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이코노미] 미세한 차이가 품질 가른다…콘텐츠의 완성 '사운드'

최유리 2023. 11.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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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서 사운드는 현실감과 몰입감을 부여한다. 때문에 사운드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게임 등 거의 모든 콘텐츠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국내 음원 플랫폼, 게임사, OTT 등 콘텐츠 업계가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음원 플랫폼, 공간 음향 기술로 '승부수'

사운드에 가장 민감한 업계를 꼽으라면 단연 음원 플랫폼 업계를 들 수 있다. 최근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는 유튜브뮤직의 시장 장악이 본격화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엔 유튜브 뮤직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국내 1위 플랫폼 멜론을 앞섰다는 통계가 나오자 토종 플랫폼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내 플랫폼들이 꺼내든 무기는 몰입형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 래버러토리스에서 개발한 객체 기반 3D 서라운드 음향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존에 좌우 채널에서만 나오던 사운드의 한계를 넘어 앞뒤 좌우, 머리 위까지 모든 방향에서 자유롭게 구현한다. 음악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공간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가령 돌비 애트모스 음향 기술로 제작된 BTS의 음악을 듣는다고 했을 때 멤버들의 안무 동선에 따라 소리가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니뮤직은 최근 돌비 래버러토리(DOLBY LABORATORIES)와 협업해 음원 플랫폼 서비스에 돌비 애트모스 환경을 구현했다. 음악 본질의 가치를 올리고, 고객들에게 살아있는 음악감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공간 음향 기술은 국내 작곡 시장에서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BTS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K-POP 음악이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에 지니뮤직은 제작단계부터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된 음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들어볼 수 있는 ‘돌비 애트모스 관’을 마련했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활용해 최상의 사운드와 보컬로 제작한 프리미엄 음원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멜론 역시 지난해부터 '돌비 애트모스 뮤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멜론 애플리케이션 안에 돌비 애트모스 전용관을 개설, 돌비 애트모스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 중이다.

무기 제작해 타격 사운드 녹음…몰입감 높인다

게임에서도 사운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엔씨소프트는 2010년 사운드센터를 설립해 게임 음악을 만들고 있다.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과 40여개 방음룸을 갖췄다. 게임 효과음을 만드는 스튜디오도 있다. 이곳에선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를 실물로 제작에 사운드에 녹인다. 보다 실감 난 타격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칼로 갑옷을 때리는 소리를 녹음하는 식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오디오 시설에 힘을 줬다. 작곡가룸, 더빙룸 등으로 구성된 오디오실과 폴리 사운드 스튜디오가 있다. 폴리 사운드 작업은 여러 도구를 활용해 실제 소리를 담는 것으로 상업 영화 제작에 주로 쓰인다.

사운드는 게임 속 세계관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준다. 게임에 등장하는 특정 시대나 장소의 현실감을 더하고 장르적 분위기를 도드라지게 한다. 펄어비스의 대표 게임 검은사막은 모험을 펼치는 대륙별로 다른 배경음악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독일 바이마르 국립 오케스트라, 할레 국립 오케스트라, 체코 필름 오케스트라, 헝가리 스코어링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협업했다. 조선을 모티브로 한 대륙 '아침의 나라'에는 국악을 도입하되 오케스트라와 신디사이저 등을 섞었다. 사운드는 하나의 게임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에서 캐릭터마다 전투 시 피격음을 다르게 만들어 고유의 타격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운드만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도 있다. 이용자 간 대결(PvP) 상황에 돌입했을 때 전용 음악이 나와 분위기를 전환한다. 적을 처치하는 수가 늘어날수록 고조된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 템포도 빨라진다.

게임 음악은 이용자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게임사들은 음원을 출시하거나 공연을 여는 등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넥슨은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첫 단독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었다. 게임 속 대표곡을 오케스트라 선율로 전달해 총 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 6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테일즈위버' 20주년을 맞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했다. 당초 4월에 1회 공연으로 계획했으나 2000석 넘는 전 좌석이 매진되면서 앙코르 공연을 진행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캐릭터를 이용한 가상 걸그룹 '케이디에이(K/DA)'를 통해 꾸준히 앨범을 내고 있다. 2018년 선보인 데뷔 앨범은 아이튠즈 K팝 차트 1위, 팝 차트 2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팬들은 이들의 안무를 따라서 하고 이를 영상으로 올리는 등 인터랙션 콘텐츠가 됐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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