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평가를 흔들자, 교육을 다시 묻게 됐다

송민규 2026. 10. 31. 14: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교육 속에서 살아간다.

이날 정책마당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교육과정과 서·논술형 평가를 중심으로 여러 발표가 이어졌다. 그중 이 교수의 기조발제 제목은 'AI 시대, 교육과정과 평가 혁신'이었다. AI와 평가를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강연을 들을수록 오히려 교육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남교육정책마당에서 거트 비에스타를 떠올린 이유

[송민규 기자]

▲  이민석 국민대 교수가 ‘AI 시대, 교육과정과 평가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송민규
우리는 꽤 오랫동안 교육 속에서 살아간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생각하면 인생의 첫 20년 가까이를 학생으로 보낸다.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면 다시 교육과 입시가 삶의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학을 졸업하거나 자녀의 입시까지 지나고 나면 교육은 어느 순간 빠르게 관심 밖의 일이 된다. 하지만 교육은 개인의 관심이 멀어진 뒤에도 매년 100조 원이 넘는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남아 있다.

지난 10월 29일 캠코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충남교육정책마당'에서 이민석 국민대학교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이 말이 오래 남았다.

이날 정책마당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교육과정과 서·논술형 평가를 중심으로 여러 발표가 이어졌다. 그중 이 교수의 기조발제 제목은 'AI 시대, 교육과정과 평가 혁신'이었다. AI와 평가를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강연을 들을수록 오히려 교육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AI가 잘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평가해 왔다

이민석 교수는 지금의 AI를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검증하는 에이전트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고,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도 빠르게 AI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역시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발표 자료에는 그동안 학교가 길러 온 표면적 능력으로 '검색 가능한 지식의 암기', '탐구 없는 보고서', '책으로 배운 경험', '남이 만든 문제 풀이', '영혼이 없는 작문'이 제시됐다. 이어 "학교가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 온 모든 산출물이 이제 기계의 손쉬운 결과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  이민석 국민대 교수의 ‘AI 시대 교육과정과 평가 혁신’ 발표 자료.
ⓒ 이민석
이 문장은 꽤 묵직했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평가해 온 것들을 AI가 너무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제는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에서 머물 수 없다. 결국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다시 정해야 한다.

이 교수는 평가의 중심도 결과에서 과정으로, 정답 재현에서 문제 해결 과정으로, 선발에서 피드백과 지원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화면에는 "가르칠 것과 재는 것을 함께 바꾸자"는 문장이 크게 제시됐다. 정답의 재현보다 문제의 발견과 정의를, 결과보다 과정과 성장을 보자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 교수는 교사를 지식 전달자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을 설계하고 탐구를 촉진하며 학생의 판단을 돕는 윤리적 안내자로 설명했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오히려 교사가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으로 들렸다.

AI가 평가를 대신한다는 뜻도 아니었다. 문항과 평가기준은 교사가 설계하고, AI는 1차 채점과 판단 근거를 제시하며, 최종 확정 권한은 다시 교사에게 돌아온다. 이를 'Human in Command'라고 표현했다. 결국 평가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교사의 판단이라는 이야기다.

평가를 생각하다가 비에스타가 떠올랐다

강연을 들으면서 최근 읽고 있는 거트 비에스타의 책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가 계속 떠올랐다.

비에스타가 이 책에서 계속 던지는 질문도 비슷하다.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고 비교하고 관리하는 일이 점점 커지는 동안, 정작 '무엇이 좋은 교육인가',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뒤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  강연을 들으며 떠올린 거트 비에스타의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 송민규
비에스타는 교육의 목적을 자격화, 사회화, 주체화라는 세 영역으로 설명한다. 무엇인가를 알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까지 교육이라고 본다.

이렇게 보면 AI 시대의 평가를 둘러싼 고민도 조금 달리 보인다. AI가 문항을 만들고 서술형 답안을 채점하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만으로 교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가 교육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평가의 방식이 달라지려면 그 앞에 있는 수업부터 달라져야 한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수업이다

이날 여러 발표에서도 수업과 평가의 연결을 강조하는 대목이 이어졌다. 서·논술형 문항을 만든다고 학생의 사고가 저절로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수업에서 자료를 연결하고 추론하며, 자신의 판단을 근거와 함께 설명해 본 경험이 있어야 그것을 평가할 수도 있다.

이민석 교수 역시 교실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봤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는 교사보다 학습을 설계하고 탐구를 촉진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고, 교실을 교육 체제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작고 가까운 실험실이라고 표현했다.

AI 시대라고 해서 교육의 핵심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분명해지는 것에 가깝다. 직접 질문하고, 실패한 뒤 다시 시도하고,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경험. 하나의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판단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경험. 이런 것들은 여전히 교실에서 직접 경험해야 한다.

AI는 이런 수업을 도와줄 수 있다. 채점 시간을 줄이고 자료를 정리하고 학생별 피드백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가르칠지, 어떤 경험을 남길지, 무엇을 좋은 배움으로 볼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에 남는다.

정책마당의 주제는 AI와 평가 혁신이었다. 그런데 강연장을 나오며 손에 들고 있던 비에스타의 책 제목을 다시 보게 됐다.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AI가 답을 너무 잘 만드는 시대가 왔다. 그렇기에 평가 기술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학생에게 어떤 경험을 남길 것인지 정하는 일이다. 수업이 바뀌고, 평가가 바뀌고, 그보다 먼저 우리가 교육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달라져야 한다.

"평가가 목표인 교육으론 안 된다."

이민석 교수가 마지막에 남긴 이 문장이, 이날 정책마당의 여러 논의를 가장 잘 압축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글에 사용한 사진은 2026년 하반기 충남교육정책마당 현장에서 직접 촬영했습니다. 강연 내용은 행사 발표와 배포된 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