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앞니'를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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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어릴 적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노래 부르며 빠진 이를 지붕 위에 던졌던 어릴 적 추억들은 다 가지고 있을 거다.
이가 흔들리면 손으로 흔들다 저절로 빠지기도 했지만,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이를 실로 묶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빼 주셨다. 이를 실로 묶으면 언제 실을 잡아당길지 몰라 긴장이 되어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 공포감은 상상하기도 싫다. 배운 것이 이러니 우리 아들 둘 이를 빼줄 때도 실로 이를 단단하게 묶어서 빼주었다.
2주 전부터 여섯 살 쌍둥이 손자 중 첫째가 아래 앞니가 흔들린다고 했다. 손자는 여섯 살이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 중에 이를 뺀 친구가 많다고 한다. '이가 언제 빠질까? 어떻게 빼주어야 하나.' 모두 걱정하며 기다렸다.
헤드폰 끼고 만화영화 보며 이 빼는 어린이 치과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고 있어서 금요일 저녁에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온다.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집에 오기 전에 아들이 전화했다.
"지우, 이 빼야 해서 치과에 4시에 예약했어요. 치과 들렀다가 갈게요."
'지우가 드디어 이를 빼는구나!' 생각하며 엄살쟁이 손자가 울지 않고 이를 잘 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치과에 간 아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손자가 치과에 의젓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지우는 손에 작은 상처가 나도 '피 나온다'라며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다.
"그러게요. 엄살쟁이 지우가 신통하네요."
▲ 어린이 전문 치과 아이들이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헤드폰 끼고 천장에 있는 TV로 만화영화를 보며 진료 받는다. |
ⓒ 유영숙 |
울지 않고 만화영화 보고 있다가 이가 빠지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던지 울었다고 한다. 첫 앞니를 빼는 날 공포심을 느끼면 다음에 이를 뺄 때도 힘든데 첫 이를 잘 빼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우에게 "이 잘 빼서 이제 형님 되었어"라고 말해 주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단다. 이를 빼고 환하게 웃는 손자가 장해 보인다.
▲ 빠진 이를 담아준 통 빠진 이를 생쥐 모양 통에 담아 주어 들고 왔다. |
ⓒ 유영숙 |
손자가 이를 빼는 바람에 아들과 어릴 때 이를 빼던 추억을 나누었다. 아들은 서른다섯 살인데 아빠가 실로 이를 묶고 잠시 기다렸다가 턱을 툭 치며 실을 잡아당겨 이를 빼주었다. 가끔 한 번에 빠지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는 힘들었으나 추억은 늘 아름답다.
손자가 세 명이다. 앞으로 손자들이 이를 많이 빼야 할 텐데 시작을 잘해서 참 좋다. 빠진 곳에서 새 이가 튼튼하게 나오길 바란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텐데 쌍둥이 손자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 어린이 전문 치과가 있으니 이 빼는 것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이렇게 손자 첫 앞니 빼기는 잘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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