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무지하게 재밌다"... 78년의 응어리 풀어낸 '내 이름은'
[고창남 기자]
|
|
| ▲ 기념촬영 영화 <내 이름은> ‘릴레이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정지영 감독(맨앞줄 왼쪽 첫 번째)과 고두심 배우(맨앞줄 가운데), 양윤호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 고창남 |
지난 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귀국한 정지영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 간곡히 당부했다.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이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기억의 연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날 현장은 서울제주도민회 회원 등 500여 명을 초청한 '릴레이 상영회'와 정지영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GV)로 채워졌으며, '제주의 얼굴' 고두심 배우와 양윤호 감독이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시민 1만 명의 '만 원'이 만든 기적
영화 <내 이름은>의 출발은 특별했다. 2021년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 주최한 '4·3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완성까지 5년의 세월이 걸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작 방식이다. 1만 명의 시민이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마음을 보태 제작비를 마련했다. 시민들의 소중한 자금이 영화 제작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
|
| ▲ 관객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온 정지영 감독과 고두심 배우, 양윤호 감독(오른쪽부터) |
| ⓒ 고창남 |
이날 GV의 백미는 단연 배우 고두심의 등장이었다.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오직 고향 제주와 정지영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온 그는 관객석에서 영화를 본 뒤 울림 있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제 고향의 아픈 이야기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옛날처럼 진부하게 아픔만 강조했다면 관객들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정지영 감독님이 아픔을 예술로 승화해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신 덕분에 작품이 정말 좋았습니다."
|
|
| ▲ 발언하는 고두심 배우 |
| ⓒ 고창남 |
|
|
| ▲ 발언하는 양윤호 감독 |
| ⓒ 고창남 |
양윤호 감독과 정지영 감독의 끈끈한 선후배 의리도 화제를 모았다. 사실 양윤호 감독은 이 영화의 원작 시나리오 공모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다. 직접 연출하고 싶을 만큼 탐냈던 작품이었지만, 거장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되자 기꺼이 자리를 양보했다.
양 감독은 "원 시나리오의 90% 이상을 감독님이 직접 바꾸셨는데, 제가 본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훌륭해졌다"며 "제주 출신이 아닌 거장의 시선으로 4·3을 바라보니 부연 설명 없이도 역사의 맥락이 선명하게 다가왔다"고 극찬했다. 이에 정 감독은 "양보해 준 후배가 고마워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화답했다.
"아들들이 재밌대요"... 세대를 잇는 기억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한 관객은 "이 영화는 단순히 제주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 폭력과 인간성 훼손에 관한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라며 "중·고등학생들이 반드시 봐야 할 미래의 지침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학생 관객들이 많았다.
두 아들과 함께 온 한 제주 출신 관객은 "평소 아이들에게 4·3을 설명하기 참 막막했는데, 영화를 본 아이들이 먼저 '재밌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제주지역 중고생들에서는 이미 단체 관람이 시작됐다"며 "중앙 정부와 전국의 학교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꺼지지 않는 '마지막 불꽃'을 위해
GV를 마무리하며 한 관객은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재미 이상의 감동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평을 남겼다. 78년 전, 제주 땅을 붉게 물들였던 비극은 이제 스크린 위에서 우리 시대의 폭력을 성찰하는 거울이 되어 돌아왔다.
양윤호 감독은 "지금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불꽃' 같은 시기"라며 서울제주도민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했다.
|
|
| ▲ 기념촬영1 ▲관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지영 감독(맨앞줄 왼쪽 첫 번째)과 고두심 배우(맨앞줄 가운데), 양윤호 감독 |
| ⓒ 고창남 |
한편, 영화 <내 이름은>은 이번 서울 상영회의 열기를 이어받아 오는 5월 말까지 제주도에서부터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릴레이 상영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휠체어 탄 장애인이 주차장에서 쫓겨나는 이유
- "석유는 반칙 원료...6월 이후엔 아무도 몰라, 대체제 필요"
- OECD 보고서 봤더니, '도쿄일극'엔 있고 '서울공화국'엔 없다
-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난감한 도시
- 일본에 팔리는 건 막았으나 간송미술관을 떠날 뻔한 국보
- AI가 이제는 그만 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 신기하고 요상한 옹알이 터지는 곳, 전주에 있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한국 선박 화재 이틀째…사고 원인에 촉각
- 종합특검, 한동훈 출국금지…대통령실 수원지검 수사개입 관련
- 정원오에 '1대 1 토론' 제안한 오세훈... 이번에도 다자 토론회는 불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