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튀어나온 자전거에 '깜짝'… 안전 위협하는 '밤길 자전거'

자전거 가해 교통사고 5년간 2만7348건
단속 어렵고, 적발되도 범칙금 수준에 그쳐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경원씨(31)는 최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로등 불빛이 켜진 밤길에 운전하던 중 갑자기 횡단보도 앞에 나타난 자전거와 부딪힐 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고는 피했지만, 조금이라도 자전거 운전자를 늦게 발견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김씨는 "가로등 불빛도 밝지 않은 깜깜한 밤에 그 운전자는 외투까지 어두운색을 입고 있었다"며 "뒤늦게라도 발견해 사고는 피했지만, 그날 이후에도 불빛 하나 없이 운전하는 야간 자전거를 보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송현광장 수크렁길을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선선한 날씨에 자전거를 타려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불빛 없이 질주하는 '밤길 자전거'로 인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간엔 반드시 자전거에 전조등을 부착하고 눈에 띄는 옷을 착용하는 등 보행자 식별거리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자전거 가해 교통사고는 모두 2만7348건으로 하루 평균 15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387명으로 매년 77명이 넘었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야외활동이 적은 1~3월에 점차 감소했다가 날이 선선해지는 9~10월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전거 교통사고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7~8월 감소해 날이 선선해지는 9~10월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며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밤에는 특히 치사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밤에 도로를 통행할 시 전조등과 미등을 켜거나 야광띠 등 발광 장치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만원의 교통 범칙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속하기가 쉽지 않고 범칙금도 미미해 전조등을 구매해 부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최교원씨(29)는 "동호회 회원들은 교통 법규나 자전거 장비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야간 라이딩 시에 전조등 부착, 헬멧 착용을 꼭 지킨다"며 "그러나 전문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일반 라이더들은 전조등을 구매하거나 헬멧을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간에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통행할 시엔 전조등을 켜고 밝은색 계통의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간에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었을 때 식별 거리는 10m 남짓이지만, 야광 반사체를 착용하면 120m까지 늘어난다"며 "야간에 라이딩할 땐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식별 거리를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 전조등을 켜고 후방엔 적색 점멸등을 달고, 가능하면 의류는 야광 반사체를 착용하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