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한의학...'입덧' 가볍게 넘기려면

조회 2552024. 4. 9. 수정

글쓴이 : 최수지 (동의대 한의대 교수)

임신...구역질과 구토는 기본이지만
심하면 체중 감소와 수분, 전해질, 영양 부족 및 신진대사의 불균형 유발할 수 있어

진료를 할 때면 입덧으로 음식을 못먹어 핼쑥해진 임신부들을 종종 만난다. 입덧은 70~85%의 산모에게 발생하는 오심(구역질)과 구토 증상이다. 대부분 임신 20주 이전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 증상이 심해 음식 섭취가 어렵거나, 20주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임신오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임신오조는 오심 및 구토 증상이 매우 심하게 발전해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오심과 구토가 심해 종일 지속되고, 체중 감소와 수분, 전해질, 영양 및 신진대사의 불균형을 유발하기에 치료가 필요하다.

임산부. / 언스플래시(Unsplash) 최서연 제공

◆입덧, 임신오조는 왜 생길까

임신 중에는 자궁이 커져서 소화기관이 압박받아 위치가 변하고, 임신 중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이 장 통과시간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줄어든다. 이러한 임신 중 소화기계의 변화로 인해 가슴 쓰림 및 오심, 구토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임신 중 구토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임신 관련 호르몬의 갑작스런 과다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입덧이 가볍게 있다면 ‘임신 호르몬이 잘 늘어나고 있구나, 임신 유지가 잘 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산을 1~2번 경험한 여성의 경우 초기 입덧이 유산 위험 감소(50~75% 감소)와 연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메슥거림이 더 심해져 구역감이 생기고, 구토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구역과 구토가 반복되면 식사도 못하고, 먹은 것조차 토하게 된다. 이런 경우 태중 아기에게도 영양공급이 잘 안되기에 자칫 잘못하면 태아의 성장장애 및 신생아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입덧을 그냥 견디기만 하면 안 된다.

◆입덧을 이겨내는 방법은

임신 중에는 한의학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약을 먹기가 조심스러운 경우에 침이나 지압 치료, 성분이 간단한 한약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입덧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혈자리로는 내관혈이 있다. 손목 안쪽에서 엄지 두 마디 정도 아래로 내려온 중간지점이다. 이 부위를 지압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기에 지압밴드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또 등 뒤쪽의 격수혈이 효과가 있다. 등 날개뼈 아래와 같은 높이에서 척추와 날개뼈 사이 중간 자리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면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도 도움이 된다. 음식으로도 쓰이고 약으로도 쓰이는 생강이 대표적인 한약이다. 우리가 음식으로 먹는 본초이기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작은 생강편을 입에 물고 있으면 구역감을 멎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생강청을 따뜻한 물에 탄 생강차를 식힌 후 수시로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모과다. 한의학 본초이름은 목과이다. 모과차로 조금씩 마시면 구역감이 가라앉게 한다.

이러한 경혈지압과 음식으로도 효과가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식약공용' 한약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한약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음식으로 일상생활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이는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생강과 목과(모과), 경혈지압으로 호전이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한약을 사용해 봄이 좋겠다. 임산부 치료에 한약을 널리 사용하는 일본에서는 오령산·반하후박탕·오수유탕·인삼탕 등을 활용해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연구가 많다.

입덧이 있다면 임신부라고 건강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을 필요는 없다. 안전한 음식이라면 입맛에 맞는 것을 위주로 섭취하는게 입덧을 잘 극복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건강한 방법이다. 공복 상태는 메슥거림을 더 악화시킨다. 입덧이 있을 때는 공복을 피하고 크래커, 쌀 뻥튀기와 같은 마른 음식을 수시로 먹는 것이 좋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크래커를 소량 먹고 일어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수분 보충을 위해 음료를 중간중간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음료는 맑으면서 시원한 것, 전해질이 포함된 것, 탄산이 함유된 것, 신맛이 나는 것이 좋다. 진저에일, 레모네이드 등을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피하고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이 좋다.

글쓴이 최수지 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한방부인과 전문의로서 현재 동의대학교 한방부인과 교수로 여성질환을 진료 및 연구,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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