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널리 쓰는 한글왜말은 우리말 아니다"
[이윤옥 기자]
오늘은 뜻깊은 578돌 한글날이다. 한글이 생기기 전에도 우리말은 있었지만 '그 말을 담을 수 있는 글자'가 없었던 탓에 오롯이 우리말을 담는 글자를 만들어 온 누리에 퍼지게 한 것이 1446년, 세종임금의 <훈민정음> 반포다. 그로부터 578돌을 맞이하는 때, 아주 뜻깊은 우리말 말집(사전) <푸른배달말집>(한실과 푸른누리)이 세상에 나왔다. 이 말집을 이야기 하기 전에 말해 둘 것이 있다.
▲ <푸른배달말집> 책 꺼풀(표지), 한실과 푸른누리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
ⓒ 안그라픽스 |
그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고자 마음을 모았다. 1) 겨레말살리는이들은 '무얼 하려는가?'라는 물음에 '겨레말을 살리고 가꾸어 널리 사람 사이에 서로 뜻을 쉽고 바르게 주고받음으로써 겨레 삶이 거룩하게 드높아지도록 하고자 한다. 먼저 할 일 알맹이는 겨레말 속살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쉽게 풀이한 책을 만들어 펴내는 일이다.
2) '왜 이런 책을 펴내고자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⑴겨레말 풀이를 누구나 시원히 알아볼 수 있도록 제대로 해놓은 책이 없어서. ⑵많은 낱말 풀이가 비슷한 낱말로 돌려막기를 해놓아서. ⑶겨레말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제대로 찾아 싣지도 풀이하지도 않아서. 제대로 된 겨레말 풀이 책을 만들어 겨레 말살이를 아름답게 드높여서 겨레삶을 거룩하게 떨치도록 돕고 싶어 이런 책을 펴내고자 한다.
▲ 겨레말살리는이들은 <배달말집>을 만들기 위해 자주 모였다(2015년 5월 1일). |
ⓒ 이윤옥 |
▲ 모임을 가진 지 2년 째는 각자 맡은 말들을 다듬어 올리는 말틀을 만들었다.(2016.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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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배달말집> 본문 가운데 가~가게이름 설명 |
ⓒ 안그라픽스 |
▲ 이 말집에서 쓴 씨갈래(품사)는 외솔 최현배님 말본에 따라 일본말에서 온 말을 배달말로 고쳐썼다. |
ⓒ 안그라픽스 |
▲ <푸른배달말집> 펴낸 일을 이야기하는 한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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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부터 풀이까지 오로지 배달말로만 지었다" [대담] <푸른배달말집> 펴낸 지은이 한실 |
- 흔히 말집(사전)은 나라나 국어단체 등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이 이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말집 일은 나라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않고, 말씀하신 그런 모둠(단체)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데 하지 않으니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듯이 우리말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나라지킴이가 해야하지만, 동학 때 나라지킴이가 왜(일본)에 붙어 백성을 억누를 때 여름지기(농민) 들이 나서서 나라를 지키려 싸운 것과 같은 꼴이지요." - 이 일을 맨 처음 생각한 것은 언제이며 말집을 펴내기까지 얼 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요? "2008해쯤 잉글말(영어)로 된 스승 가르침을 우리말로 뒤칠 때 우리말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했으며, 그 뒤 여러 배달말갈이(국어학자)한테 말틀(전화)로 물어도 보고 우리 말집(사전)이란 말집은 다 사서 찾아보았지만, 한자말만 잔뜩 올려놓고 그것도 돌려막기 풀이를 해놓은 것이 많아 쉽게 풀이한 우리말집을 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2014해 봄에 빗방울 님(김수업 교수)을 만나 우리 힘으로 지어보자고 말씀드렸는데 빗방울 님이 마음을 움직여 세움이들과 겨레말살리는이들이 함께하였으니, 처음부터 치면 열 한해가 걸린 셈입니다." - 흔히 말은 소통의 도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실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옛 배달말을 찾아 쓰거나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쓸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듣게 되면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그에 관한 생각은? "우리말을 가르치고 배우고, 우리말을 익혀 쓰면 쉽게 풀릴 일이지요. 