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기…최대 규모 교전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로켓 100발 폭격
이라크 친이란 조직도 가세
이스라엘 "공격 계속"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대립이 극에 달했다. 양측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공격한 모습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북부 경제·산업 도시 하이파 인근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붙었다. 로켓 파편에 76세 남성을 비롯해 4명이 부상당해 치료받았다.

이날 로켓 공격은 헤즈볼라 특수작전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해 45명 이상이 사망한 지난 20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에 대응해 이뤄졌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1일 밤과 22일 아침 약 150발의 로켓과 순항 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다"며 "이에 따라 현재 레바논의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발사된 대부분의 로켓을 요격했고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지역의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모임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로켓발사대를 포함해 레바논 남부에서 약 400개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 또 이라크 방향에서 발사된 다수의 공중 장비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국경 근처에서 공습을 가해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최근 며칠간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했던 연쇄 타격을 가했다"며 "헤즈볼라가 아직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장담하건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기로 결심했다"며 "어느 나라도 자국 도시를 향한 무분별한 로켓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향후 며칠간 벌어질 다음 단계 전투를 잘 준비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작전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최근 들어 격화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역을 공격해왔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접경지 헤즈볼라에 반격하는 국지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양측 충돌이 격화됐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 사건이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라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로 공습하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어 21일 집중 폭격을 가해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포함해 약 29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동 긴장 고조에 대해 "(확전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대변인은 이날 ABC '디스위크'에서 "우리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헤즈볼라와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