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운전대를 잡은 '정숙한 세일즈'의 4인조

이마루 2024. 10.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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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김성령, 김선영, 이세희가 성인용품 방문판매원이 된다면? 그녀들이 인생을 운전하기 시작했다
「 김소연과 김성령이 어른들의 장난감을 들고 찾아갑니다! 」

오늘 화보 컨셉트는 ‘여성들의 화려하고 당당한 외출’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여자 네 명의 케미스트리가 한껏 고조되던걸요

소연드라마 현장에 몰입해 있다가 화보 촬영으로 모이니까 또 색달라요. 여성들의 성장과 자립, 우정이 재치 있게 담긴 것 같아 기대됩니다. 성령아니, 저는 왜 이렇게 소연이가 뭘 해도 웃기죠(웃음). 너무 귀여워요. 저는 여자들의 서사가 쫙 펼쳐지면 너무 좋아요. 우리의 화려한 외출.

〈정숙한 세일즈〉의 4인방 정숙(김소연), 금희(김성령), 영복(김선영), 주리(이세희)는 1990년대 전라도 시골 마을에서 각자의 이유로 ‘성인용품 방문판매원’ 일을 시작합니다.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의 마음은

성령 이제 이런 주제도 드라마에서 다뤄질 수 있구나.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쉽지 않은 주제잖아요. 소연 너무 ‘신박한’ 주제 아니에요? 성인용품을 방문 판매하는 역할이라니까 주변 사람들이 너무 흥미롭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더라고요. 시작부터 우리 드라마가 큰 힘을 얻고 가는구나 싶었죠.

김선영이 입은 프린지 하이넥 톱과 트렌치 롱스커트는 모두 Burberry. 니 하이 부츠는 Charles & Keith. 김성령이 입은 옐로 레더 코트와 쇼츠, 니트 톱과 레이스업 부츠는 모두 Gucci. 이세희가 입은 크롭트 파카와 체크 셔츠, 스커트와 레더 부츠는 모두 Burberry. 김소연이 입은 딥 그린 레더 코트와 쇼츠, 니트 톱과 벨트는 모두 Gucci. 롱부츠는 Moschino.

촬영하면서 성인용품을 직접 만져보니 어떻던가요

소연 요즘 제품은 디자인이 예쁘더라고요. 채찍과 티 팬티, 바이브레이터, 젤 등 별게 다 나와요. 성령 그렇지. 너무 귀여웠어요. 장난감처럼 색깔도 알록달록. 아주 오래전 친구 만나러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갔어요. 친구가 성인용품 숍에 구경 가자길래 따라갔죠. 그때는 모양이 꽤 적나라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실제로 그 시대에 성인용품 방문 판매를 한다면 어떤 말로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까요

성령 지금도 쉽지 않은 문제잖아요. 근데 1990년대에 판매하는 건 더 어려웠겠죠. 음, 시골은 도시에 비하면 놀거리가 많이 없고 인간은 놀고 싶어 하니까 ‘생활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어른 장난감’이라는 말로 매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웃음). 소연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주 신박한 요물을 갖고 여러분 댁을 방문하겠습니다. 단, 비밀 보장!

‘한정숙’은 생활고로 방문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오금희’는 호기심에 일을 시작하죠. 뜨거운 우정을 쌓아가는 정숙과 금희를 연기한 두 사람의 호흡이 궁금했어요

성령 소연이와는 두 번째 작품이에요. 작품에서 자주 부딪히진 못했죠.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만나도 그간 함께해온 것처럼 편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정숙한 세일즈〉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숙의 역할에 소연이가 딱이라는 생각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소연이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죠. 소연 정숙이가 금희를 의지하는 만큼 저도 언니에 대한 마음이 커요. 촬영 스케줄 표에 언니랑 찍는다고 쓰여 있으면 기분 좋아요.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촬영현장이 너무 어렵고 힘들 때 성령 언니가 큰 힘이 돼준 기억이 있어요.

