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을 봐도 목이 메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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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평생 단 한 편의 영화로 자신의 신화를 완성해 버린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굴레일까.
후반부, 살아 돌아온 소미를 마주한 태식이 "한 번만 안아보자"고 말하며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구원의 장면이다.
꼭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위대한 배우인 것은 아니다. 원빈은 <아저씨> 단 한 편으로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그리고 희소성이 가진 압도적인 가치를 대한민국 영화사에 영원히 각인시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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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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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저씨> 한 장면 |
| ⓒ CJ ENM |
지옥도 속에서 발견한 유일한 구원
<아저씨>는 표면적으로 서슬 퍼런 칼부림과 총성이 난무하는 복수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동력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아니라 세상 가장자리에 버려진 두 사람의 만남에서 온다.
전직 특수공작원 차태식(원빈)을 지옥 같은 복수의 길로 끌어들이는 것은 거창한 정의감이 아니다. 세상 모두가 외면한 아이 소미(김새론)가 건넨 작은 호의, 그리고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고백이다.
만석과 종석 형제의 악행에 분노하고, 소미에게 닥친 비극을 마주하는 태식의 절망은 영화의 가장 깊은 감정을 만들어낸다. 소미가 죽었다고 믿는 순간 무너지는 원빈의 얼굴에는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번진다. 그 표정은 화려한 액션보다 오래 남는다.
후반부, 살아 돌아온 소미를 마주한 태식이 "한 번만 안아보자"고 말하며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구원의 장면이다. 피와 폭력이 이어졌던 긴 과정 끝에서 비로소 한 인간의 감정이 터져 나온다.
박제된 아우라, 희소성이 만든 전설
흔히 배우에게 끊임없는 변신과 다작은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진다. 다양한 작품과 역할을 통해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배우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빈은 <아저씨>를 끝으로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긴 공백은 원빈이라는 배우의 희소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던 눈빛, 무표정한 얼굴 뒤에서 끓어오르던 분노는 지금도 쉽게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어렵게 한다. 차태식이라는 인물은 원빈이 가진 외모와 분위기, 절제된 연기, 액션이 결합하면서 완성됐다.
그리고 <아저씨> 이후 새로운 작품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남겼다. 다작이 배우의 지평을 넓히는 길이라면, 한 작품에서 만들어낸 강렬한 이미지를 오래 유지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원빈은 결과적으로 차태식이라는 인물을 반복하거나 소모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아저씨> 속 그의 모습은 여전히 2010년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네 번을 다시 봐도 매번 목이 메는 까닭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그 짙은 그늘 속에 숨어 있던 원빈의 눈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작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꼭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위대한 배우인 것은 아니다. 원빈은 <아저씨> 단 한 편으로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그리고 희소성이 가진 압도적인 가치를 대한민국 영화사에 영원히 각인시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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