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게임쇼 개막에 앞선 지난 22일, 행사를 주관하는 타이베이 컴퓨터 협회는 게임쇼 최고의 인디 게임을 선정하는 '인디 게임 어워드'를 진행했다. 총 52개국 340개 작품이 출품, 8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고르는 이번 인디 게임 어워드에서 '최우수 학생 게임상'은 국내 개발팀 BBB의 '모노웨이브'가 차지했다.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인디 게임 제작팀인 BBB가 개발 중인 '모노웨이브'는 얼핏 보기엔 미완성의 단순한 플랫포머로 보인다. 물론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완성된 단계는 아니긴 하지만, 검은 바탕에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이 폴짝거리는 모습을 슬쩍 훑어봐서는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자세히 보면 스크래치 기법의 느낌뿐만 아니라 원경도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몰입감을 해치지 않게 전면에 나서지 않아서 플레이 후에는 잘 인식이 되지 않긴 했다.
아마 숙련된 플랫포머 유저라면 조작감부터 잘 잡혀있는 걸 눈치챌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를 직접 플레이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직접 플레이할 때, 왼손은 핸드폰을 들고 플레이 영상을 촬영하고 오른손으로 바닥에 놓은 컨트롤러를 조작했었다. 그때 다소 불안정한 자세임에도 꽤나 깔끔하고 정확하게,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부터 상당히 놀라웠다.
이 부분에서 '모노웨이브'는 설정과 엮어서 일괄적으로 잘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노웨이브'의 이야기는 행복, 슬픔, 분노, 불안 네 가지 감정의 수호자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로 인해 혼란해진 세상에서, 새로운 수호자가 될 주인공 '모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노'는 네 가지 감정을 받아들여서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고, 이를 토대로 여러 기믹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모노웨이브'의 설계였다. '분노'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모노는 빨갛게 변화하고, 벽을 차고 뛰어오르는 소위 '벽차기'가 가능해진다. '행복'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더 높은 곳까지 점프할 수 있으며, '슬픔'을 받아들이면 좁은 틈을 지날 수 있게 된다. '불안'은 가시밭길을 피해 없이 밟고 지나가는 효과가 있다. 각 감정 식물에 닿으면 해당 상태가 되고, 이를 활용해서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모노웨이브'의 기본 설계다.
어찌 보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해보이지만, 그렇기에 '모노웨이브'는 누구든 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하기 때문에 요소 하나하나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만 했다. 앞서 말했던 스틱과 버튼을 눌렀을 때의 반응,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는 기믹, 그러면서도 컨트롤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구간까지 절묘하게 배치한 레벨 디자인까지. 그런 차원에서 플랫포머는 오히려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장르 아니던가.
아마 그렇기에 '플랫포머'라는 장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한 것 아닌가 싶고, 그런 감상이 들 만큼 '모노웨이브'는 확실히 기본 틀이 잡혀있는 작품이었다. 기본 문법을 착실히 다져간 이들이, 각 감정의 파생 기술까지 활용해서 보스전까지 설계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지, 정식 출시 시점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