김소연이 입은 뷔스티에 롱 드레스는 Versace. 블랙 플랫폼 힐은 Gianvito Rossi. 김성령이 입은 블랙 재킷과 롱스커트, 스카이 블루 셔츠는 모두 Bally.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숙한 삶을 살아온 한정숙 역할에서 답답하거나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는지

소연 저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숙이가 너무 되고 싶었고, 그와 사랑에 빠졌어요. ‘허당미’ 있고 엉뚱하지만 그 안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인물이거든요. 정숙이는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실패를 거듭해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겨내요. 그런 면이 제가 추구하는 것과 닮았어요. 자연스럽게 정숙의 삶을 응원하게 됐죠.

다양한 작품과 역할을 섭렵해 온 김성령 배우에게 금제의 사모님 오금희 역할은 조금 밋밋해 보였나 싶기도 해요

성령 맏언니 역할을 하고 싶었고, 저도 대본을 읽으며 정숙을 아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정숙뿐 아니라 금희를 비롯해 주리와 영복도 ‘방판 시스터즈’로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단단한 땅이 되는 역할이라 모두 소중하죠.

금희는 성령을 어떻게 자극했나요

성령금희는 결혼해서 금제로 내려온 이후 남편의 제안으로 취미생활을 하며 수동적으로 살아요. 그러다 이 일을 알게 되고, 동생들을 만나 희열을 느끼죠. 아,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고 일의 재미를 누리면서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요. 50대 중반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싶어 할 삶의 활력소를 금희가 찾아 나서는 모습이 공감을 자아냈죠.

레드 재킷과 팬츠는 모두 Ferraga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각각의 이유로 힘들었던 여자들이 함께 일하며 끈끈한 정을 느끼고 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네 배우도 연기하며 각각의 고민이나 삶에 대해 대화했을 것 같아요. 촬영현장에서 김선영과 이세희를 비롯해 네 사람의 주된 대화는

성령 주로 서로를 응원하는 대화만 한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어! 다들 너무 착해서 그런가. 소연 건강 이슈 있잖아요! 성령 언니가 항상 영양제를 챙겨 오세요. 섬세하게 소분해서 하나씩 나눠주시죠. 되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현장이었어요. 아, 과일도 깎아주시고요(웃음)!

남편과 결혼 전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면 결혼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금희처럼 두 사람에게 조건으로 걸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성령 가치관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게 정말 중요해. 소연 맞아. 저도 이번에 남편과 이사를 하면서 느낀 게 많아요. 삶의 방향이 비슷한 사람과 큰일을 함께 할 때 오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죠. 성령 자유로움도 중요해요.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해야 하죠. 애정을 강요하는 건 삐뚤어진 사랑인 거지.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2020년대 여성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성령 저는 문화와 도시가 발전하는 과도기를 겪었잖아요. 변화가 엄청나죠. 요즘은 사람들이 아주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부러워요. 소연 존중과 평등이라는 단어가 예전에 비해 제법 확립된 것 같아요. 촬영현장만 봐도 느껴지죠.

김성령이 입은 셔츠는 Bally. 김소연이 입은 드레스는 Versace.

두 사람이 세상을 유쾌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소연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큰 재미입니다. 성령 저는 그 방법이 나이대마다 달라지더라고요. 40대 때는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게 싫었어요. 나랑 안 맞는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50대가 되니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고, 비로소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취미 활동에 몰두해요.

역동적인 활동을 좋아한다고요

성령 공연을 보거나 테니스도 하고요. 스쿠버다이빙도 좋아해요. 근데 캠핑을 한 번도 못 해봤네요. 누가 나 좀 데려가주면 안 될까(웃음)? 스쿠터도 배우고 싶고요. 소연 언니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게 부럽더라고요. 저는 연기 빼고는 수다 떨거나 맛있는 거 먹는 게 전부거든요.

