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온라인 가입 '하늘의 별따기'…여전한 끼워 팔기 '걸림돌'

부광우 2023.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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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렉트 계약 13명 중 1명도 안 돼
제 역할 못하는 비대면 비교 플랫폼
다른 상품 함께 팔려는 풍토 '장애물'
규제는 사각지대 탓 '눈 가리고 아웅'
실손의료보험 이미지. ⓒ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을 선택할 때 온라인으로 직접 상품을 골라 가입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13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으로 보험사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 지 벌써 10년이 다 돼가지만, 다른 상품 없이 실손보험만 원하는 고객을 꺼리는 업계의 풍토가 걸림돌이 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끼워 팔기를 금지한 지도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는 제도적 사각지대 탓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규제만 이어지는 가운데, 이제라도 소비자와 보험업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 이뤄진 실손보험 신계약 197만4056건 중 다이렉트 채널을 통한 가입은 14만6828건으로 7.4%였다. 다이렉트 보험은 설계사나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고객이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는 상품을 일컫는 표현이다.

대형 보험사들 대부분 실손보험의 다이렉트 가입 비율이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3대 생보사의 경우 ▲교보생명 0.5% ▲한화생명 3.4% ▲삼성생명 5.8%에 그쳤다. 주요 손보사들의 해당 수치 역시 ▲DB손해보험 2.4% ▲현대해상 3.5% ▲메리츠화재 5.3% ▲KB손해보험 6.1% 등으로 보험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실손보험의 다이렉트 채널 신계약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롯데손해보험으로 42.0%를 기록했다. 이밖에 ▲삼성화재 20.0% ▲흥국화재 14.6% ▲흥국생명 10.1% 등이 두 자릿수 대를 나타냈다.

주요 보험사 실손보험 신계약 중 다이렉트 채널 가입 비율.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실손보험을 온라인으로 가입하기 위한 인프라는 사실 오래 전부터 가동돼 왔다. 201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보험다모아는 실손보험은 물론 ▲자동차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연금보험 등 각 보험사가 판매하는 온라인 상품 가격과 보장 내역을 한눈에 비교·검색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문제는 이를 통해 마음에 드는 보험사와 상품을 찾았더라도 실제로 가입까지 도달하기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나이나 병·치료 이력 등을 이유로 방문 진단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특히 한 두 가지쯤 병력을 안고 있는 고령층에게 비대면 실손보험 가입은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절차를 요구하는 현실은 온라인 실손보험 가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는 실손만 단독으로 팔길 원치 않는 보험사들의 끼워 팔기 관행과 맞물려 있다. 다른 건강·질병보험이나 자녀보험 등에 함께 가입하면 방문 진단 없이 실손보험도 함께 들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이다. 실손보험만 선택하고 싶어 온라인으로 직접 가격을 알아본 고객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지점이다.

역설적인 대목은 금융당국이 2018년 4월부터 실손보험의 끼워 팔기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실손보험은 단독 상품으로만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전까진 실손보험을 보장성보험의 특약으로 포함시킬 수 있어 소비자가 불필요한 상품까지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럼에도 실손보험 끼워 팔기가 사실상 계속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관련 제도에 허점이 있어서다. 혹시나 소비자가 원한다면 다른 보험을 별도의 계약으로 동시에 가입이 가능토록 금융당국이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설계사가 고객들에게 실손보험만으로는 보장이 부족하다며 다른 상품까지 함께 가입하도록 권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보험사들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실손보험만 팔아서는 손실을 면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잠정 집계된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2%로 지난해보다 3.0%포인트 더 올랐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 비해 지급한 보험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값으로,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는 와중, 보험업계의 계속되는 온라인 가입 부진은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이렉트 상품에 보다 차별성 있는 할인을 제공하는 등 실효성 있는 개선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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