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 현실판”…‘공포의 좀비차’ 180대 덮친 中, 뭔일

신경진 2026. 4.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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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시에서 시스템 오류로 인해 교통 정체가 한창인 도심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아폴로 고(Apollo Go) 로보택시의 모습이 현지 소셜미디어(SNS) 영상의 캡처 사진에 담겼다. 더우인 캡처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武漢)시 전역에서 운행 중이던 로보택시 100여 대가 시스템 장애로 갑자기 거리에서 멈춰 서면서 승객들이 두 시간 동안 고립돼 공포에 휩싸였다. 현지 경찰은 초기 조사 결과 시스템 고장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8(2017)’가 묘사했던 ‘좀비차 현상’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자율주행 무인택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관찰보와 차이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9시쯤 후베이성 IP를 사용하는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인터넷 기업 바이두가 우한에서 운영하는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 고(Apollo Go, 중국명 뤄보콰이바오·蘿蔔快跑) 운행이 완전히 마비되었고, 많은 승객이 고가도로나 주요 도로에 고립됐다는 글과 영상을 올렸다.

지난 2018년 7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크리에이트 2018에서 바이두와 아폴로 자율주행 플랫폼의 로고가 전시됐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고(Apollo Go)는 지난달 31일 우한시 전역에서 운행 중 100여대가 동시에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한 승객은 오후 9시쯤 아폴로 고에 탑승할 당시 덜컹하는 흔들림을 느꼈다고 했다. 출발 후 코너를 돌자마자 차량이 완전히 멈췄고 모니터 화면에 “안전벨트를 매시오. 5분 안에 직원이 도착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이 승객은 10여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 그는 차량 내 패널의 고객서비스 아이콘을 눌러 비상전화를 걸었지만 여러 차례 시도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어 차량 지붕의 비상 버튼을 누르자 10여 초 뒤에 서비스 담당자가 응답했다. 담당자는 경로를 확인한 뒤 네트워크 오류 때문이며 환불을 받거나 차량에서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고, 승객은 문 열림 버튼을 눌러 10여분간 갇혀있던 차량에서 내릴 수 있었다.

1시간 넘도록 갇힌 승객도 속출했다. 또 다른 승객은 우한의 고속도로인 제3순환 고가도로를 지나던 중 사고를 당했지만 고객센터에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교통경찰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틱톡의 중국 내 서비스인 더우인 등 동영상 SNS에는 우한의 광학밸리2순환 고속도로, 한커우 2순환 진입로, 웨후대교 터널, 슝추고가, 모수이후 대교, 가오신대로 등 도심 곳곳에 멈춰선 아폴로 고 차량과 이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빚는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아폴로 고 로보택시 차량이 7~8대 동시에 멈춰선 모습도 목격됐다.

우한시 경찰은 “아폴로 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 측의 문제다. 180여대 차량이 멈춰섰고, 승객이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지만 고속도로에서는 내릴 수 없다. 오늘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우한시 공안국 교통관리국은 이날 SNS에 “3월 31일 오후 8시 57분부터 122 긴급 전화센터에 여러 대의 아폴로 고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 멈춰 움직이지 못한다는 신고가 쇄도했다”며 “신속하게 현장에 자원을 투입해 상황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초기 조사 결과 시스템 고장으로 판단된다”며 “모든 승객은 안전하게 하차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폴로 고는 바이두 산하의 자율주행 차랑 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 2022년 5월 우한에서 공식 출시됐고 8월부터 자율주행 상용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베이징·상하이·우한·선전·홍콩·두바이·아부다비를 포함한 22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전 세계 자율주행 거리는 지구 둘레의 6000배인 총 2억4000만㎞를 넘어섰다.

2일 오전까지 바이두는 아폴로 고 홈페이지나 공식 SNS를 통해 우한 사고 원인이나 피해 승객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언론에 사과하고 우한 지역의 모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로 중국 SNS에는 과거 발생했던 자율주행 차량 사고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소비자 매체 쾌소전첨(快消前瞻)은 2일 2025년 8월 충칭시에서 아폴로 고가 운행 중 도로의 깊은 도랑에 빠져 승객이 구조된 사건, 2024년 7월 우한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와 발생한 접촉사고, 같은 달 우한시 도심에서 유턴 중 10여분간 멈춰선 사고 등을 소개하며 복잡한 시나리오에 대한 적응력 부족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로보택시 전환점, 기술보다 안전 중시해야”


자동차 전문매체 전차통(電車通)은 1일 “로보택시의 안전신화가 하룻밤 사이에 파산했다”며 “로보택시의 선두주자인 아폴로 고가 실제 도시에서 수백 대가 집단으로 멈춰 ‘좀비차’로 변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우발적 고장’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2025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자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가 교통신호를 인식하지 못해 집단으로 멈춰섰던 사고도 소개했다. 매체는 샌프란시스코 정전 뒤 웨이모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며 바이두도 유사한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우한 로보택시 운행 중단 사고가 로보택시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쾌소전첨은 “우한 사건은 로보택시의 진정한 상업화 문턱이 ‘달릴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이상, 네트워크 이상, 원격 관리 병목, 서비스 폭주, 승객 고립 등 극단적인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플랫폼이 안전·대응·책임을 제공할 수 있는 지 여부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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