연기와 취미, 자기관리, 다채로운 활동을 즐기는 김성령 배우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것은

성령 요즘 가장 고민이 내 존재 자체가 주변 사람에게 불편함을 끼칠 것 같다는 거예요. 나도 옛날에 그랬거든요. 돌이켜보면 선배님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그냥 어려운 존재였어요. 내가 느낀 부분이라 어린 친구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걸 너무 이해하죠. 어떻게 하면 장벽을 허물 수 있을지 고민해요. 소연 제발 저희와 놀아주세요. 간절히 원합니다(웃음).

화이트 롱 코트와 애로 핀은 모두 Alexander McQueen by Seán McGirr.

김소연 배우는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설레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소연 사랑 앞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몰랐는데 〈편스토랑〉을 보며 느꼈어요. 저는 항상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무탈하기만 바랐거든요. 근데 이제는 퇴근하고 문을 열면 항상 오빠가 있고, 결혼이 주는 즐거움이 커서 그런지 제가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내가 저런 말투를 썼구나 싶기도 하고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인생의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성령 각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다 옳다고 하죠. 하지만 모든 갈등의 원인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이해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공감 능력을 키우고 배려하며 이해력을 키우는 게 삶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소연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도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는 것. 그에 대한 보상이 당장 안 보여도 어느 날 뜻밖의 선물처럼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굳은 심지를 갖고 밀고 나가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정년퇴임’ 없이 계속 일하는 배우로서 나의 매력에 대해 말해 주세요

소연 일할 때는 최선을 다해요. 정말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일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성령 선영이가 그랬어. 소연이는 가슴에 용광로 같은 활화산이 있다고. 이렇게 착하고 시원해 보여도 내면에 뜨거움이 있는 친구예요. 소연 언니의 매력은 솔직함이랍니다. 성령 근데 그 솔직함이 솔직하려고 노력해서 표출되는 게 아니라 그냥 머리가 나빠(웃음). 머리를 굴릴 줄 몰라. 타고난 걸 어떻게 해.

이세희가 입은 그레이 재킷과 셔츠, 스커트는 모두 Sportmax. 블랙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선영이 입은 블랙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ison Margiela. 이너 웨어로 입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캐빈 트롤리는 Gucci.
「 우뚝 선 여자들, 김선영과 이세희 」

네 배우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니 화면이 가득 차는 기분이에요

선영 30대부터 50대까지 네 명의 여자가 함께한다는 의미가 크죠. 공통 화제가 많다 보니 빨리 친해지고, 시너지도 나고요. 이렇게 여성들의 세계가 드러나는 작품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세희 저도 든든한 언니들과 함께한다는 게 이렇게 의지가 될 줄 몰랐어요. 촬영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빈자리가 곧바로 느껴져요.

1990년대 시골 마을의 성인용품 방문판매원’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처음 어떻게 다가왔나요

세희 너무 신선하다! 재미있겠다! 촬영이 어떻게 될지 기대가 컸습니다. 당연히 부담도 있었지만, 그보다 현장에서 언니들과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선영 배우로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죠. 그리고 TV에서 제약이 있을 뿐 OTT를 통해 우리는 이미 다양한 수위와 주제의 작품을 접하고 있잖아요? 이 새로운 주제 앞에서 현장에서도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아요.

새로운 주제라고 하면

선영 섹스, 성인용품 같은 것. ‘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 있잖아요. 199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지금 보면 ‘저렇게까지?’ 싶은 부분도 있지만 또 이를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반추하게 되죠.

원작 〈Brief Encounters〉의 배경이 된 1980년대 영국에서도 여성에게 성이 금기시됐다고 하더군요

선영 원작이 있긴 하지만 〈정숙한 세일즈〉에서는 저희만의 세계관이 펼쳐져요. ‘19금’인 원작과 달리 그 안에서 코미디를 토대로 알콩달콩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왼쪽) 블랙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ison Margiela. 블랙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레드 드레스는 Ferragamo.

코믹한 요소가 많은 만큼 현장 분위기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세희 상황적으로 재밌는 순간이 많아요. 그리고 점점 승부욕이 생겨요. 누군가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려서 웃겼다? 그럼 서로 더 하겠다고 하죠. 입술도 괜히 더 번지게 그리고(웃음).

