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스타일링 만들기…요즘 K-패션은 이렇게 움직인다
W컨셉·마뗑킴·젠틀몬스터까지… 브랜딩 경쟁 강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잇에서는 스타일을 통해 자신을 브랜딩하는 최근 패션업계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킬잇은 모델과 인플루언서, 디자이너, 브랜드 관계자 등 100인이 참가해 포토 배틀과 스타일링 미션 등을 수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을 활용해 자신만의 캐릭터와 무드를 표현하고, 강한 포즈와 표정,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끌며 자신을 하나의 스타일 콘텐츠처럼 소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토그래퍼 선택 경쟁, 스타일 재해석 배틀 등 SNS 기반 소비 환경을 반영한 미션들이 이어지고,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것을 넘어 ‘누가 더 콘텐츠화될 수 있는가’, ‘누가 더 주목받는 스타일을 만드는가’를 평가하는 구조다.
이런 킬잇의 연출 방식은 최근 K-패션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기존 모델·디자이너 오디션이 런웨이 역량과 제작 완성도 중심이었다면, 킬잇은 스타일 캐릭터와 자기 브랜딩 능력, 콘텐츠 확장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패션 시장 전반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과거 패션업계가 런웨이·컬렉션·디자이너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성수동 팝업과 숏폼 콘텐츠, 인플루언서 착장 중심 소비가 확대되면서 브랜드 역시 제품 자체보다 무드와 스타일 경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W컨셉은 단순 상품 진열보다 화보·에디토리얼 중심 스타일 큐레이션을 강화하며 쇼핑과 스타일링을 콘텐츠처럼 소비시키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쇼핑몰이 제품 정보와 할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스타일과 무드를 제안하는 패션 콘텐츠 플랫폼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뗑킴과 산산기어 등은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가 가진 감도와 분위기, 세계관을 앞세워 SNS 룩북, 셀럽 착장, 팝업 바이럴 전략 등으로 팬층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특정 브랜드의 디자인뿐 아니라 ‘어떤 스타일의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가’를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확산된 팝업 문화도 뿌리가 같다. 최근 성수동 팝업 상당수는 단순 판매 공간보다 포토존과 공간 체험 중심으로 운영되며 ‘인증형 소비’를 겨냥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공간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 마케팅의 일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성수동 상권이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스타일 경험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경험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는 플래그십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전시·체험형 공간으로 구성하며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소비를 강화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매장의 경우 대형 오브제와 설치미술 중심 공간 연출로 ‘전시를 보듯 방문하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탬버린즈 역시 향수와 뷰티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 특유의 공간 연출과 감성 경험을 강조하며 젊은 소비층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 중인 박모씨(27)는 “과거에는 컬렉션과 디자이너 자체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타일을 콘텐츠화할 수 있는 인물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패션과 SNS, 커머스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브랜드 역시 착장 확산력과 콘텐츠 파급력을 핵심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패션 소비는 옷 한 벌보다 특정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함께 소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킬잇 같은 프로그램 역시 단순 패션 예능이라기보다 콘텐츠 기반 패션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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