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철인에 도전하는 오지환의 원대한 꿈 - 오지환 인터뷰 ②
- 오지환 시그니처, '벤트 레그 슬라이딩 백핸드 캐치'를 말한다.
- 이제 '나의 것'을 정립하고 싶은 타격 이론에 대해
- 김하성, 에드먼이 합류한 2023 WBC 대표팀에서 자신의 역할
- 다년 계약과 함께 새롭게 수립한 목표
오지환 인터뷰 ① 에서 이어집니다.
수비에 관한 이야기에서 오지환 시그니처인 3-유간 ‘벤트 레그 슬라이딩 백 핸드 캐치’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 동작은 현재 KBO의 젊은 유격수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는 동작이가도 하다. - 말이 너무 길어서 영상을 첨부했다. 아래 영상은 팀 동료였던 윤지웅 전 선수가 운영하는 훈련장에서 수비시범을 보이는 영상인데 영상을 플레이하면 바로 나오는 그 동작이다. 아마 여러분도 보시면 '아! 이 동작!' 하실 듯 하다.
"그 동작도 사실 류지현 감독님이 코치시절 가르쳐 주신 동작이예요. 잡동작을 없앤 기술이죠. 유격수가 백핸드로 잡는 위치에서 1루까지는 내야에서 송구 거리가 가장 긴 위치란 말이예요. 그렇다면 거기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잡자마자 빠르게 던지던가, 아니면 잡고 힘을 모아 강하게 던지던가. 잡자마자 빠르게 던지면 송구는 좀 약하겠죠. 반면에 힘을 모아서 강하게 던지려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테고요. 힘이라는 것이 그냥 서있는데 모아지지는 않아요. 몸을 응축했다가 펴야 힘이 생기죠. 저도 처음에는 저 두 가지 방법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빠른 주자가 나올 때마다 부담이 되는 거죠. 잡아서 빠르게 던지자니 실책이 나올 것 같고, 힘을 모아서 강하게 던지자니 이미 주자가 지나갔을 것 같고요. 매번 압박이 왔어요."
그 압박을 류지현 당시 코치와 함께 해결했다.
"처리하기에 먼 타구를 따라가서 반 슬라이딩을 하면서 잡고, 거기서 일어서는 탄력으로 운동에너지를 일으키는 거니까 힘을 모으는 동작을 생략할 수가 있었죠. 이 동작 자체가 상하로 움직이면서 힘을 모으게 되니까요. 이 동작을 하면서 제 자신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사실 류지현 감독님이 현역 시절에 스텝이 좋으셨잖아요. 본인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어깨를 커버하기 위해서 취했던 동작이라고 하셨어요. 발로 시간을 벌었다고요. 저도 이 동작을 배우고 또 제 것으로 만들고 나서 수비에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동작은 제 기술이기도 하고 저에게 수비의 여유를 주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류지현 전 감독은 보직을 바꾸고 나서도 오지환 선수에게 수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코치 보직을 마치고, 작전코치도 하시고, 수석코치도 하셨는데 담당 파트를 바꿨다고 저와 인연을 딱하고 끊지는 않으셨어요. 작전코치를 하실 때도 가끔씩 제게 조언을 주셨고, 수석코치 때도 제가 좀 안 좋아 보이면 말씀을 해 주셨어요."
자신을 대표하는 동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신바람이 났다. 더 캐묻지 않아도 타격에 대한 이야기로 본인이 화제를 전환했다.
