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 75조 자금 들어온다…금리·환율 안정 '마중물'
내년 11월부터 실제 지수 반영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지 2년 만이다.
내년 말부터 실제 지수 반영이 시작되면 약 75조원 규모의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 향후 시장 금리와 환율을 안정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한국 국채를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하반기 정례 시장분류를 공개했다.
FTSE 러셀은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과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로 꼽힌다. MSCI는 미국계 펀드들이 주로 추종하는 지수이며, FTSE 러셀은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의 자회사로 세계 최대 시장지수 산출기관 중 하나다.
WGBI는 주요 26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로, 추종자금만 2조5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WGBI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와 함께 3대 글로벌 채권지수로 꼽힌다.
WGBI 편입은 우리나라가 지난 2022년 9월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 리스트 등재 이후 4번째 도전 만에 성공한 것이다. 관찰대상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시장 접근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앞선 세 차례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대 국가 중 WGBI에 편입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간 시장 접근성 제고를 높이기 위해 제도적 정비에 공을 들였다. 국채통합계좌 개통,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 마감시간 연장, 외국인의 국채투자 비과세, 외국인 투자자등록제(IRC) 폐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FTSE 러셀은 한국의 시장 접근성이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섰다면서 “한국은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한국 채권 시장에 대한 국제중앙예탁결제기구(ICSD)와의 연결성을 높이고 7월부터 한국 원화에 대한 제3자 외환거래를 허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제도개선을 시행함으로써 글로벌 투자를 확대, 장려하려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우리나라 국채 시장도 드디어 선진 대열에 합류했다며 반색하며 향후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 국채 시장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고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WGBI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으로 추산된다. WGBI 추종 자금이 3조 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600억~750억 달러의 자금 규모다. 내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최소 600억 달러(약 80조6400억원)의 패시브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80조원은 정부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와 비슷한 규모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83조7000억원이 순발행 규모다.
시장에서는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에 대해 단기적 환율 및 금리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WGBI 편입 발표로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외환시장 안정”이라며 “WGBI 편입으로 약 500억 달러의 추종 자금이 내년 11월 전까지 한국 국채에 들어올 경우 분기당 100억 달러의 자금 유입폭을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GBI 관련 수요가 2025년까지 환율 안정을 유도할 공산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에서 장기 투자 성향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라면서 “기본적으로 WGBI 편입 시 외인들의 매수는 3~10년물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국채의 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한국 국채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형성돼 있었다. 향후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금리 인하로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역동성, 그리고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 2년간 추진해온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확신과 신뢰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우리나라가 WGBI에 편입된 것과 관련해 “건전 재정 기조를 비롯한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가 이뤄낸 쾌거”라며 “정부는 앞으로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글로벌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관련 제도를 지속 점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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