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실수? ASML 가이던스 하향에 반도체주 급락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반도체 지수 급락 여파로 전날 사상 최고가 기록을 반납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공급업체인 ASML 실적 전망치를 전격 하향한 여파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현지시간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59포인트, 0.76% 내린 5,815.26, 나스닥은 187.10포인트, 1.01% 하락한 1만 8,315.59를 기록했다. 다우존슨 산업평균지수는 주요 종목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어닝 쇼크가 더해져 324.80포인트 0.75% 내린 4만 2,740.42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VIX 지수가 4.77% 뛴 20.64로 올라섰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금가격은 트로이온스당 0.5% 오른 2,678.90으로 반등했다.
이날 시장 하락의 배경이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은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겨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기술적인 오류로 예정보다 일찍 실적을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SML은 지난 3분기 기준 순이익 20억 8천만 유로로 월가 컨센서스인 18억 9천만 유로를 상회한 실적과 매출총이익률은 50.8%로 올라섰다. 하지만 남은 4분기 실적 전망과 내년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ASML이 제시한 4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88억~92억 유로로 예쌍치 89억 5천만 유로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또한 2025년 연간 순매출 전망은 300억~350억 유로로 당초 전망인 400억 유로보다 50억 유로나 낮춰 제시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1~53%로 이전 전망치 최하단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는 "업황 회복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전환이 늦춰지고 여러 공장의 일정이 연기되는 한편, 리소그래피를 포함한 수요 예상치를 바꿔야 했다"고 해명했다.
ASML 주요 고객사 가운데 파운드리 부문 사업 재편에 나선 인텔 등이 이번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초 인텔은 자체 반도체 위탁생산 시설 구축을 계획했으나 실적 악화로 파운드리 분사를 포함한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에 돌입한 상태다.
모건스탠리의 리 심슨 애널리스트는 "예정보다 이른 실적 발표는 어려운 환경을 부각시켜준다"며 "인텔의 공장 확장 지연과 파운드리 업계 영향력이 커진 TSMC의 가격 협상력으로 인한 압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켄터 피츠제럴드의 C.J.뮤즈 애널리스트도 "우연인지 계획적인지 논란과 관계없이 분명히 실망스럽다"며 시장의 악화한 심리로 주가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가 이날 하루 5.28% 내린 5,145.21에 그쳤다. 전날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로 애플을 넘보던 엔비디아는 4.69% 급락해 131달러선으로 밀렸고, AMD는 5.22% 하락했다. 브로드컴(-3.47%), 마이크론(-3.71%), 퀄컴(-2.22%)을 비롯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10.69%) 등 반도체 주요 종목들이 대거 하락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구축하는 AI 데이터베이스 센터에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반도체 수출 한도를 둘 수 있다는 보도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은 중국으로 우회 수출할 위험성을 두고 각 국가별 쿼터를 두는 등 첨단 반도체 규제를 바이든 임기내 추진할 전망이다.
이날 실적을 내놓은 은행주는 주가가 엇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3분기 매출 253억 달러로 전년보다 0.4% 증가하고 주당순익은 81센트로 예상치인 77센트를 상회했다. 순이자이익은 141억 달러로 전년보다 2.9% 감소했지만 역시 예상보다 높았다. 반면 씨티그룹은 예상을 상회하는 주당순익 1.51달러(예상 1.31달러)를 발표했지만 신용손실충당금이 9.4% 증가하는 시장의 실망으로 5.1%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3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인 주당순익 8.40달러로 전년대비 45% 증가한 성적을 보였다. 또한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매출이 18억 7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20% 증가해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장초반 주가가 급등했지만 시장 하락 여파에 0.07% 약보합에 그쳤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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