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마추어 같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시행 전 '폐지'

배중현 2022. 9. 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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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입 예정 육성형 외국인
10월 이사회에서 '폐지' 논의
"제도 실효성 없다" 부정적
우왕좌왕 속 시행 전에 '좌초'
2023년 도입 예정이던 육성형 외국인 선수가 사실상 폐지된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구단의 거부감이 심해 오는 10월 KBO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실행위원회에서 폐지로 가닥이 잡힌 만큼 이사회에서 반려될 가능성은 작다. 사진은 지난 7월 만원 관중이 들어선 잠실구장의 모습. IS 포토

프로야구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실상 좌초됐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내년 도입 예정이던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도 하기 전 폐지 수순을 밟는다. 한 구단 단장은 지난 27일 실행위원회(단장 회의)가 끝난 뒤 "(이 제도가) 살아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실행위원회에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9월 실행위원회에선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폐지 의견으로 10월 이사회(사장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사회에서 실행위원회 의견이 반려될 가능성은 작다.

KBO는 2020년 1차 이사회에서 '2023년부터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다'고 의결했다. 기존 보유 가능한 외국인 선수 쿼터(3명) 이외 구단별로 외국인 투수와 타자를 각각 1명까지 추가할 수 있게 규약을 개정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각각 30만 달러(4억3000만원)를 초과할 수 없게 가이드라인까지 정했다. 외국인 선수를 키워서 활용하는 일본 프로야구(NPB)처럼 '육성'에 포커스를 맞춰 외국인 선수 제도의 대변화가 예고됐다. 하지만 첫발을 떼기도 전에 제도가 표류했다.

A 구단 단장은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는데 제도가 애매하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라고 말하지만 육성도 아니고 대체 선수도 아니다. 통역을 비롯한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선수당 3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며 "(프로야구 구단 사정상) 언제 쓸지도 모르는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 그렇게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다른 구단 단장들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B 구단 단장도 "육성형이라고 하더라도 1군 외국인 선수에 들어가는 비용과 큰 차이 없다.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열린 제4차 KBO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NPB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무제한이다. 1군 등록만 5명(코로나 전엔 4명)으로 제한한다. 젊은 선수를 2군에서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몇몇 구단은 도미니카공화국 등에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선수를 수급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412홈런을 기록한 알폰소 소리아노는 열아홉 살 나이로 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입단했다. 말 그대로 '육성'이다. 하지만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제한돼 탄력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C 구단 단장은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운용되려면 일본처럼 보유 한도를 없애는 게 맞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못하는 건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과 마찰을 우려하는 게 아닐까 싶다. 2군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면 국내 선수가 뛸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거"라며 "육성형 외국인 선수는 취지가 불분명하다. 1군 선수가 단기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그 자리를 채우면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 차감으로 봐야 할지 아닐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제도가 우왕좌왕하면서 선수 수급을 준비하던 대리인들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새로운 선수 시장이 열린다고 판단해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제도 시행이 불명확해지면서 모든 게 올스톱이다. 입장을 바꾼 구단들도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애초부터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면 2년 전 논의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한 대리인은 "제도 논의를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시행 6개월도 안 남기고 폐지라니 유감"이라며 "구단들이 눈앞의 이익 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프로야구 발전이 더딘 거 같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아마추어 같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KBO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제도 전체 틀을 두고 구단과 논의하는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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