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책, 군대에서는 못 본다…심사 번번이 탈락하는 이유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의 책들이 군 내부 도서 선정 심사에선 여러 차례 탈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3개 작품이 진중문고를 선정하는 국방부 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에 2019∼2021년 수차례 상정됐다.
진중문고란 군 부대 도서관이나 생활관에 비치되는 도서를 말한다. 국장급 공무원 1명과 외부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심사해 선정한다.
한강의 세 작품은 그간 시중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되면서 자동으로 심의 대상에 올랐으나, 진중문고로는 선정된 적이 없다.
선정 제외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군 당국은 "진중문고의 초점이 장병 정신 전력 강화에 맞춰져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많은 국민이 읽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위주로 심사하기는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사회적 사건을 다뤘거나 표현 수위가 높은 책들은 대체로 예외 없이 탈락한다"고 부연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작 중 제주 4·3 사건을 다뤘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고,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육식, 가부장제,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다루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강의 작품들이 진중문고 특유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도서의 문학적 가치와 별개로 군에서 장병들이 보는 진중문고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시간으로 지난 10일 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13일 정오까지 한강의 작품이 50만부 판매고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수상 직후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27만부, 교보문고에서 같은 날 정오까지 26만부가량 팔렸는데, 이는 1분에 평균 136권씩 책이 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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