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K푸드”…할랄인증 의무화, 기회일까 위기일까

임유정 2024. 10. 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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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할랄제품보장법 본격 시행
업계 “인증 받은 기업들엔 기회”
영세업체 위기…시간‧비용 등 부담
농심 인도네시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할랄 신라면' 홍보 이미지.ⓒ농심

국내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K푸드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수출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수입식품에 대해 할랄인증을 의무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게는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는 중대한 시점에 놓인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5년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오는 17일부터 할랄인증을 의무화한 할랄제품보장법을 본격 시행한다. 인구의 90%인 2억3000만명이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는 2년 후 의류와 화장품에까지 할랄인증을 확대한다.

할랄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에 제품 수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NON-HALAL’ 또는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 라벨링을 해야 한다. 여기서 ‘할랄’은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이라는 말을 뜻한다.

제품에 할랄 인증 여부 표기가 의무화 되면, 식품업체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식품 수출은 지난해 2억463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지만 현재 국내 식품업체의 64%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국내서는 CJ·농심 등 일부 대형 식품회사들만 인증을 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기업들은 수출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할랄 인증을 시작했다. 아직 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들은 ‘할랄제품보장법’ 시행을 앞두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할랄 인증 받은 불닭볶음면 시리즈 이미지.ⓒ삼양식품

할랄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시장 확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8000만명)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 식품 기업에게 더 없는 기회의 땅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최근 현지 MZ세대에게 한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국내 식품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2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 컨텐츠에 대한 호감과 동시에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서 한식이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간장, 고추장 등의 양념을 자주 사용하는 한식 특유의 매콤함이 현지인들의 입맛에 잘 맞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강한 향신료를 선호하며 튀김요리가 많은 식문화로 인해 소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향후 인증 받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에 대해 매대 자체를 구분해 판매되는 것으로 아는데, 소비자(무슬림)들이 논인증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의 외면은 곧 인증 받은 기업들의 기회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제품이라도 공장과 제품형태에 따라 인증을 각각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선 필수적”이라며 “중소 식품기업들 역시 장기적으로 할랄식품 수출 여건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할랄인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1830만루피아(한화 약 160만원)다. 여기에 식품 첨가제·소모품 및 포장·실험실 등과 관련된 검사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시간과 비용을 써서 할랄 인증을 받아도 이 인증이 모든 국가에서 통용되지는 않는다는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할랄은 이슬람 문화권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통합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국가별 기준과 인증 기관이 다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만 1년 정도 걸리는데, 더 큰 문제는 공장에 할랄 전용 라인을 별도로 구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영세 업체들은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비용적 부담으로 이 시장에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정부는 할랄 시장을 중요한 수출 시장으로 보고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할랄 관련 주요 상품을 발굴·육성하면서 수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KMF(한국이슬람교) 산하 할랄위원회를 통해 인증을 받은 제품은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판매가 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무이(MUI)할랄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MF와 인도네시아의 국가 평가기관인 MUI가 최근 MOU를 맺으면서 애초 무이 인증을 받는 것 보다 간소화해졌지만, 아직도 추가적인 서류 등 소명 해야 할 부분이 많다. 프로세스 간소화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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