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후보 10명 중 최고였다"…"왜 하필 독일인?" 英 회장 '공정 선발' 강조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마스 투헬 감독 선임 논란에 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섰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마크 벌링엄 회장은 이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추렸던 10명의 후보군 중 투헬 감독이 가장 뛰어났다며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한 끝에 감독을 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16일(한국시간) 투헬 감독을 차기 A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고 리 카슬리 감독 대행 체제로 접어든 뒤 새 사령탑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 시즌까지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했던 투헬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 투헬 감독을 선임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투헬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투헬 감독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을 강조했다. 투헬 감독은 과거 첼시를 이끌고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카이 하베르츠(현 아스널)의 결승골에 힘입어 유럽 정상에 선 바 있다.
이후 첼시에서 경질된 뒤 잠시 시간을 보내다 독일 최고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등을 비롯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이 12년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결국 계약 해지로 팀을 떠났다.
투헬 감독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PSG), 첼시, 바이에른 뮌헨 등 각국의 빅클럽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감독이지만, 정작 영국 현지의 반응은 썩 좋지 못하다. 투헬 감독이 이전 팀에서 선수들과 불화가 있던 감독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국 출신 감독이 아닌 독일 국적의 지도자라는 게 그 이유다.
'축구 종가'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이 있는 일부 잉글랜드 언론들과 팬들은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의 감독이 대표팀을 지도하는 걸 싫어한다. 클럽이 아닌 대표팀이기 때문에 대표팀의 분위기와 잉글랜드라는 국가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 대표팀을 이끄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인 것이다.
잉글랜드 팬들은 이전부터 외국인 감독을 반기지 않았다.
잉글랜드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선임된 외국인 감독은 지난 8월 말 작고한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감독이었다. 2001년 잉글랜드 감독으로 선임된 에릭손 감독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던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2002 한일 월드컵과 유로 2004 8강, 그리고 2006 독일 월드컵 8강 등의 기록을 세웠다.
뒤이어 2007년 이탈리아 출신의 전술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부임해 5년간 팀을 지휘했으나 역시 숱한 비판 속에 대표팀을 떠나야 했다.
첼시에서 잉글랜드 무대를 경험했던 투헬 감독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투헬 감독이 차기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투헬 감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팬들만이 아니라 언론들도 공개적으로 투헬 감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유명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메일'은 잉글랜드축구협회가 투헬 감독을 선임하자 "잉글랜드 축구 암흑의 날"이라며 "잉글랜드의 감독은 끝까지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었던 인물이 맡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매체는 "투헬 감독은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그리고 세 번째도 국가를 우선시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면서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 그리고 잉글랜드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정통파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렇듯 투헬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자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인 벌링엄이 직접 나섰다. 벌링엄은 투헬 감독이 공정한 절차 끝에 선임됐으며, 후보군에는 잉글랜드 출신 감독도 있었지만 능력 면에서 투헬 감독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투헬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과 세계 최고의 영국인 코치 중 한 명을 데려왔다. 우리의 목표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며, 투헬 감독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투헬 감독의 합류를 기뻐했다.
이어 "우리는 유로가 시작되기 전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고 계획을 세웠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사임한 이후 그 계획을 시작했고, 잠재적 후보들을 만나 평가를 거쳤다"며 "이 과정은 비밀스럽게 이뤄졌다. 이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지만, 우리만이 아니라 후보들을 위해서도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며 이전부터 감독 선임 작업이 이뤄졌다고 했다.
벌링엄은 계속해서 "우리는 10명 정도의 후보자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영국인 후보자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투헬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고, 선수들과 협력해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 월드컵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방법을 제시하는 등 정말 뛰어났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팬들과 언론들이 원하는 영국 출신의 감독도 후보에 있었지만, 그런 후보조차 제쳐놓고 투헬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 것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선택도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갔지만 프랑스에 패배해 쓴맛을 본 잉글랜드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투헬 감독이 대회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표팀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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