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회사든 항상 있다.
‘그 사람만 없으면 회사가 평화로울 텐데’ 싶은 인물.
소위 말하는 빌런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 사람이 퇴사해도, 얼마 안 가 또다른 빌런이 생긴다.
문제는 정말 ‘그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조직이 항상 누군가를 빌런으로 만들어야만 돌아가는 구조인 걸까?

1. '공공의 적'이 필요한 조직
조직은 때로 ‘문제’를 한 사람에게 몰아줌으로써 나머지 사람들의 결속력과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 사람이 사라져도 조직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답답함은 그대로고, 불편함은 여전하다
그래서 조직은 새 빌런을 찾는다.
빌런은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떠넘길 수 있는 사람이다.

2. ‘상대적 빌런’이란 무엇인가
그 사람이 처음부터 빌런이었을까? 대개는 아니다.
- 너무 말을 많이 해도 피곤한 사람
- 너무 조용해도 음흉하다는 사람
- 규칙에 철저하면 융통성 없는 사람
- 느긋하면 게으르다는 사람
상대적 빌런은 ‘누군가의 기준에서 불편한 사람’일 뿐이다. 조직은 그 사람의 실제 행위보다 분위기와 감정에 따라 죄가 되게 한다.

3. 상대적 빌런, 그리고 안도의 심리
빌런이 존재할 때, 조직은 잠시 평형을 이룬다.
“나는 그래도 저 사람보단 괜찮아”
“나는 저 정도까진 아니니까”
그 틈에서 사람들은 자기 안도의 감정을 유지하고, 동시에 ‘빌런’을 정당하게 미워할 수 있다.
그렇게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고, 무리 속에서 살아남을 근거를 만든다.

4. 당신이 빌런이 되는 순간
팀장이 되고, 의견을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일하려고 할 때 ‘잘난 척 한다’는 등 말이 돌아올 수 있다. 그 순간, 상대적 빌런의 위치는 당신 차례가 될 수도 있다.
빌런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지정’되는 존재다.

조직은 빌런 하나쯤 있어야 편하다. 그래야 사람들은 ‘내가 아니니까’ 안심하고, ‘저 사람보단 낫지’라며 자기를 정당화한다. 그렇게 시작한뒷담화는 조직을 결속하게 만들고, 결속은 또 다른 빌런을 만들어낸다.
상대적빌런은 분명 없어야 할 존재다.
왜냐하면 그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늘 대단한 이유 없이 희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보다 나아 보이고 싶고, 조직은 결속과 안정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모두가 조금씩 이득을 본다.
그리고 그 이득 때문에,
빌런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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