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에도 멈춤 없는 선교… 인도와 ‘26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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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허리까지 자란 무덤 앞에서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여기 묻혀 있다'라는 문구를 보고 서른일곱 살 한국인 목사는 한참을 울었다.
인도 콜카타 인근 세람포르에 묻힌 영국 선교사 윌리엄 캐리(1761~1834)의 묘였다. 하지만 풍토병으로 아들을 잃고 번역 원고가 불타는 속에서도 40여년간 인도를 지킨 캐리의 흔적 앞에서 무너졌다.
이튿날 치료를 중단한 그는 3년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열흘 만에 인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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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묘비 앞 눈물로 다짐한 헌신
버스 추락과 시한부 암 딛고 귀환
아픈 아이 돌봐 닫힌 마을 문 열어
길바닥서 키운 제자들 교회 개척

풀이 허리까지 자란 무덤 앞에서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여기 묻혀 있다’라는 문구를 보고 서른일곱 살 한국인 목사는 한참을 울었다.
인도 콜카타 인근 세람포르에 묻힌 영국 선교사 윌리엄 캐리(1761~1834)의 묘였다. 인도를 둘러보던 그는 40도 더위와 길가의 노숙인들을 보며 “여긴 못 온다”고 마음을 접은 참이었다. 하지만 풍토병으로 아들을 잃고 번역 원고가 불타는 속에서도 40여년간 인도를 지킨 캐리의 흔적 앞에서 무너졌다. “그 무덤 앞에서 ‘하나님, 제가 여기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결단했습니다.”
제26회 언더우드 선교상을 수상한 김용대(64·사진) 선교사는 최근 서울 연세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27년 전 그날을 이렇게 돌아봤다. 이듬해 인도로 건너간 그는 26년간 교회 16곳을 세웠다. 20대 초반 ‘나를 보내소서’(사 6:8)라는 말씀으로 목회자의 길을 결심한 그는 30대 중반 부목사 시절 흑색종으로 왼쪽 검지를 잃었다.
30대 후반에 들어간 곳은 700년 넘게 기독교가 닿지 못한 델리의 무슬림 마을이었다. 9개월 뒤엔 버스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가 뒷바퀴에 깔렸다. 8시간 수술로 절단은 면했지만 지금도 맨발로 지낸다. 목발을 짚고 돌아가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을 가르친 지 1년 반, 흑색종이 재발했다. 마흔 무렵 5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네 번째 항암 치료를 앞둔 어느 밤이었다. “병실 거울 속 내가 나를 가리키며 ‘20년 전에 너를 부르지 않았느냐, 왜 그 소명이 들리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이튿날 치료를 중단한 그는 3년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열흘 만에 인도로 돌아갔다.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3년 이후의 생명은 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살려주신 생명입니다. 그래서 매일 ‘오늘이 제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고백합니다.”
마을의 문을 연 건 성인용 약을 잘못 처방받아 신장이 녹아내린 세 살배기였다. 김 선교사는 매달 약값과 수혈비 30만~35만원을 댔다. 아이는 열아홉 살에 숨졌지만, 16년 반의 돌봄을 지켜본 주민들이 먼저 찾아와 기도를 청했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는 주일에만 문을 열지 않는다. 오전엔 학교에 가지 못하는 빈민가 아이들이, 오후엔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찾아와 간식을 먹고 공부하며 성경을 외운다. 마태복음 5~7장과 에베소서, 야고보서를 3년에 걸쳐 외운 이가 200명이다. 그는 “매일 모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신상 옆에 십자가를 함께 세운 교인들을 보며 그는 12년 전 ‘예수 마시 히 메라 프라부 해(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주님이십니다, 빌 2:11)’라는 힌디어 고백문을 만들었다. 하루 스무 번씩 외치자 2~3년 뒤 교인들이 스스로 신상을 치웠다. 길바닥 교실의 아이들은 30대가 돼 신학교를 마치고 해마다 교회 2곳씩을 세운다. 그에게 은퇴 이후를 묻자 “일흔이 넘어서도 지금 자리에 있으면 현지 사역자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인도 안의 다른 지역으로 가 복음을 계속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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