이세희 배우는 미혼모 주리 역할을 맡았어요. 연기하며 발견한 내 안의 편견도 있을까요

세희 1990년대든 2020년대든 그리고 미래에도 소수자를 무시하거나 혹은 동정하는 일부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죠. 그런 노력 끝에 단단한 사람이 된 주리처럼요. 그리고 주리는 미장원 대표인데, 그 공간이 정말 예뻐요. 세트 팀과 의상 팀, 헤어 팀 다 너무 좋아요! 선영 진짜 잘하는 팀이 붙었죠. ‘보는 재미’까지 있는 작품일 거예요.

한편 서영복은 남편 대신 가계를 책임지고 두 아이를 키웁니다

선영 가장 평범한 아줌마죠. 〈응답하라 1988〉 〈사랑의 불시착〉 〈동백꽃 필 무렵〉 등 제가 ‘아줌마 연기 전문 배우’인데, 꼭 아줌마 역할이 아니더라도 배우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두려움이라고 봐요. ‘전과 똑같네’라는 말을 들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도발적인 이미지든, 터프한 역할이든 마찬가지죠. 이 업계는 이미 잘 구축된 이미지를 가져다 쓰려고 하지,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결국 그럼 서영복이라는 캐릭터가 진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원론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배우라면 누구나 다 고민하고 발버둥치는 부분 아닐까 해요.

저는 그래도 영복이 금슬 좋은 부부라는 설정이 굉장히 좋던데요

선영 맞아요! 그건 참 좋아요. 내가 이 사람을 택했고, 그 사람에게 어떤 사정으로 일이 주어지지 않을 때 내가 경제 주체로서 우뚝 서야겠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또한 먹고살기 위해! 그게 이야기의 시작이죠.

이세희가 입은 드레스와 힐은 모두 Ferragamo. 김소연이 입은 롱 코트와 애로 핀, 부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by Seán McGirr. 김성령이 입은 레드 재킷과 팬츠는 모두 Ferraga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선영이 입은 블랙 코트와 플리츠스커트는 모두 Fabiana Filippi. 블랙 이너 웨어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 하이 부츠는 Charles & Keith.

김선영과 이세희는 어떤 사이인가요

선영 세희는 막내인데 분위기를 주도하는 면이 있어요. 밝고, 맛있는 것 먹자 하고. 그런데 그게 진심 같아요. 무슨 색 좋아하냐고 묻더니 텀블러를 단체로 사오질 않나. 그리고 현장에서 스틸 컷도 혼자 막 찍어요. 배우가 현장에서 연기하고 컨디션 관리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저것까지 하나 싶다가도, 찍은 사진을 받아보면 또 좋긴 하더라고요?

막내 세희 씨가 느끼는 언니들 한 명 한 명의 매력도 듣고 싶네요

세희 흠, 차례대로 말해 볼게요. 선영 어머, 이걸 폰 메모장에 써온 거야? 너무 귀엽다! 세희 제가 인터뷰 경험이 적어가지고(웃음). 우선 성령 언니는 대선배임에도 굉장히 열려 있는 사람이에요. 덕분에 현장이 유쾌하죠. 가볍게 던지는 말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이 엄청나요. 그리고 선영 언니는 아까 보신 것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현장을 다 보고 있어요. 단역부터 스태프까지 모두를 조용히 챙기는 사람이죠. 그리고 워낙 베테랑 연기자다 보니 제가 배우는 게 많아요. 가끔 자꾸 의지하는 게 언니에게 부담 주는 것 같아 미안할 정도로요. 선영 세희 우는 것 같은데요? 어머, 김선영 미담 이야기하다가 울었다고 꼭 써주세요!

