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지져 버린다" 후배 협박한 오재원…이승엽 "면목이 없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47)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23일 취재진을 만나 “야구계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나를 비롯한 야구계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지난 22일 KBO 사무국에 따르면 두산 선수 8명은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넨 사실을 2주 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오재원은 현역 시절 두산 후배들을 협박해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을 대리 처방하는 '불법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2023시즌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아 오재원과 같은 더그아웃을 쓴 적이 없다. 하지만 현 두산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대리 처방을 한 두산 선수들이) 자진 신고를 했고, 구단은 규정과 원칙에 따라서 조처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 선수들이 그런 문제에 연루돼 안타깝다. 빨리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이 문제를 수습하고 있다. 우리 선수단은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경기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오재원은 2022년까지 뛰었던 최고참 ‘원 클럽맨’이었다. 은퇴 후 해설위원을 맡았으나 몇번의 구설 끝에 방송을 떠났다.
현재 오재원은 '마약 사범'으로 조사받고 있다.
그는 2021년부터 후배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수면제를 받아오지 않으면)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져 버리겠다”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기소됐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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