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온 초등생 학부모들은 왜 다시 돌아갔나
[강창석 기자]
"우리 학교에 제주 토박이 자녀들은 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엊그제 마을을 방문하다가 만났던 모 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의 말이다. 이 학교는 중 산간 마을에 있는 학교로 주민이 많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도 없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로 학교의 존립이 걱정되던 학교다.
마을 차원에서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마을에서 돈을 모아서 학부모를 유치하기 위한 공동주택을 지었다. 초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학생들을 마을로 불러 모았다.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학생 수가 더는 감소하지 않아서 학교 존폐의 문제 얘기는 없다.
그러나 매년 입학생의 수에 따라서 학교의 존립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터라 학교의 경쟁력은 늘 확보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학교와 학부모의 노력으로 이제는 학부모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요새 교육청에 돈이 많은가 봐!"
갑자기 아침 식사 자리에서 아내가 하는 말이다. 아내 지인의 자녀가 교육청에서 보내주는 해외 연수를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제주도 세금으로 애들 잘 해주면 뭐 해? 대부분이 육지 아이들이라 6학년이 돼서 졸업할 때가 되면 모두 고향으로 가버린다는데."
이게 아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았다.
올해 초 마을 교육활동가 교육을 받을 때, 농어촌지역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한 말이 있다. 마을마다 차이는 있지만, 농어촌학교에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의 비중은 20~30%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이 이주민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다.
제주 토박이 부모들의 자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제주도에서 제주시의 인구 쏠림 현상은 가히 기형적이다. 올해 9월 현재 제주도 주민등록 인구는 67만 1064명이다. 이중 제주시 인구는 48만 8844명으로 72.8%, (구) 제주시 동(洞) 지역 인구는 37만 6521명으로 56.1%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제주시 동(洞)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선호하는 문화시설이 제주시 동 지역에(洞) 편중된 결과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농어촌지역의 생산 가능 연령 인구이자 학부모들은 대부분 동(洞)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생활 문화 시설이 많아서 본인들이 생활하기 편한 곳,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기에 좋은 지역을 찾아 나선 것이다. 농촌에서 가끔 보이는 젊은이들도 실제 거주지는 동(洞) 지역인 경우가 많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출퇴근하는 것이다.
결국, 농촌에는 나이 든 어르신들만 남게 된다. 이는 농촌 일손 부족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하위 연령 계층이 없는 기형적인 농촌 마을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학교로 보자면 학생이 없게 된다. 학교의 학생 수는 자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고, 농어촌 지역의 학교 통폐합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도내에서는 1992년 이래 24개의 초등학교, 3개의 중학교 총 27개교가 폐교되었다.
마을로 보자면 학교는 마을의 중심이다. 중소 규모의 농촌 마을에서 학교는 유일한 공공기관일 때가 많다. 행정기관이기에 마을에 부수적인 여러 가지 낙수효과들이 있다. 학교는 마을의 오래된 정신적 지주다. 교명은 보통 마을 이름을 단다.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동문을 만나면 마을 이름을 거론하게 되고, 그 마을이 존재함을 입증하게 된다. 그러기에 마을에서 학교는 마을의 존재 이유이자 정체성이다.
학교는 마을에서 가장 큰 장소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다. 모든 마을 행사의 중심은 학교다. 예전 학교 운동회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는 마을 전체의 축제였다.
마을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여러 가지 상업적 활동이 전개된다. 학교 주위에는 학원, 문방구, 분식 가게, 놀이방 등이 생긴다. 학교와 학생이 있음으로써 일어나는 여러 가지 유통과 서비스 활동이 있다. 학교는 마을 경제를 일정 부분 담당하는 기능도 한다.
