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유치전]① 신한은행 적립금 1위...공격적 영업전략 차별화

/그래픽=박진화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신한은행이 은행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 영업전략을 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모집뿐 아니라 장기 수익률 제고로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돋보이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 모집을 염두에 두고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수익률 향상과 디지털 서비스 개선을 포함한 차별화 전략으로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지키려 한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46조3974억원으로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확정급여형(DB) 16조2655억원, 확정기여형(DC) 13조5885억원, IRP 16조5434억원이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1분기 대비 5조211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6조457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KB국민은행은 4조8070억원, 우리은행은 3조3709억원, 기업은행은 3조910억원, NH농협은행은 2조6094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2023년 말 40조4016억원으로 업계 최초로 40조원을 돌파한 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담인력 확보, 수수료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퇴직연금 시장은 구조적 성장이 담보되므로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금융투자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이 2024년 427조원에서 2034년에는 1042조원으로 10년간 2배 넘게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퇴직연금 관련 운용관리 수수료율이 적립금 대비 연간 0.2~0.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별로 수천억원의 비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IRP 시장이 DB·DC형과 비교해 성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은퇴·이직 등으로 기업이 운용하는 DB계좌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IRP계좌로 적립금이 이동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IRP 비중이 2024년 23%에서 2034년 3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IRP 적립금 규모는 지나해 1분기보다 3조570억원 늘어 은행권 최고 증가액을 나타냈다. 이에 IRP 적립금 1위인 국민은행(16조6593억원)과의 격차가 1688억원에서 1159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ETF 서비스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근로자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위험자산을 늘리는 추세로 퇴직연금에 ETF상품 비중을 높이는 점을 공략해 장기 수익률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나의 퇴직연금'을 전면 개편하면서 고객 수익률 향상을 위해 ETF상품 라인업을 은행권 최다인 190개로 확대했다. 또 ETF거래 시 기존 3단계였던 보유상품 변경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RA) 개발을 마치고 ETF 거래 서비스를 고도화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3월 콴텍투자일임, 쿼터백자산운용과 일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은 은행 업계의 퇴직연금 운용 장기 수익률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퇴직연금은 단기보다 장기 수익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DB형 원리금비보장 10년 운용수익률은 3.68%로 하나은행(3.32%), 국민은행(3.07%), 우리은행(2.47%), NH농협은행(2.59%) 등보다 높다.

IRP 원리금비보장 10년 운용수익률도 3.53%로 국민은행(3.06%), 농협은행(3.04%), 하나은행(2.94%), 우리은행(2.60%)보다 좋았다. DC형 퇴직연금 10년 수익률도 신한은행은 3.69%로 하나은행(3.66%), 국민은행(3.25%), 우리은행(3.14%), 농협은행(3.14%) 등을 앞질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운영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 투자자산 선정에 도움을 주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기·수시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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