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힙하다" 종이책 사 읽는 MZ…한강이 방아쇠 당겼다

임주형 2024. 10. 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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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저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때 아닌 종이책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순간의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 독서가 다시 취미의 영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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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 희박해진 국내
종이책 MZ '놀이문화'로
"출판시장 활력 늘기를"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저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각 소설당 판매량이 수천배 가량 뛰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때 아닌 종이책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순간의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 독서가 다시 취미의 영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또래와는 차별화된 삶을 원하는 20대 MZ 세대가 새 독서 문화를 이끌고 있다.

독서 인구 줄자 종이책은 '힙'해졌다

주말인 13일 오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영업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에서 종이책을 가장 많이 읽는 연령대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최신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대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문화에 가장 친숙한 이들이 종이책에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20대 청년층의 종합독서율(연간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은 78.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 반면 국내 전체 평균은 43.0%에 그쳤다.

왜 MZ 세대가 종이책으로 관심을 돌린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경엔 사상 최저의 독서율이 있다. 지난해 한국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했으며, 도서 구입량은 1.0권, 전자책은 1.2권이었다. 독서 인구 자체가 줄면서 종이책을 소지하고 읽는 사람은 극소수가 됐다. 이런 희소성이 젊은 층에 '힙한 행위'로 여겨진 것이다.

실제 MZ 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등 해시태그와 함께 독서 사진이 올라오곤 한다. 이제는 독서가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화(化) 한 셈이다.

한강 덕분에…"종이책 접하는 인구 늘면 시장에도 활력"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대형 서점 포일스 채링크로스점 언어 섹션에 한국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코너가 설치된 가운데 독자들이 한국어책 서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일종의 '기폭제'가 됐다는 관측이 있다. 실제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도서 판매 기업의 소설 판매량은 급증했다.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 10일 오후부터 13일 오전까지 한 작가의 저서는 26만부가량 팔렸다. 노벨상 수상 이전인 지난 7~9일과 비교하면 910배 늘었다. 일부 저서의 경우 판매량이 3000배가량 뛰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출판사는 물론 제지 업계까지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풀 가동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작가의 수상 소식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출판 기업들의 주가까지 끌어 올릴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종이책 붐'이 한 순간의 이벤트로 사그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요즘 책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 많은데 이 참에 독서 문화가 다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한강 말고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등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출판업계 종사자 A씨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항상 침체 기로에 있었던 출판 시장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호재가 된 게 맞다"며 "물론 지금 같은 판매량은 지속될 수 없지만, 이번 기회에 종이책을 접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실제 책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자리 잡으면 시장에도 활력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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