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직할 체제…‘리테일 AX’ 집중?
신세계가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의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전략실장을 함께 맡았던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을 해제하고, 정용진 회장이 직접 실무를 챙기는 직할 체제로 전환한 것이 골자다. 최근 AI 신사업 파트너십과 관련한 전략 혼선을 정리하고, 정용진 회장 주도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신상필벌 수시 인사’ 원칙 재천명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할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시킨다. (중략) ‘본격적인 재정비’에 앞서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을 해제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4월 29일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경영 혁신을 위해 경영전략실 개편에 착수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세간의 시선은 임 대표의 겸직 해제에 모아졌다. 8년을 연임한 권혁구 전 경영전략실장에 비하면 2년 5개월 만의 ‘빠른 교체’란 점에서다.
업계에선 지난 4월 발생한 ‘AI 전략 혼선’에 따른 인사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세계는 4월 초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했다가 불과 열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고 리플렉션AI와의 단독 파트너십으로 급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의사결정의 난맥상이 정 회장으로 하여금 ‘직할 체제’라는 초강수를 두게 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11월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영전략실이 ‘예측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임영록 사장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서의 역할에 집중,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며 “조직개편 과정을 거쳐 신임 전략실장이 선임될 때까지,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이자 그룹 2인자 자리인 경영전략실장을 공석으로 둔 데 대해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이 줄곧 견지해온 ‘신상필벌 수시인사 원칙’을 대내외에 재천명함과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마트 경영 전략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한 신호로 해석한다. 그동안 이마트의 성장이 오프라인 점포 확장과 부지 개발 등 하드웨어적 자산에 기반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전환(DT), AI 전환(AX)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가 오픈AI와 협업해 고객 정보와 결제 데이터를 공유하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창출하는 등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다”라며 “이마트 역시 선형적 성장을 넘어 알리바바와 G마켓, 이마트와 리플렉션AI 협업 같은 유연하고 빠른 소프트웨어적 의사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의 직보 체제 전환을 두고선 ‘조직 효율화’를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갈수록 빨라지는 트렌드 변화에 맞춰, 그룹의 의사 결정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이는 최근 HQ(헤드쿼터) 제도를 폐지하고 지주사 중심의 강력한 직할 체제를 구축한 롯데그룹의 행보와도 유사하다. 그룹 총수인 정용진 회장이 직접 현안을 챙기며 실행력을 높이는 ‘친정 체제’ 강화의 일환이란 얘기다.

정 회장 친정 체제로 리테일 AX 가속
신세계 경영전략실의 시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될 당시 삼성의 비서실 체제를 참고하면서도 유통 전문 기업에 맞는 유연함을 갖추기 위해 설계됐다. 중점적인 역할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독자 경영 기틀 마련 및 계열사 행정 지원을, 2000년대에는 이마트의 공격적 확장과 신사업 다각화를 주도했다. 2010년대에는 의사결정 슬림화 및 부문별 전문 경영 체제를 뒷받침했다. 2020년대 들어선 유통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 회장이 직접 등판하며 경영전략실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2023년 조직 개편 당시 50여명이었던 경영전략실 소속 인원도 최근 100여명으로 두 배가량 훌쩍 커졌다.
신세계그룹 조직도에 따르면, 현재 경영전략실은 총 10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재무·경영진단·클러스터(사업군)를 담당하는 ‘경영총괄’과 인사·법무·글로벌을 맡는 ‘경영지원총괄’이 주축이다. 아울러 대외협력본부, 감사팀, 총무팀, 운영팀, 기획팀, EP(의전팀), TF(태스크포스) 2개 등이 포함됐다. 단순히 계열사 간 업무를 관리, 조정하는 지원 조직에서 나아가, 전략을 제시하고 일하는 조직으로 강화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정 회장 직접 등판과 조직 확대 개편을 통해 AI 신사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리플렉션AI와 협업을 통해 상품 소싱,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6개 부문에서 AI를 접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유통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면 고객이 ‘가장 원하는’ 상품을 ‘제때’ 찾아 공급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 사는 최고 경영진이 한미 양국을 오가며 소통하고 있고 실무진 역시 정례 화상회의를 통해 사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력용량 250㎽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엔비디아 투자를 받은 리플렉션AI를 통해 AI 데이터 센터의 핵심 설비인 GPU를 확보, 전력 용량을 순차적으로 늘려가며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당면 과제는 ‘본업 강화’
홈플러스發 경쟁 완화 기대
정용진 회장이 직접 키를 잡은 경영전략실 앞에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본업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5월 7일 기준 이마트 시가총액은 약 3조원. 약 10조원에 달했던 8년 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7000을 넘기고, 백화점 사업을 하는 신세계 기업가치도 과거 고점을 회복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외부 환경 변화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일단 오프라인에선 홈플러스 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 완화 수혜가 기대된다. 이마트의 1분기 기존점 성장률은 2%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회복세를 지속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는 홈플러스의 점포 폐점 등 반사 수혜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일시적 개선이 아니라 업태 내 경쟁 완화에 기반한 구조적 개선일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탈팡’ 사태에 따른 쿠팡 대체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대와 달리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쿠팡의 반사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쓱닷컴 영업손실은 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9호(2026.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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