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탈북할수도"…1만명 파병설 김정은의 '위험한 베팅'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측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러 밀착 셈법’도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외화벌이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측면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규모 인력 송출이 자칫 북한판 'MZ 세대(2030세대)'의 무더기 탈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김정은으로선 외화벌이를 위해 체제 이완을 감수하는 ‘위험한 베팅’을 시도하는 셈이다.
17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우크라이나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러시아와 지난해 9월 인력 교류 협력을 강화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선에 약 1만 명의 군 관련 인력을 송출했다. 다만 이는 전투·군수 분야 병력 뿐 아니라 민간 근로자, 유학생 등 '비자 세탁'을 통해 입국한 이들을 합한 규모라고 한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 "북한군의 참전이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참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북한군 파병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을 인용해 러시아가 ‘부랴트 특수대대’ 등에 북한군 약 3000명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해외 노동자 송출은 북한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올해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이를 통해 연간 7억5000만~11억 달러(약 1조 382억~1조5227억원)를 벌어 들였다. 대부분 국가에선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인을 돌려보내고, 중국에서조차 최근에는 신규 비자 발급마저 제한하자 김정은은 러시아로 눈을 돌려 ‘한탕’을 노리는 셈이다.
이는 전쟁 중 전투 및 재건 인력 부족으로 골치를 앓는 러시아와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속도를 내고 있지만, 김정은에게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체제의 내구성도 예전만 못 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 자체가 체제 균열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한군의 주력은 1990년대~2000년대 태어나 실제 전투 경험이 전무한 시장 친화적 세대"라면서 "자신들이 벌어 들인 외화가 북한 정권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들이 불만을 품게 되면, 북한군 내부 균열은 물론 체제 침식까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해외 파견 인력은 북한 내부에서도 출신 성분과 사상 검증 등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일단 해외에 나가면 외부 세계 정보를 북한 내부와 같이 철저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북한군 18명이 쿠르스크주·브랸스크주 경계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측이 탈북민을 지원하던 한국인 선교사를 구금하는 등 통제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북한 당국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자유로운 외부 문화에 물든 파견 인력이 북한으로 복귀했을 때의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장기적으로 떠안아야 할 체제 내 균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北, 우라늄 시설 등서 핵탄두 80~200기 추가 생산 가능"
한편 북한이 핵탄두 최대 200기를 추가로 생산해 보유 핵탄두 수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왔다.
16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연간 중·단거리 핵탄두 80~200기를 더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과 북한 국영 언론 보도, 위성 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한 결과라고 한다. 앞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올해 1월 북한이 이미 80~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선에 공급한 122㎜ 지대지 사거리 연장 포탄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선전 영상에 등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헤즈볼라의 텔레그램 선전 채널에 북한이 공급하는 'R-122 HE-FRAG 로켓'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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