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늑장 수사 왜…검사없는 ‘수사과’에 9개월 방치됐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이 창원지검에 접수된 뒤 약 9개월간 형사부가 아닌 수사과에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건을 선거범죄 등 공안사건을 수사하는 형사4부로 재배당하고 뒤늦게 7명의 검사를 투입해 수사팀을 꾸려 늑장수사란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세비 중 수천만원을 명씨에게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관련자 5명도 함께 수사의뢰했다. 당시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4부 대신 수사과에 배당했다. 수사과는 창원지검 조직도상 사무국 산하로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으로만 이뤄진 조직이다.
창원지검은 “검사장이 명하는 특별 범죄사건의 수사, 검사지휘 사건수사” 등을 수사과 업무로 소개하지만, 통상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엔 사건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수사과에 배당된다. 실제 명씨 사건도 수사과에서 진척이 없다가 지난달 형사4부에 재배당된 뒤에야 지난달 30일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과도 올해 초 명씨를 한 차례 소환했지만 이때는 참고인 신분 조사였다. 명씨는 압수수색 직전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사이 강씨는 지난 5월 명씨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취 등 4000여개의 파일을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수사과에선 내용의 진위 조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엔 국감에서도 공개된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명씨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검찰이 지난 10일 내사종결 처리한 것도 수사과에 사건을 방치한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은 22대 총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일이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정황만으로 (기소가) 가능한 건 아니다”며 “명씨가 김 전 의원과 공모해 김 여사와 공천에 개입했고, 그 영향력이 실제 공관위원장 등에게도 미쳤다는 사실이 증거로 입증돼야 하는데 그 정도 내용은 없는 듯하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밖에선 당장 늑장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 사건도 검사 지휘를 받지만, 검사실에 직접 속한 사건만큼 밀도 있게 수사가 진행되진 않는다”며 “검사가 직접 주도할 만큼 중요하진 않지만, 버리기엔 애매한 사건들이 종종 수사과로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언급되는 녹취록과 텔레그램 메시지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사건의 성격과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짚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검찰의 수사 속도를 지적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창원지검 국감에서 “수사가 지연되다 보니 관련 없는 내용까지 폭로되면서 대한민국을 진흙탕 속에 밀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명씨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데 왜 구속하지 않느냐. 증거는 모두 확보했느냐”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뒤늦게 이 사건을 형사4부로 옮기고 수사 인력 증원을 요청해 지난 17일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에서 공안 전문 검사를 각 1명씩 파견 받았다. 창원지검은 수사팀 증원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강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팀은 선거법 위반 혐의는 내사 종결했지만, 명씨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
창원지검은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바탕으로 김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과 명씨 사이 금전 거래가 오갔는지 등을 추적 중이다. 명씨 등에 대해 사기‧횡령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명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지난 대선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건넨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살피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 명씨가 공천을 대가로 약속하고 돈을 받았다면 사기 혐의를, 연구소 돈을 유용해 여론조사에 썼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강씨는 “명씨가 대구시의원과 고령군수 예비후보자들로부터 60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받았고, 이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자 비용 환급을 요청해 일부를 돌려줬다”고 주장한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선관위 고발 사건을 수사과에 방치한 이유 등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따로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수사과에서도 수사를 했고, 현재 최선을 다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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