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칼럼] 6·3이 가져올 나비효과

최훈 2026. 5. 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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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미세한 변화가 예측 못 한 격변을 가져 온다는 게 ‘나비효과’다. 에드워드 로렌츠라는 기상학자가 1961년의 초기 컴퓨터에 데이터의 소수점 6자리 반올림을 3자리로 끊어 입력하자, 예측과 전혀 다른 날씨 패턴이 발생했다. 이를 토대로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초래할 수 있는가’란 강연으로 반향을 불렀다. 자연과학에서 유래했지만 불교나 힌두교의 ‘인과응보’ ‘윤회’ 같은 논리뿐 아니라 ‘자업자득’ ‘권선징악’ ‘사필귀정’ ‘새옹지마’의 인간 세상과도 통해 온 개념이다.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는 약한 인간들에겐 후회, 아쉬움와 함께 때론 자기합리화, 위안 등의 방도도 되어 왔다. 나비효과는 역사, 그중 가장 변수들이 복잡한 정치와 선거에도 꽤 유용한 설명의 도구가 된다.

「 대구시장·부산북갑·평택을 등
선거 곳곳이 미래 정국의 변수
여당 승리 땐 초유의 절대 권력
건강한 미래 부를 날갯짓들 기대

13석의 제2 야당이던 통합진보당에서 2012년 일어난 속칭 ‘머리끄덩이녀’ 사건이 사례다. 당내 분쟁 속의 통진당 회의장에서 20대 여성 당원이 당 대표의 머리채를 잡아당긴 찰나가 조용철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의 앵글에 담겼다. (처키 인형같이) 증오·살기 가득한 여성의 눈빛, 당 대표의 일그러진 얼굴이 어우러진 이 사진은 그해 한국보도사진 대상을 받았다. 이 몇 초의 순간이 미디어에 반복 노출되며 ‘폭력 정당’이란 토네이도를 불러왔다. 그해 정의당으로의 분당을 거쳐, 2년 반 뒤 통진당은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휩쓸려 역사에서 사라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1일 대구 북구 대구복합스포츠타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뒤의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역시 이 같은 나비효과를 가져 올 현장들이 곳곳이다. 여권에선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와 겨루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대구시장 선거에 총력이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총리 출신 김 후보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살아 올 경우 최초의 민주당 대구시장이라는 역사를 만든다”고 했다. 특히 시장 임기가 끝날 2030년 6월이 차기 대선인 만큼, 민주당으로선 차기 주자군에 영남·대구시장 출신의 ‘희소재’를 추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여당 의원도 “김대중 대통령 이후 민주당의 세 대통령(노무현·문재인·이재명) 모두가 영남 태생”이라고 동의했다. 하정우(민주당), 박민식(국민의힘), 한동훈(무소속) 3파전인 부산 북갑 보궐선거 역시 미래에의 변수다. 장동혁의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후보가 만일 영남에서 생환해 온다면 보수의 권력 지형은 요동칠 수밖엔 없다. 윤석열 정권에서 내쳐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함께 미래 보수 정치의 토네이도를 부를 쌍두마차를 예측해 볼 수가 있다.

평택을 재선 조국(조국혁신당) 후보의 당락 역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김용남(민주당), 유의동(국민의힘) 후보와의 각축전에서 승리한다면 범여권 권력과 차기 주자군의 지형엔 난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합당 논의까지 있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지만, 김용남·조국은 지금 평택 토박이 강자인 유의동 대신, 서로를 향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조 후보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조국 저격수’로 불렸던 김 후보를 민주당이 전략 공천하면서다. 등원으로 범여권 내에서 차기 주자 입지를 모색해야 할 조 후보와, 민주당의 확실한 차기 주도권을 꾀하는 정청래 대표와의 대리 신경전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이례적으로 김용남 후보의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만일 김용남·조국 단일화가 무산되고, 어느 한쪽이 이길 경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틈새가 커질 혼돈의 평택벌 전장이다.

6·3의 밤은 정청래, 장동혁 대표의 흥망, 전체 정국에도 소용돌이를 부를 수밖에 없다. 두 대표의 내심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쥘 당권 유지다. 공천자 340명에게 직접 자기 명의 공천장을 주며 ‘나의 6·3 선거’에 올인해 온 정 대표의 독자 권력이 커질수록, 친이재명계는 견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의 생리다. 한 친명계 의원은 “어떤 선전에도 불구, 서울을 잃는다면 정 대표의 압승 명분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도 했다. 집권당 내 권력 갈등과 분화는 그러니 6·3 이후의 관전 포인트다. 장 대표는 ‘영남권 선방’ ‘서울 승리’라면, 당권에 집착하겠지만 보수 신당 창당 가능성 등 극심한 역풍과 내홍을 피할 순 없을 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1일 강원 춘천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6·3은 한국 정치의 새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행정·입법을 장악한 민주당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되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합법 선거에 의한 절대 권력의 도래를 맞게 된다. 사법 권력 역시 여권에 의해 잠식돼 온 형국에서다.

절대 권력은 충성·강경파의 득세, 도취, 민심과의 괴리로 늘 파국을 맞아 왔다. 이미 전 세계는 합법적 선거와 헌법 체제에 의한 비(非)자유 권위주의 국가(92곳)가 민주주의 국가(87곳)들을 넘어서 왔다(2026년 3월, 스웨덴 V-Dem 자료). 교황 레오 14세가 “세상이 한 줌의 폭군들(a handful of tyrants)에 의해 황폐해지고 있다”고 한 일갈은 속세의 새 흐름인 합법적 독재에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후보와 심판관인 유권자 모두에게 나라·후대를 위한 건강한 변화를 낳을 6·3의 날갯짓만을 기대해 본다.

최훈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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