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대 출마..임시휴강 끝내고 尹정부 A학점 받게 할 것" [단독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당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강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대선 후보 단일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그는 스스를 “윤석열 정부의 연대 보증인”이라고 표현하며 “제가 꼭 국민의힘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의석 다수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승리해 다시 180석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전략이다. 우리도 수도권에서 총선 지휘자가 나와야지, 후방에서 지휘하다가 민주당에 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이유다. 그는 서울 노원병과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세 번 금배지를 단 자신을 ‘수도권 지휘관’으로 규정했다. 이어 “총선에서 지면 개혁의 골든타임을 맞이할 수 없어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게 된다”며 “그러면 국가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전당대회 차출설이 흘러나오는 것을 두고는 “한 장관이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거 지휘라는 것이 이미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반 성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지금 여당 지도부가 없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 학교로 따지면 임시휴강 상태”라며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정부가 A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대표가 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저는 국민의힘보다 훨씬 더 작은 당을 이끌면서 10년간 살아남은 사람”이라며 “민주당 의원들과도 언제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나.
A : “그렇다. 지난주 제 뿌리인 경북 영주와 고향인 부산을 찾았을 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우려를 많이 접했다. ‘당이 이렇게 가다가 어떻게 총선을 치르려고 하나’라며 ‘당을 안정시켜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어떻게 외면하겠나.”
Q : 왜 안철수가 대표가 돼야 하나.
A :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재명 대표가 제일 나이가 많고, 젊은 수도권 의원들이 100% 포진해 있다. 우리도 수도권 후보가 나와야 하고,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디지털 선거에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나서야 한다. IT에 대해 저만큼 잘 아는 후보는 없다고 자부한다. 또한 저만이 이재명 대표와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후보다. 제 지역구는 대장동이고, 사는 곳이 백현동이다.”
Q : 한동훈 장관 전당대회 차출설도 있는데.
A : “(업무 수행) 1년도 안 돼 장관을 차출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나. 정치라는 게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한 장관은 선거 지휘 경험이 전혀 없지 않나. 선거 지휘라는 것이 이미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총선은 대선처럼 후보가 한명 나오는 것이 아니고, 300명 의원 중 다수를 당선시키는 일이다. 개인기만으로 치를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장관이 굉장한 정치 포텐셜을 가진 분이지만 좀 더 경험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 제가 현역 정치인 중 선거 지휘 경험이 제일 많다.”
Q : 장제원 의원 등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과 연대설도 있었다.
A : “그 이야기를 처음 꺼낸 이가 이준석 전 대표다. 이상한 표현(간철수+장제원을 뜻하는 ‘간장연대’)을 하던데, 대표급 지도자가 상대방을 그런 식으로 조롱하면 안 된다. 우리 당 의원은 전부 친윤이고, 대표가 되려면 특정 의원들과 손잡는 게 아니라 다수 의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 의원은 3·9 대선을 6일 앞둔 3월 3일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단일화했다. 당시 두 사람은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했고, 안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내각 인선 과정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약진하지 못하면서 “공동정부가 불발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Q :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함께 식사한 적 있나.
A : “없다. 다만 6월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당선 인사를 하던 도중 제가 실신했을 때 윤 대통령이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안부 전화를 했다. 5월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때는 나를 조 바이든 대통령 맞은편에 앉게 한 뒤 ‘이 사람 때문에 내가 당선됐다’고 나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소통에 소탈한 편이다.”
Q :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이나 이진복 정무수석과는 소통하나.
A : “꼭 필요할 때만 한다.”
Q : 윤석열 정부의 초반 성적을 평가하자면.
A : “당이 지도부 없는 비대위 체제라 학교로 치면 임시휴강 상태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에 학점을 줄 기간은 아니다. 대표가 되면 A+는 아니라도 최소한 A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Q :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A :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 사안은 대부분 결혼 전이나 당선되기 이전의 문제다. 특검이 아니라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합리적이다. 우리 당 입장에서도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길이다.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실에 특별감찰관을 도입하자고 강력하게 건의하겠다.”
28일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운명의 날’이다. 서울남부지법이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을 심문하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있다.
Q :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이었는데.
A : “단 1%라도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있는 길을 가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고, 지금도 변함없다. 주변에 물어보면 법률 전문가들은 가처분 인용에, 정치 분야 사람들은 기각에 손을 들더라. 당이 모험할 일은 아니었다.”
Q :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여부도 쟁점이다.
A : “이미 국민이 이 전 대표에 대한 판단을 다 했다. 당이 그렇게 움직일 필요가 있나 싶다.”
Q : 윤 대통령 순방 당시 터진 ‘비속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A : “외교는 국익에 해당하는 문제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정 정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고 옳지 않다. 이 논란은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가였던 안 의원은 2012년 9월 19일 이른바 ‘안철수 현상’ 바람을 타고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지난 19일이 정치 입문 10주년이었다. 줄곧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그엔 팬덤도 상당하지만 “뒷심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Q : 정치를 오래 했는데 측근이 곁에 남아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A : “처음부터 큰 당에서 정치했다면 저를 떠나는 사람이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제3당의 단점이 선거 때만 되면 다른 당으로 떠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떠나간 분들을 원망하거나 섭섭하게 생각한 적 없다.”
Q : 대선 단일화 주역인 이태규 의원과 소원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A : “이 의원과 소원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의원이 인수위 당시 인수위원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용산 쪽과 다소 불편해진 점은 있다.”
Q : 당론과 달리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 권은희 의원에 대해 당 윤리위가 징계를 논의한다.
A : “권 의원은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고 논리적으로 소명을 하면 독립된 기구인 윤리위가 판단할 것이다. 권 의원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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