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르무즈 기여’ 첫 발…청해부대 임무 확대ㆍ초계기 중동 파견한다

이유정 2026. 11. 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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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한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두 배로 확대하고, 해군의 최신 P-8A 해상초계기와 기뢰 제거 전력 등을 추가 파견한다. 명분은 이란 전쟁 이후 급증한 해적 활동에 대한 대응이다. 하지만 실상은 호르무즈해협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군사적 기여 압박과 국내 파병 반대 여론 사이에서 고심해온 정부가 장고 끝에 꺼낸 ‘절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르무즈해협 직접 진입은 피하면서도 미국에 가시적인 기여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1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해군 P-8A 해상초계기, F-16이 공중 분열을 선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차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청해부대 파견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초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연합전력이 걸프만에 집중하면서 소말리아 해적 활동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우리 국민 보호와 경제적 이익 수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여파로 악화한 해상 치안에 대응한다는 논리다.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은 기존 아덴만에서 오만 남부 두큼항 인근 외해까지 확대된다. 최대 작전 반경도 600해리(약 1111㎞)에서 1200해리(약 2222㎞)로 두 배 늘어난다.

전력도 대폭 보강한다. 지난달 9일 부산 해군기지를 출항한 청해부대 49진 충무공이순신함(4400t급)에 더해 P-8A 해상초계기 1대와 운용 인력 45명, 폭발물처리반(EOD) 30명, 무인 소해 잠수정ㆍ수상정 등 소해 전력 2개 세트를 추가한다. 추가 파병 전력은 75명으로 기존 청해부대 인원까지 총 395명 이내의 병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회 동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추가 전력을 현지에 보낼 계획이다.

정부는 이란 전쟁과 선을 긋는 데 주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쟁에는 절대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초계기는 임무 구역 내에서 이란 영토와 영해, 호르무즈해협 내측에 대한 탐지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청해부대의 활동 역시 자위권 차원의 대응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이란의 반발 가능성과 국내 파병 반대 여론을 동시에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해부대 39진 '충무공이순신함'(DDH-II·4400t급)의 승조원들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가족 등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승조원 등 260여 명으로 구성된 이번 39진은 아덴만 해역에서 38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를 한 뒤 내년 6월까지 선박호송작전, 안전항해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송봉근 기자

그러면서도 향후 호르무즈해협 내 기뢰 제거 등 연합작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란 전쟁의 최종 종식 등 영국ㆍ프랑스가 조건으로 든 “허용적 환경(permissive environment)”이 조성된 이후가 될 것이란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EOD와 무인 소해 전력의 추가 파견에 대해 “언제 조성될지 모를 환경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되 향후 연합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두겠다는 의미다.

다만 작전 범위 확대가 추가적인 군사적 기여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4일 기자회견에서 “한 번 넓힌 작전 범위가 다음 군사적 요구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라며 반대했다.

정부가 청해부대 강화로 절충점을 찾았지만, 미국이 이를 충분한 기여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동맹국들에 군사적 지원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문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11월까지 가시적인 기여가 없으면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미 측의 압박도 물밑에서 이어졌다.

정부는 당초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EOD 파견 등을 검토했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후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청해부대 임무 강화 방안’을 제시하자 국방부는 기여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두 달 만에 나온 결론이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 확대와 전력 증강이다. 미국의 요구에는 일정 부분 호응하되 전쟁 개입은 피하겠다는 계산이지만, 향후 호르무즈해협 상황에 따라 추가 기여 압박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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