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게임될까"…제2리먼 뇌관 CS 처리에 당국 고심

UBS와의 합병 유력하게 검토
합병 당사자 반대 입장

긴급 자금 수혈로 고비를 넘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처리 방안을 두고 스위스 금융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투자은행(IB)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경쟁사로의 인수합병(M&A) 등의 선택지가 당국의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하지만 합병 주체들의 강한 반대와 함께 중복되는 사업으로 인한 합병 시너지에 대한 문제 제기, 반독점 이슈로 인한 합병 회의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어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에 빠진 CS를 경쟁사인 UBS가 강제 통합하는 당국의 시나리오에 양측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UBS가 CS 인수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본 IB 중심의 CS 사업 모델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 보수적인 UBS와 공격적인 CS는 기업 문화와 투자 성향에서도 서로 이질적이다.

이같은 장애 요인과 소매금융·자산관리 등 양측의 사업 분야가 크게 중복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CS와 UBS 간 통합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인수합병을 비롯해 스위스 금융당국은 현재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이며, 이날 발표된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74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이후 어떤 추가 조치가 취해질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JP모건은 UBS가 C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관측했다. 최근 열린 금융당국과 CS 경영진 간의 회의에서 제기된 여러 옵션 중 경쟁사로의 인수합병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했다는 전언이다. 당국이 증자 방식으로 CS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가진 뒤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다. 이 연장선으로 UBS가 CS의 소매금융 부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 일부를 구조조정 비용으로 충동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기업분할로 부채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에 본사를 둔 부티크 투자은행 키프 브루예트 앤드 우즈(KBW)는 당국의 긴급 유동성 조치가 CS의 생존시계를 벌어줄 수 있는 조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은행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신속한 기업분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미 금융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도 CS가 지난해 말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40억달러를 투입해 재무난에 땜질식 처방을 하는 대신 기업분할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본질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CS와 UBS 간 합병이 성사된다고 해도 두 거대 은행간의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통합법인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비율 상향 등과 같은 추가적인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병이 정도(正道)는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합병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국에 등 떠밀려 통합이 강행되고 중복된 사업 분야에서 인력 감축 등 조직원들의 이해가 맞서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험난한 통합 과정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CS 처리는 단순한 경쟁사 간 합병이 아니라 스위스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잃어버린 대외신용도를 회복하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S는 당국 지원으로 유입된 70조원으로 당장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CS는 고객 이탈과 투자손실 여파로 지난해 전체로 72억9000만스위스프랑(약 9조980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규모다. CS는 올해도 연간 실적에서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