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연차의 직원들은 상사의 피드백에 일희일비하기 쉽다. 칭찬을 받는 날은 의욕이 생기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지적을 받는 날이 늘어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여러 상사 사이에서 피드백이 엇갈리거나 특정 피드백을 납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억울한 감정도 생긴다. 모든 지적과 피드백을 그저 겸허히 감수해야 할까? 사수의 조언에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는 직장인 정 사원의 사례를 DBR 373호를 통해 알아보자.
입사 2년 차인데 답답해서 정신병이라도 걸릴 것 같아요.
Q.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A 대리를 사수로 모시며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업무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조언까지 해주기에 고맙고 존경하는 마음도 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에는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안을 만드는 데 제가 보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디자인을 들먹이며 수차례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직 작업 중인 내용을 자꾸만 물어보면서 지적합니다. 처음에는 도움이 되기 위한 조언이겠거니 하며 참고 견뎠지만 점차 불필요한 수정을 거치느라 업무가 지연되고 지적 사항도 좀처럼 줄지 않아 답답합니다.
최근에는 A 대리가 수차례 지적해 수정한 내용을 팀장에게 들고 갔더니 왜 이렇게 고쳤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팀장이 제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 걱정되고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팀장한테 직접 이런 고충을 얘기하려니 아직 신입인데 그렇게 해도 될지, 괜히 건방지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Solution 1.
제한적인 정보로 상황을 예단하거나 솔루션을 드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인 관계는 보통 A 대리의 문제이거나, 나의 문제이거나, 서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A 대리가 문제라고 가정해 보도록 할게요. A 대리는 사실 주어진 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 사원님을 도와주고, 팀의 일을 잘 해내려고 애를 썼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정 사원님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사수의 역할을 지속하다 보니 본인도 어려워졌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경우 상사들은 부족한 것을 지적하는 일을 피드백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렇기에 트집을 잡거나 그런 과정을 그저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은 정 사원님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해서 상사의 도움이나 피드백을 자율성 침해로 받아들이게 됐을 수 있죠. 이제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그와 관련해 어떤 변화나 조정을 요청하지 않고 예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어요. 아마 요청할 타이밍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사람의 불편한 마음들이 드러나지 않아서 둘 사이에 미묘한 인간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일의 옳고 그름보다는 서로의 감정에 더욱 휘둘리게 됩니다. 따라서 정 사원님 뿐만 아니라 사수인 A 대리님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됐든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먼저 사수와 면담이나 가벼운 티타임을 통해 소통을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대화를 시작해 "최근에 제가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를 물어보세요. 그분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현재 사안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본인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면 좋습니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이제는 제가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말해볼 수도 있습니다.
부드럽고 공손한 접근이 먹히지 않는다면 팀장님과 소통하여 사수의 지도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사수의 지도와 상관없는 곳에서 굉장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수가 포함되지 않은 TF에 참여를 요청한다거나 작은 일이라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한다거나 말이지요. 2년 차 정도면 회사 일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됐고, 그런 일들을 만들거나 참여하겠다고 말할 정도가 되는 연차입니다.
조직에 들어오면 상사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의 본질인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일을 잘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기회를 더 잘 잡을 수 있고, 단 한 사람의 지휘에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먼저 일이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제안해 좋은 성과를 내거나 사내에서 평판이 좋아지면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율성도 커집니다. 일을 잘해서 조직 내에서 두루두루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을 만들길 바랍니다.
Solution 2.
정 사원님의 역량을 직접 파악한 건 아니지만 업무 적응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사의 설명과 조언이 도움이 되고 고맙게 느꼈겠지만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신입이라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은 상황을 하나씩 짚어봅시다.
우선, 팀장이 정 사원님에게 A 대리를 사수로 두고 업무를 배우라고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팀장의 신뢰를 받고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또한 A 대리가 자신의 시간까지 추가로 할애하며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는 걸 보면 정 사원님에 대한 기본적 호감과 관심도 있어 보입니다.
다시 작업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계속 수정 사항들을 지적한다고 하셨는데요. 어쩌면 정 사원님 눈에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을 지적하는 게 정 사원님이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디자인을 지적하며 수정하라고 했다면 그건 해당 자료를 볼 팀장이나 임원이 디자인을 매우 중시하는 스타일일 수 있는 거지요. 또한 아직 작업 중이라 마무리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자꾸 물어보는 건 잘못된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도록 수시로 체크하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간에 진행 과정을 확인하는 거죠.
다만, 이 과정에서 "내 능력을 못 믿어서 자꾸 물어보는 건가?" "아직 작업 중인데 자꾸 물어보니 집중이 안 된다"는 등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진행되는 내용을 주제별/흐름별로 대략 소분하고 각각의 소주제별로 업무 내용이 끝날 때마다 확인받겠다고 먼저 이야기해 두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최근 A 대리의 수정 사항을 반영해 팀장에게 보고하고 안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A 대리의 지시대로 수정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잘한 행동입니다. 팀장 입장에서 볼 때 A 대리는 정 사원님의 선배이자 상사이므로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 또는 고자질이라고 느껴질 말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또한 팀장은 A 대리의 업무 스타일을 알 확률이 높기 때문에 팀장에게 찾아가 고충을 털어놓는 건 잠시 보류하고 좀 더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직장 2년 차면 업무는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졌을 시기입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알아가고, 서로 간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며 풀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노하우와 스킬들을 꾸준히 습득하면서 A 대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데 좀 더 집중하면 좋을 듯합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73호
필자 배미정
정리 인터비즈 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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