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월세 '국룰' 50서 60 됐다"…돌아온 대학생은 알바 중
지난해 휴학을 하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던 연세대생 김희연(25·가명)씨는 올해 대면 수업이 확대되자 복학 계획을 세웠다. 휴학 전까지 2년간 살았던 원룸에 다시 들어가려고 최근 부동산을 방문한 김씨는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했다. 집주인이 보증금 1억 20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던 원룸 가격을 1억 5000만원에 15만원으로 올려 받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순간 사기인 줄 알았을 정도로 너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부동산에서는 요즘 주변 월세도 많이 올라서 이 정도면 좋은 조건이라고 하더라”며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내야 하는 비용이 5만원 늘어난 거니까 용돈에 아르바이트비를 보태 겨우 생활하는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했다. 김씨는 더 저렴한 방을 알아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공부 시간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1000/50이 신촌 월세 ‘국룰’? 이제는 1000/60

고물가 속에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 원룸의 월세까지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은 전년 동월보다 고려대 주변이 7만원, 서울대 주변 6만 6000원, 연세대 주변은 7만 2000원 등 올랐다. 보통 월세가 50만원 언저리였던걸 고려하면, 대부분 10% 이상 오른 셈이다. 학생들의 체감은 더 크다. 김씨는 “원래 보증금 1000에 월세 50이 신촌 ‘국룰(국민 룰)’ 이었는데, 친구들이 이젠 1000에 60을 ‘국룰’로 부른다”고 말했다.
월세가 뛰자 울며 겨자 먹기로 거처를 옮기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고려대생 이예림(26)씨는 최근 학교에서 더 멀고 더 작은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51만원이던 월세를 57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아서다. 이씨는 “비슷한 조건의 원룸도 어차피 다 올랐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몸은 힘들어도 돈을 아낄 수 있는 45만 원대 원룸으로 눈높이를 낮췄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에 휴학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학을 다니는 A씨는 “기숙사는 다 떨어졌고, 비싸진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하는 수 없이 휴학한다”고 말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지난해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8.3%로, 비수도권 평균인 27.7%에 크게 못 미친다.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뽑는 재경 기숙사, 공공 지원 기숙사 등이 대안이지만 선발 인원이 너무 적거나 학교와 너무 멀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공 기숙사마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운영하는 공공 지원 기숙사도 2년 만에 20%가 올랐더라”라며 “요즘 들어 ‘서울에서 태어났더라면’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대면 수업 재개와 금리 인상 영향…학생들은 타격
대학가 월세가 폭등한 배경에는 금리 인상과 대면 수업 재개로 인한 수요 증가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비가 올라 신축이 줄다 보니 공급이 달린다”며 “반면 금리가 뛰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몰리는 데다, 대면 수업이 늘면서 코로나로 빠졌던 학생들도 돌아오고 있어 수요는 느는데 방은 부족하다 보니 (월세) 5만원씩은 쉽게 올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월세만 오른 게 아니라서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말한다. 지난 14년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기조도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동아대는 사립대 중 전국 최초로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했다. 진주교대 등 교대 8곳도 등록금을 3~4% 인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대학 재정 부담이 누적되며 이탈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별다른 지원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티고 있다. 김씨는 “난방은 8시간에 한 번씩 돌리고 식사는 냉동 닭 가슴살이나 돼지고기 뒷다릿살 같은 값싼 재료를 대량 구매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클렌징폼 같은 사소한 생필품도 쇼핑몰보단 ‘당근마켓’을 먼저 찾아보고 되도록 중고품을 사서 돈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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