"강타자들을 보면 자기 것이 있다고 하잖아요. 확실한 자신의 타격이론이요. 저희 팀에 박용택 선배나 이병규 코치를 보더라도 확실한 자신의 이론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지난 13년 동안 '자기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컨디션에 따라서, 감에 따라서 타격을 한 거죠.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타격이 되는지는 머리로는 알아요. 그리고 3할을 쳐본 적도 있기는 한데(2020년 0.300) 그건 제가 그 시즌에 속구위주로 타격을 한 게 잘 먹혔고, 볼카운트 싸움 잘 됐고, 투수들에 대한 전력분석에 따라서 제가 대응을 했던 게 먹였던 거고요. 올해는 타율은 2할 6푼대에 홈런 스물다섯개를 쳤는데요. 첫 두 달은 정말 안 좋았어요. 그 와중에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제가 지난 13년 동안 온갖 타격품 다 해봤거든요. 그 타격폼이라는 게 제 느낌, 감이랑 맞는다 싶으면 좋은 게 한 사흘 가요. 그리고 또 안 맞는 사흘이 오고요. 그런데 지난 시즌 후반에 뭔가 감이라는 것이 왔어요. 제 말이 일리가 있는 말인지 캐스터님도 한 번 들어보세요."
오지환은 다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시즌 후반 알게 된 점들에 대해서 상세한 동작과 더불어 설명을 이어갔다.
"타격 이론가들의 현대의 타격 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손의 탑 위치, 몸의 꼬임, 회전을 통한 타격으로 요약을 할 수 있어요. 이론은 알아요. 머리로는 알고 있죠. 그런데 공이 시속 150km짜리가 날아오는데 그 공에 어떻게 그런 이상적인 자세와 동작을 만들어내서 공을 맞출 수가 있겠냐고요. 그래서 저는 그 반대로 생각을 해봤어요. 자연스럽게 꼬임을 만들어 보자. 저는 투수를 향한 시선을 조금 더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공간을 만들고, 몸이 스윙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몸에 꼬임을 줄 수 있도록 해본 거죠. 이미 꼬여 있기 때문에 회전을 해서 배트가 공에 맞으면 좋은 타구들이 나오더라고요. 생각보다 더 날아가는 타구가 나왔어요. 저는 정확하게 치려고 손의 탑 위치도 내렸는데 오히려 비거리가 더 나왔던 거죠. 많은 분들이 그걸 그냥 손목의 힘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시야를 살짝 돌리면서 나온 효과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고 꼬임을 만들어낸 효과인 거죠. 거기에 고개도 살짝 기울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게 지구 자전축이 기운 것만큼(23.5도) 고개를 기울인 것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깊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이어지는 설명부터다.
"메이저리그도 챙겨보는데 팔로우까지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장 완벽한 타자라고 하는 마이크 트라웃 같은 경우도 타격의 순간까지는 가장 빠른 궤도로 내려오지만 팔로우 때는 팔이 펴지지 않고 그대로 굽혀져요. 그럼 트라웃의 스윙은 나쁜 스윙인가요? 소토도 비슷해요. 그럼 소토도 나쁜 스윙인가요? 아니잖아요. 저는 그래서 제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사람의 몸통 앞 즉, 타격이 이뤄지는 순간의 대략 1m 가량에서의 궤도라는 것을요. 팔로우는 그 뒤에 따라오는 동작이라는 거죠."
매우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는 SBS Golf 박지은 해설위원의 골프스윙의 이론과도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퀸 박지은 위원은 골프 스윙에 있어서 중요한 구간은 '공 앞 30cm, 공 뒤 30cm'라고 강조한다. 그 구간에서 클럽헤드를 똑바로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 앞뒤의 동작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앞뒤 동작들은 각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필자는 박지은 위원의 골프스윙 이론을 오지환 선수에게 전해줬다.
