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굴욕외교 속 광주서 '강제동원' 고발대회

김형호 2024. 9.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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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행사 앞두고 주관 단체, 피해자 5명 유족 사연 공개

[김형호 기자]

28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발대회'를 앞두고 고발대회에 나설 피해자 유족 5명의 사연이 공개됐다.

26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고발대회는 2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개최된다. 피해자 5명의 유족이 시민들에게 사연을 털어놓고, 전쟁범죄 사죄와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일본을 규탄할 예정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한문수(82·전남 화순)씨.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부친과 생이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한씨 부친의 위패는 아직도 전쟁범죄자들과 함께 일본 도쿄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다고 한다. 한씨 부친은 전남 구례군청 직원으로 근무하던 1942년 11월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됐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문수(82·전남 화순)씨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부친과 생이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한씨 부친의 위패는 아직도 전쟁범죄자들과 함께 일본 도쿄 소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다고 한다.

한씨 부친은 전남 구례 군청 직원으로 근무하던 1942년 11월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됐다. 한씨 부친을 포함해 전남·북에서 동원된 250여 명은 남태평양 트럭섬 소재 제4 해군시설부 소속으로 비행장 활주로 건설 현장에 혹사당하던 중 1944년 2월 브라운 섬에서 사망했다.

한씨는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시민모임에 "할아버지는 아들 전사통지서를 받고 6개월여 만에 화병으로 운명했고, 그의 어머니는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마을 앞에서 돌아오지 않은 남편만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서태석(84·광주)씨. 그의 부친은 1941년 일본 해군 군속(군무원)으로 끌려가 1943년 5월 남태평양 팔라우 섬에서 사망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서태석(84·광주)씨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부친 사연을 털어놓기로 했다. 그의 부친은 1941년 일본 해군 군속(군무원)으로 끌려가 1943년 5월 남태평양 팔라우 섬에서 사망했다.
서씨는 사연을 시민모임에 알리면서 "아버지는 징용을 피하려고 전북 군산에서 처가가 있는 전남 담양으로 급히 옮겨왔지만 강제동원을 피하지 못했다"며 "아버지와의 추억이라곤 서너 살 무렵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박진주(76·광주)씨. 그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생존 피해자였던 부친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일제 만행을 고발할 예정이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박진주(76·광주)씨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참상을 고발할 예정이다. 부친은 폭발 사건이 일어난 귀국선 우키시마 마루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고향에서도 한동안 두문불출한 채 술만 찾고 폐인처럼 지냈다고 한다.
1992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교토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지난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79년 만에 일부 승선자 명부를 우리 정부에 제공해 다시 한번 관심을 불러 모은 바 있다. 그동안 소송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승선 명부가 없다고 발뺌해 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천양기(72·전북 고창)씨. 그는 오는 28일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큰아버지의 사연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천양기(72·전북 고창)씨는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백부(큰아버지)의 사연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원래 징용으로 끌려가는 작은 아버지를 전송하러 나갔는데, 징용 갈 사람들이 집단 탈주하는 바람에 대신 붙들려 가고 말았다고 한다.
천씨의 백부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남편을 기다리던 백모(큰 어머니)도 한국전쟁 중에 사망했다. 천씨는 사망자나 행방불명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정부 위로금 2000만원을 가족 장학금으로 적립해 입학이나 졸업 등에 손주들한테 지급하고 있다. 가족과 민족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박철희(67·전남 해남)씨. 그는 28일 제주도 일본군 해안 진지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해방 후 목선을 타고 고향에 돌아오던 도중 불의의 화재로 118명이 사망한 옥매광산 희생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 놓을 예정이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박철희(67·전남 해남)씨는 제주도 일본군 해안 진지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해방 후 목선을 타고 고향에 돌아오던 도중 불의의 화재로 118명이 사망한 옥매광산 희생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 놓을 예정이다.

해방 후 어렵게 화물선을 구한 광부들이 제주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광부들은 모두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 사건으로 118명이 사망했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가 진실 찾기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일본 아사다화학(주)이나 일본 정부가 제주도에 동원된 광부들의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할 예정이다.

강제동원 3자 변제·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대일 굴욕외교 계속
"윤석열 정부가 제 일했다면 고발대회 개최할 필요도 없었을 것"

시민모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면, 시민단체가 고발대회를 개최할 이유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되는 '대일 굴욕 외교' 속에서 강제동원 피해 유족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불복하는 내용의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를 지난해 강행했고,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들의 피땀이 서려 있는 사도광산을 일본이 유네스코 산업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비판을 샀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2023년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을 무릎 꿇게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친일 뉴라이트 계열 인물들을 정부 고위직에 기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국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2024년 현재 90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 피해자는 2023년 1264명이었으나 불과 1년 사이 360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1000명 아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모임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2024년도 국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의료지원금 지급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쳐 이 같은 사실을 확인, 지난 2월 공개했다.
▲ "사도광산 조선인 명부 확보 및 공개 요청" 민족문제연구소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사도광산 조선인 명부 확보 및 공개 요청 서명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의 실상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1,500여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통과 인권침해의 역사를 이렇게 내팽겨친 한국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이들은 "한국 정부는 외교적 성과를 자찬하는데 몰두하기보다 등재 과정에서 실패한 외교협상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역사의 진실을 봉합한 채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허상을 쫓아 외교 실패를 성과로 둔갑시키려는 꼼수는 언젠가는 밝혀지고 말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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