아직 연예계 ‘미담 제조기’ 중 한 명인 정숙이, 김소연 배우 차례가 남았습니다만(웃음)

선영 그 언니 이야기는 해봤자 미담에 미담을 더할 뿐이야. 차라리 욕을 하면 어때? 세희 아닌 게 아니라 저도 그 생각을 좀 해봤어요. 좋은 말이 너무 뻔한가 싶어서(웃음)! 그런데 소연 언니는 진짜 ‘부처님’ 같으세요. 항상 인자한데, 그게 정말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친절함이라서 언니는 자기가 친절한지도 몰라요! 그런 걸 보면 제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이다 싶기도 해요. 이런 언니들과 함께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세희가 입은 재킷과 셔츠, 스커트는 모두 Sportmax. 김선영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ison Margiela. 김성령이 입은 재킷과 롱스커트, 셔츠는 모두 Bally. 김소연이 입은 드레스는 Versace.

작품 기획안에 쓰여 있던 “도전하는 줄도 몰랐지만 금기에 도전하고, 힘이 될 줄 몰랐지만 서로 큰 위로가 되어주며, 꿈이 될 줄 몰랐던 꿈을 찾게 된다”는 문장이 몹시 마음에 와닿더군요. 두 사람에게도 지나고 나니 나를 변화시켰던 사람 혹은 경험이 있나요

선영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잖아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계속 만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더 안 만나게 되기도 하고. 저희 작품 속 인물 네 명도 모두 처음에 일로 만났지만 서로의 아픔과 꿈, 수치심까지 알아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저희들의 관계가 등장인물 관계처럼 돼가는 것 같아요. 이 팀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작품을 통해 저도 중요한 걸 얻은 셈이죠. 세희 모든 경험이 조금씩 내게 영향을 미쳐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래서 실패의 경험도 좀 더 소중히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그런 걸 보면 미래만큼이나 과거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아기도 해요. 이 경험이 미칠 영향은 결국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니까요.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2020년대 여성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선영 배우의 입장으로서만 말하자면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호프, 셰익스피어…. 작품 주인공이 거의 다 남자잖아요? 자연스럽게 남성의 삶이 인간의 서사인 양 받아들이며 살게 되죠. 1995년에 데뷔했는데 20대면 사랑에 목메고, 40대는 내 가족의 안위를 바라는 엄마로 그려지는 시나리오와 대본을 보며 일해 왔어요. 〈더 글로리〉 같은 여자의 복수 이야기는 3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죠. 제 영화 〈세 자매〉는 2020년 작품임에도 여자들이 남편과 바람 피운 상대방의 얼굴을 밟고, 소주 마시고, 자해한다고 ‘수위가 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90년대 작품인 〈해피엔드〉에서 남자는 어떤가요? 그냥 바람 피운 부인을 죽여버리잖아요. 남성의 폭력은 고뇌와 분노의 분출이라고 하죠. 저희 작품이 1990년대에도 존재했던 ‘수동적이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네 여성의 서사를 정말로 그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확신해요. 세희 사회 분위기는 달라도 삶을 사는 여성들의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존재가 부각되지 않았을 뿐 엄마로서, 주부로서, 직장인 혹은 대표로서 그때나 지금이나 열심히 살긴 매한가지거든요. 당시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열하게 살았는지는 10월! JTBC 〈정숙한 세일즈〉에서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웃음)!

30대와 40대 여성으로서 나보다 더 어린 여성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희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해 줄걸! ‘너 이것밖에 못해?’라며 스스로 다그쳤는데 왜 나를 그렇게 대했는지 안타까워요. 다른 사람에게는 ‘노력해 보자’ ‘넌 더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할 거면서. 선영 맞아. 다들 그래. 그게 문제야. 전 오히려 딸에게도 조언을 받는 편입니다.

지금 두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은 뭔가요

선영 아름다운 작품, 멋진 작품에서 연기하는 것. 그리고 극단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세희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인생은 어떻게든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너무 갈구하면 또 그만큼 슬퍼지기도 하니, 그래서 일단 지금 가장 큰 욕구는 수면입니다. 7~8시간을 꽉 채운 ‘통잠’을 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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