"정말 비슷하네요. 그러면 제 이야기도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살짝 안심입니다. 꼭 내년부터 좋은 기록을 만들어서 정말 제 이론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시즌의 좋은 경험들이 앞으로 제 야구에 큰 도움을 줬으면 하고요. 은퇴하기 전까지 타율을 2할 8푼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데 제가 올시즌 후반부에 느낀 점들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13년 동안 그 많은 경기에 나왔는데 아직도 삼진 매 시즌 100개, 130개씩 먹는 타자가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는 꼭 마음에 드는 성적을 만들어서 자신이 떳떳하게 본인의 노하우를 여러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가 주장이라는 자리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에 대한 오지환 선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주장이랑 어울리는 건 잘 모르겠는데 제가 선수들 앞에 나서고 그런 것은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요. 사실 주장을 하면서 제가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죠. 은성이, 형종이형, 천웅이형 전부 제 또래였고요. 다 저와 1,2년 차이였으니까요. 이 형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현수형이랑은 저랑 3년차이가 나는데 현수형이 준 도움은 더 말할 필요도 없죠. 이 형들이 다들 야구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형들이니까 윗쪽은 제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후배들만 큰 틀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했죠. 다행히 제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관찰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고요. 주장을 맡고는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오지환이 주장이 되고 팀에서 처음 시도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 시도가 큰 성과를 보였다고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같이 야구를 하는 사이인데 투수조와 야수조가 너무 따로 다니는 거예요. 저는 궁금한데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도 없고요. 그래서 경기 전 미팅이나 시상식 같은 행사들을 할 때 투수조, 야수조를 한데 모아서 진행을 했어요. 그리고 발언 기회를 주는 것도 고참들 말고 어린 선수들 위주로 말을 하게 했죠. 민호, 윤식이, 우영이, 영빈이 다들 오늘 경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던질 건지 짧게라도 한마디 듣고 경기에 들어갔죠. 야수들도 오늘 투수의 공략 방법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했고요. 사실 투수는 야수의 생각 잘 모르고요, 야수들도 투수의 생각을 잘 몰라요. 짧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경기 전 미팅이 좋았어요. 경기 전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면서 경계를 허물면, 긴장감과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경기 전 관중이 입장한 상태에서의 투수, 야수 통합미팅은 팬 서비스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의 미팅은 야수 위주였고요. 투수들은 따로 했어요. 그런데 관중들이 야수들만 보러 오신 게 아니잖아요. 우리 보러 오셨는데 경기 전에 잠깐이라도 투수, 야수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선수들한테 부탁해서 미팅 끝나면 관중분들 계신 쪽으로 손도 흔들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주장 오지환은 이제 WBC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의 합류로 대표팀 내에서의 입지는 트윈스에서와는 매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오지환의 생각도 궁금했다.
"제가 인정이 빠르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대표팀에 뽑힌 것만 해도 영광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30명 안에 들어간 거니까요. 그 다음은 우리 대표팀이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한 거죠. 만약에 갔는데 경기를 못 나가게 된다면 못 나가는 대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프로입니다. 대표팀은 제가 경기를 뛴다 못 뛴다고 따질 곳이 아니거든요. 이게 프로고 또 대표팀의 일원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김하성 선수는 메어저리거고요. 인지도도 저보다 높죠.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보다 위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정이 빠르다니까요. 만약에 제가 '하성이 백업하기 싫어. 배 아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안가는 것이 맞아요. 지금의 오지환이 있는 것도 제가 국가대표였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번 대표팀에서도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경기 후반 대타가 될 수도 있고, 대수비가 될 수도 있겠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 됩니다. 만약에 선발로 나가게 되면 또 선발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뛰면 되는 거고요. 저에게 대표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제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거고, 대표에 선발된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이기면 좋은 거죠. 그런 대표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대표팀에서 딱 중간이예요. 파이팅 열심히 외치겠습니다."
김현수, 박병호, 양의지, 최정 등등 우리 리그를 대표하는 이름들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포부를 밝혔다.
"타격기계 김현수, LG의 심장 박용택, 이렇게 선배님들은 이름 대면 딱 하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오랜 시간이 난 후에 철인으로 불리고 싶어요. 그 별명이 최태원 코치님의 별명이기도 한데요. 저도 철인이 되고 싶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제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제 목표만 이뤄진다면 박용택 선배의 최다출장 기록(2237경기)은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1600경기 조금 넘었거든요."
