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 MBC를 들썩이게 했던 ‘황실 로맨스’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아이유와 변우석 주연의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논란에 휩싸이자,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 작품은 2006년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궁>이다. 같은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두 작품은 자주 언급됐지만, 막상 <21세기 대군부인>이 베일을 벗은 뒤에는 오히려 <궁>의 장점만 재확인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에도 왕실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벌 여성 성희주(아이유)와 왕의 아들 이안대군(변우석)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첫 방송 7.8%로 시작해 18일 방영된 4회에서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고, OTT 플랫폼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성적표와 달리 시청자 평가는 엇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세계관 설정은 흥미로운데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은 좋은데 감정선이 아쉽다”, “영상미와 세트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입헌군주제’라는 판타지 설정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지 못하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같은 반응 속에서 다시 회자되는 작품이 바로 <궁>이다. 2006년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궁>은 대한민국이 광복 이후 대한제국 황실을 복원해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대체역사 설정으로 시작했다. 평범한 여고생 신채경(윤은혜)이 황태자 이신(주지훈)과 정략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당대 최고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궁>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비주얼로 호평받았다. 화려한 궁중 세트와 의상, 세련된 색감,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있어도 영상 때문에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은 미장센과 OST 역시 <궁>을 명작 반열에 올려놓은 요소로 꼽힌다.


스토리 역시 단순 로맨스를 넘어 황실 내부 권력 다툼과 청춘 성장 서사를 함께 담아냈다. 황태자 이신, 의성군 이율(김정훈), 민효린(송지효), 신채경이 얽히는 감정선은 당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신채경 신드롬’, ‘황태자 열풍’을 만들어냈다. 주지훈과 윤은혜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반면 <21세기 대군부인>은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스타 캐스팅과 화려한 소재에 비해, 주변 인물의 입체감이나 세계관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주인공 둘의 케미 외에는 남는 게 없다”, “20년 전 <궁>보다도 군주제 설정이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아직 초반부인 만큼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21세기 대군부인>은 높은 관심도와 팬덤 화력을 바탕으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화제성만으로 오래 가기는 어렵다. 결국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스타 조합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완성도 높은 연출이다.


20년 전 <궁>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히 황실 로맨스라는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낯선 세계관을 끝까지 믿게 만든 디테일, 눈을 사로잡는 영상미, 그리고 캐릭터들의 성장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이 진정한 신드롬으로 남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궁>이 왜 명작이 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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