종살이(식민지 삶)는 끝났지만, 종살이 배움(식민지 교육)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라를 찾은 지 여든 해 가까워져 오는 데도 힘 있는 이들과 배운 사람들이 왜말(일본말)에서 못 벗어나니, 이 힘에 밀려 여느 백성들까지 왜말살이(일본말 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우리 겨레 누구라도 굳게 마음 먹고, 스스로 왜말살이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하고 말버릇을 바꿔가다 보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 한실님은 동서남북을, 동(새), 서(하늬, 또는 저), 남(마), 북(노)라고 하셨는데 우리말을 사랑하는 어떤 분은 동서남북을 동(새), 서(갈), 남(마), 북(뒷)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분들이 열이면 열 다 다르게 우리말로 바꾸어 쓸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풍은 하늬바람, 또는 갈바람이라 하고, 북풍은 높바람, 노파람, 뒷바람, 된바람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저마다 다르게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도 말하니까 북을 뒷, 서를 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나 서는 하늬, 북은 노를 더 자주 씁니다. 사전만 해도 말모이, 말광, 말집 따위의 말이 있는 것처럼 하나의 낱말을 여러 말로 쓰다 보면 끝에는 '좋은 말'이 남게 됩니다." - <푸른배달말집>을 펴내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면 한 말씀 주십시오. "우리말을 붙잡을 수 있게 우리글을 만들어 낸 분들께 가장 크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우리말글살이를 있게 한바탕을 마련한 한힘샘(주시경)님, 뒤를 이어 우리말을 살려 온 외솔(최현배)님을 비롯한 여러 님께도 고맙게 느낍니다. 이오덕 님과 빗방울(김수업 교수)님은 살아계실 때 뵙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아름다운 우리말 찾아쓰기 사전>을 내신 김정섭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를 쓴 흥윤표님, 말과 바탕 공부와 우리말 구조와 체계에서 우리말 속살 풀이를 깊게 해서 우리말을 드높인 최봉영님께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울러 우리말을 살려 쓰는 일을 몸소 해가면서 뜻을 함께하는 날개님을 비롯하여 처음에 큰 뜻을 함께 펼친 '겨레말살리는이들' 벗님들께도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편, 올림말을 고르고, 풀이를 하고, 보기말 일을 함께한 나무님, 높나무님, 별밭님, 아침고요님, 살구님, 고르님, 달개비님, 아무별님, 아라님, 보배님, 미리내님을 비롯하여 푸른누리 사람들은 몸으로 어려운 일을 꿋꿋하게 함께 해 왔습니다. 그리고 늘 깨끗한 우리말을 써서, 좋은 우리말 책을 여러 가지 펴내어 우리를 이끌어 준 숲노래님께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
"후다닥 읽고서 외우려 한다면, 외우지도 못하지만, 마음에 남지도 않습니다. 느긋느긋 읽으면서 나긋나긋 새길 적에, 비로소 온 마음으로 스며들면서, 생각이 깨어나는 빛을 느낄 만합니다. 차근차근 곱씹고 되새기면서, 즐겁게 손보고 더하고 다듬고 고치고 살피는 매무새로, 우리말을 이제 처음으로 익힌다고 여기면서 눈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낱말책인 <푸른배달말집>을 곁에 놓는다면, 하루하루 자라나고 말결을 느끼면서, 차곡차곡 북돋우는 말살림을 누릴 만하리라 봅니다."
<푸른배달말집>(안그라픽스)을 지은 한실님은 <우리말 사랑>(얼레빗)도 펴냈다. 한글날을 맞아 이 두 책을 통해 '왜 우리는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우리말을 사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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