형유산이라고?
[유창재 기자]
▲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질의 하고 있다. |
ⓒ 박수현 국회의원실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4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중국이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유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선족 관련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20건, '성(省)급' 유산으로 81건의 한국 유산이 지정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20건은 유네스코 등재 추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며 "이러한 이유로 선제적인 등재 노력이 시급하지만 20건 중 실제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은 아리랑, 농악(農樂), 판소리, 씨름, 김장문화 등 5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미 '널뛰기·전통혼례' 등 7건 삼켜... 한국은 국가유산 지정도 안 해
박 의원실에 따르면, 방치된 우리 무형유산 나머지 15건 중 7건은 유네스코 등재는 커녕 국내 국가유산 지정도 받지 못해 '중국 유산'으로만 지정돼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퉁소음악, 해금, 삼노인(만담), 널뛰기·그네뛰기, 전통혼례, 회갑례, 회혼례 등 7건이다.
이에 박 의원은 "중국의 문화침탈에 대한 안이한 대응은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박 의원실은 국가유산청에 서면으로 '중국이 한국 무형유산을 자국의 것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나, 이에 국가유산청은 "중국이 조선족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목록으로 신청할 경우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국가유산청은 "중국이 한국 무형유산을 자국의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시기를 파악한 자료도, 중국의 문화침탈 행위에 대응한 연구용역도 별도로 수행한 적이 없다"고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 중국이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유산(자료: 국가유산청) |
ⓒ 박수현 국회의원실 |
이어 박 의원은 이러한 국유청의 대응에 대해 "과거의 선례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정부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면서 "문화와 역사의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도 광산'의 경우도 일본 시민단체 '세계문화유산을 생각하는 모임'이 1997년 처음 세계유산 등재 운동을 시작했다. 이어 2007년 '세계유산 잠정 일람표 후보'로 '사도 광산'을 자국 정부에 처음 제출한 이래, 17년간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다.
아울러 일본 정부 및 사도시와 나카다현이 나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도 매우 큰 역할을 했으며, 시민단체의 등록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30년 가까이 공을 들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것 중에 중국은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20건의 한국 유산 중 하나인 '농악무(農樂舞)'를 2009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이후 한국은 5년이나 늦은 2014년에서야 '농악'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늑장 대응' 경험이 있다.
박 의원은 "2009년 중국의 '농악무 유네스코 등재'의 당혹함을 우리가 경험하고도 2024년 현재까지 충분한 고민과 대안 마련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15년 동안 직무를 해태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의 전 국민적 분노가 가시기도 전에, 정부의 심각한 역사·문화 인식의 부재가 다시 확인된 셈이어서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소중한 한국의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는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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