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은 무죄, 새로운 증거 나왔다”…‘대북 송금’ 재심 청구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3일 재심을 청구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이 전 부지사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오기두·류재율·김현철·이덕우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히며 항소심을 맡았던 수원고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서는 300쪽 분량으로 길이만 1.5m라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경기도가 추진하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측이 북한 인사에게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받았다.
변호인단은 이날 이 전 부지사의 혐의 중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재심을 청구했다. “전체 사건이 조작됐지만, 명백한 무죄 증거가 나온 건만 먼저 재심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반대매매 위기에 처한 쌍방울의 주가 부양과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한 부정한 거래였다”며 “(이 전 부지사가 유죄 판단을 받게 된) ‘대납’ 진술은 검사실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과 다르게, 당시 리호남이 제3국에 체류했다는 조사 결과가 담긴 국가정보원 문건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와 이 전 부지사의 전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의 통화 녹취, 법무부 감찰 결과, 수원구치소 출정 일지, 금융감독원 자료 등도 재심 청구의 근거로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부지사의 뇌물·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태스크포스)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 등을 검토한 뒤 별도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심 청구 과정에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사면 요구에 대해 변호인단은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가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재심 청구 받아들여질까
법조계에선 이번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이 사건을 심리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 문건 등을 내세우는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리호남이 여러 가명과 신원을 사용했고, 가명을 사용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김 전 회장의 진술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재심이 이뤄지려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롭고, 명백한, 객관적인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주장하는 내용은 사법부가 이미 판단한 사안들”이라며 “재심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리호남에 대한 국정원 문건 내용은 기존 재판에서도 다뤄졌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부지사 측은 “당시는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는 것을 주장했지만 이번엔 국정원 기록으로 확인됐다”며 “당시는 우리가 그런 증거를 확보할 수가 없었고, 윤석열 정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처럼 무죄를 증명하기 명백한 사건은 없었다. 반드시 재심이 계시 결정되고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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