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해서 맛이 사는 4색의 플랫포머, '모노웨이브'

조회 52025. 1. 24.

타이베이 게임쇼 개막에 앞선 지난 22일, 행사를 주관하는 타이베이 컴퓨터 협회는 게임쇼 최고의 인디 게임을 선정하는 '인디 게임 어워드'를 진행했다. 총 52개국 340개 작품이 출품, 8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고르는 이번 인디 게임 어워드에서 '최우수 학생 게임상'은 국내 개발팀 BBB의 '모노웨이브'가 차지했다.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인디 게임 제작팀인 BBB가 개발 중인 '모노웨이브'는 얼핏 보기엔 미완성의 단순한 플랫포머로 보인다. 물론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완성된 단계는 아니긴 하지만, 검은 바탕에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이 폴짝거리는 모습을 슬쩍 훑어봐서는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자세히 보면 스크래치 기법의 느낌뿐만 아니라 원경도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몰입감을 해치지 않게 전면에 나서지 않아서 플레이 후에는 잘 인식이 되지 않긴 했다.

아마 숙련된 플랫포머 유저라면 조작감부터 잘 잡혀있는 걸 눈치챌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를 직접 플레이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직접 플레이할 때, 왼손은 핸드폰을 들고 플레이 영상을 촬영하고 오른손으로 바닥에 놓은 컨트롤러를 조작했었다. 그때 다소 불안정한 자세임에도 꽤나 깔끔하고 정확하게,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부터 상당히 놀라웠다.

▲ 통상의 벽차기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라 헷갈렸지만, 감을 잡으면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감이 갖춰져있다
플랫포머의 기본기인 '조작감'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스테이지의 디자인과 기믹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잘 짜맞춰져있는지, 또 굳이 미완성처럼 보일 수 있는 양식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유저들에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모노웨이브'는 설정과 엮어서 일괄적으로 잘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노웨이브'의 이야기는 행복, 슬픔, 분노, 불안 네 가지 감정의 수호자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로 인해 혼란해진 세상에서, 새로운 수호자가 될 주인공 '모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노'는 네 가지 감정을 받아들여서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고, 이를 토대로 여러 기믹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모노웨이브'의 설계였다. '분노'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모노는 빨갛게 변화하고, 벽을 차고 뛰어오르는 소위 '벽차기'가 가능해진다. '행복'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더 높은 곳까지 점프할 수 있으며, '슬픔'을 받아들이면 좁은 틈을 지날 수 있게 된다. '불안'은 가시밭길을 피해 없이 밟고 지나가는 효과가 있다. 각 감정 식물에 닿으면 해당 상태가 되고, 이를 활용해서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모노웨이브'의 기본 설계다.

▲ 가시를 밟으면 다친다는 게 플랫포머의 상식이지만
▲ '불안'을 받아들이면 가시에 피해를 입지 않고 지나간다
물론 네 가지의 풀이만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믹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 '모노웨이브'는 감정을 전달하는 컨셉을 도입했다. 주인공 모노뿐만 아니라, 다른 정령들도 감정에 따라서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일례로 악어는 분노 상태일 때는 모노를 공격하지만, 불안 상태가 되면 공격성이 사라진다. 대신 그 위에 올라타고 있으면 입을 벌릴 때마다 높이 점프, 통상적으로 가지 못하는 높이의 발판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어찌 보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해보이지만, 그렇기에 '모노웨이브'는 누구든 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하기 때문에 요소 하나하나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만 했다. 앞서 말했던 스틱과 버튼을 눌렀을 때의 반응,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는 기믹, 그러면서도 컨트롤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구간까지 절묘하게 배치한 레벨 디자인까지. 그런 차원에서 플랫포머는 오히려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장르 아니던가.

▲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에도 감정을 전달, 그에 따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면서 디자인의 폭을 넓혔다
아쉽게도 이번 '모노웨이브' 시연은 보스전은 전개하지 않았기에, 위기 속에서 컨트롤로 벗어나는 묘미는 미처 느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네 가지 기본기, 그리고 이를 다른 정령들에게 전달하면서 파생되는 또다른 기본기로 문제를 풀어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을 맛볼 수 있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화끈한 액션은 아니더라도, 처음으로 자신이 이해하고 생각한 그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봤을 떄 느낀 기쁨을 다시금 느꼈다고 할까.

아마 그렇기에 '플랫포머'라는 장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한 것 아닌가 싶고, 그런 감상이 들 만큼 '모노웨이브'는 확실히 기본 틀이 잡혀있는 작품이었다. 기본 문법을 착실히 다져간 이들이, 각 감정의 파생 기술까지 활용해서 보스전까지 설계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지, 정식 출시 시점이 기대된다.

▲ 심플한 기본 규칙을 응용, 발전시켜서 박진감 있는 보스전의 손맛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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