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못했다 잘했다…디아즈 드라마

배영은, 고봉준 2026. 11. 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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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즈. [뉴시스]

침묵하던 외국인 타자가 깨어나자 잠들어 있던 사자도 다시 포효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르윈 디아즈의 부활을 앞세워 한국시리즈(KS)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은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S 2차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최근 3경기 연속 부진했던 5번 타자 디아즈가 4안타 2타점 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상대 실책을 틈타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전날 1차전에서 7-8로 한 점 차 패배를 당한 삼성은 이번엔 천신만고 끝에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설욕했다.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두 팀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자리를 옮겨 3차전을 치른다.

디아즈는 올가을 유독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2·3차전에서 영양가 높은 홈런을 터뜨리며 승리에 앞장섰지만, 4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자 일부 팬이 아내의 소셜미디어(SNS)로 몰려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디아즈는 이튿날 자신의 SNS에 “당신들은 올해 내 가족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줘 건강까지 나빠지게 했다. 단 하루라도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여러분은 나를 십자가에 못 박듯 비난하고 저주한다”는 글을 올려 서운함을 토로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의 여파는 다음 경기까지 이어졌다. 삼성은 PO 5차전에서 이겼지만, 디아즈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실책까지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KS 1차전에서도 안타 하나를 쳤을 뿐, 공수 모두에서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디아즈는 결국 상처를 털고 일어섰다. 0-0으로 맞선 2회 초 무사 2루. 최형우의 우익선상 2루타로 만든 기회에서 디아즈는 KT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의 주 무기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다. 타구는 우익수 뒤 담장 바로 앞까지 큼직하게 날아갔다. KT 우익수 최원준이 점프 캐치를 시도하다 넘어진 사이, 디아즈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됐다. 선제 타점을 올린, 발 느린 디아즈의 KBO리그 첫 3루타가 가장 중요한 무대인 KS에서 나왔다.

적시타와 실책으로 KS 2차전 연장 승부를 들었다 놨다 한 디아즈가 90도 인사를 하자 박진만 감독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한 번 감을 찾은 디아즈는 멈추지 않았다. 4회 초 중월 2루타, 6회 초 우전 안타를 연달아 때려내며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기회가 그에게 왔다. 1-1로 맞선 연장 10회 초, 선두 타자 김지찬의 몸에 맞는 공으로 시작된 2사 1·2루에서 디아즈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대로 결승타가 되는 듯했는데, 시련은 한 번 더 찾아왔다. 디아즈는 10회 말 1사 1·2루에서 샘 힐리어드의 땅볼을 잡지 못해 동점의 빌미를 내줬다. 그러나 그는 다시 뒤집었다. 12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땅볼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들의 안타와 KT 2루수의 실책을 틈타 홈을 밟았다. 4시간 20분이 넘는 혈투에 극적인 마침표를 찍는 득점. 디아즈가 열고, 디아즈가 흔들고, 디아즈가 닫은 경기였다.

삼성 선발 크리스 페덱의 투혼도 빛났다. 열흘 사이 무려 295개의 공을 던졌다. 삼성이 후반기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페덱은 지난달 26일 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동안 94구를 던지며 5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그는 그 아쉬움을 자신의 어깨로 직접 씻어냈다. 정규시즌 선발 투수는 보통 5일을 쉬고 등판하는데, 페덱은 사흘만 쉬고 PO 4차전에 나서 99구를 던지며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날이 한층 쌀쌀해진 이날도 페덱은 대단했다. 1패를 먼저 안은 팀을 위해 다시 나흘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고, 앞선 두 경기보다 많은 102구를 역투하며 7이닝 1실점으로 올가을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푸른 우비를 입고 3루 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그를 기립박수로 맞으며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수원=배영은·고봉준 기자

수원=배영은·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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