오지환은 현재까지 1624경기를 출전하고 있고 남아있는 7년의 확정 계약기간 동안 90경기가량만 출전해도 박용택 해설위원의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
"한 시즌 130경기씩 나간다고 하면 2400경기, 그리고 제가 만약에 또 인정받아서 마흔살까지 뛸 수 있다면 2500경기 출전도 가능합니다. 평균 100안타를 친다면 2000안타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현재 1466안타) 그리고 박용택 선배님이 해설하면서 강조하시는 250-300(홈런-도루, 현재기록 146-240)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선수는 곧 건강해야 하고, 많이 나가야 하고, 튼튼해야 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경기를 하다가 작은 부상에 호들갑 떠는 선수들 보면 좀 안타까워요. '저게 진짜 아픈가?' 생각도 해보고요. 같은 운동선수로서 이런 생각을 해요. 안 아프고 오래 뛰어야 기회가 주어지는 건데. 몇몇 FA 선수들이 먹튀 소리를 듣는 이유도 안 나가서 그런 경우들이 있어요. 계약 이후에 몸 관리 실패해서 아파서 못 나오는 경우죠. 만약 계약을 했는데 한 시즌을 부상 없이 출전하면서 완주를 한다면 그건 일단 할 수 있는 도리는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따라오는 성적은 받아들이면 되는 거고요. 성적이 밑바닥이라면 감독님이 안 쓰시겠죠. 그러면 출전을 못하고요. 팬들이 먼 훗날에 '아. 오지환! 그 선수 정말 경기 많이 나왔지.', '오지환은 어떻게 돼도 경기에 나왔어. 공에 맞고도 나오고, 뼈가 부러져도 나왔어.' 사실 지금까지도 그러기는 했어요. 선수는 몸이 자산이라는 이야기 있죠? 앞으로 그 이야기를 저를 두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경기에 많이 나와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는 오지환은 2024년부터 6년의 다년 계약으로 실질적으로 원-클럽 맨을 예약했다. 이 의미는 그에게 뭘까?
"사실 저도 한 팀에서 커리어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는 것에 대해서 상상도 못했죠. 많은 선수들이 꿈을 꾸는 건데. 정말 그걸 하는 선수는 많지 않거든요. 이제 한 직장에서 20년을 보장을 받게 된 건데요. 그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큽니다. 그냥 직장인들이 한 직장에서 20년 다니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매년 경쟁을 통해서 계약을 해야 하는 프로야구라는 이 험한 세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받고 한 직장에서 20년 동안 일을 한다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이건 정말 제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죠."
자기자신에게 하는 칭찬은 이랬다.
"지환아! 너 정말 잘 버텼고, 잘 살아남았어. 여기까지 잘 왔다"
그리고 6년 장기계약이 또 그에게는 새로운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기간 동안 우승은 가장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우승 꼭 하고싶습니다. 그리고 보장금액 이외에 옵션도 있잖아요. 그 옵션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느냐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옵션이 저에게는 새로운 목표입니다. 저는 앞으로 6년 동안 그 옵션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할 거예요. 만약에 그 옵션을 충족시킨다면 또 구단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겠죠? 그러면 마흔 살 시즌에도 또 1년이나 2년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에 전액보장이라면 이런 새로운 목표는 세우지 못했을 거 아니예요. 그래서 이런 목표를 세울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합니다."
원래 30분을 약속했던 인터뷰는 시간을 훌쩍 넘겨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서로서로 시간이 이렇게 지난지 모르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생각을 들었고 그 덕분에 잠실의 철인을 꿈꾸는 오지환의 미래를 옅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장기계약을 축하하는 전화와 문자는 계속 쏟아졌다. 헤어지면서 갑자기 궁금했다.
"혹시 최근에도 경기고등학교 앞 고층아파트 집값 확인한 적 있어요?"
"네. 그런데 아직도 전 거기 들어가기 어렵겠던데요? 대체 누가 거기 사는 거죠?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할까요?"
글 -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