학교 살리기 운동
|
|
| ▲ 학교살리기 운동으로 지은 납읍리 공동주택인 금산학교 |
| ⓒ 강창석 |
|
|
| ▲ 동화속 건물 같은 더럭국민학교, 이제는 관광지가 되었다. |
| ⓒ 강창석 |
이런 행정당국과 마을의 학교 살리기 운동은 때마침 불기 시작한 제주 이주의 바람과 맞물려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인위적으로 추진한 일이라 부작용도 있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부담으로 편리한 거주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노력은 했으나, 막상 마을에 들어와서 혜택을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마을에 동화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입주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거나 위반함으로써 마을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있다. 초등학생인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친구들과 정을 붙이고 생활할 만하니까 다시 이주를 가버리는 학부모들도 있다. 애들이 헤어지면서 울며불며 난리를 친다고 한다. 어른들의 섣부른 욕심에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마을의 공동주택에서 거주할 권리는 상실한다. 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초등학생이 있는 주민들한테 입주권이 보장된 주택이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생활 환경에 대한 학부모들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농어촌지역에 이주해 온 학부모들이 선호할 만한 중학교, 고등학교는 없다. 눈높이에 맞추려면 동 지역으로 이사와야 하는데 거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를 마칠 6학년 말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졸업하기 전에 전학을 가야 중학교를 배정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제주에서 학교에 다녔지만, 졸업장을 가지고 가는 아이는 드물게 된다. 이런 이주민과 학생을 보는 제주 마을의 정서는 "언젠가 갈 사람"이다.
제주는 누구를 위한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제주도는 제주의 장기적인 발전과 지속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주가 길러낸 인재들이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학생이 서울을 비롯한 육지부의 대학으로 진학한다. 각종 장학금을 주고, 여러 가지 교육 편의 시설을 제공하지만, 졸업하고는 직장과 일터가 있는 육지부에 정착한다. 그러고는 퇴직할 때까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주가 고향인 인재들도 돌아오지 않는데 누가 제주로 들어오겠느냐는 자책성의 말도 한다.
제주의 재정 자립도는 낮다. 고액의 세금을 내줄 기업이나 법인들이 없다. 그런데도 제주는 인재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제영어 도시를 만들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유명한 외국계 학교를 유치했다. 전국적으로 인재를 모아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제주에 남지 않는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자고 마을과 행정, 교육청이 온몸이 되어 큰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에는 제주에 남지 않는다.
제주의 인재를 키우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의 인재를 키운다고 생각하라고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주도민으로서는 수긍할 수는 없는 말이기도 하다. 제주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고, 정부의 국고보조나 재정지원이 그런 면까지 고려해서 제주에 적정하게 배분해 주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제주의 교육환경에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답이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제주 이주 행렬에는 30~4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입 인구도 많았지만, 전출 인구 역시 많다. 사회 구조상 30~40대면 학부모들이다.
자녀가 있으면 이사를 피하려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고 있다. 그 정도로 제주의 교육 환경은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이전의 교육환경은 매력적이지만, 그 이후의 교육과 거주 환경은 제주를 떠나야 할 정도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주에서 좋은 교육 환경을 경험한 후, 그 혜택을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제주에서의 교육 환경은 제주 이주의 열풍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이주민 유출이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교육 환경의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제주의 학교에는 누가 있는지, 그리고 좋다고 찾아왔던 그들이 왜 떠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 이주의 열풍 한가운데에는 학교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암환자들이 병원에서 나와 가는 곳... 참으로 스산하다
- "검찰 1시에 온다고 했다"...압수수색 시간 알고 있는 국힘
- 대통령실 1호 기자들이 자초한 '무례 발언' 치욕
- 장예찬 "한동훈 배우자, 맘카페에서 여론조작"
- 가습기살균제 해법? "진심 아니면 어떤가, 흉내라도 내게 해야지"
- 국제플라스틱 협약 회의장에 일회용컵? 공간 부족 논란도
- [단독] 한국어강사에 "주휴수당 포기 합의" 요구한 건국대
- '모닝빵 개구리버거 만들기', 3시간 수업하고 자격증?
- 멸종위기종 있는 곳에 '신데렐라 배' 띄운 세종시
- [오마이포토2024] 흰 눈 덮인 경복궁, 알록달록 관광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