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년생 36만원, 홀수년생 14만원” 소방관 피복비 이렇게 받는다

이경원 2026. 10. 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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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거듭된 순직과 이들에 대한 부족한 지원 실태를 전한 이창석(47)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국민일보 인터뷰 (국민일보 10월 22일자 1·6면 참조) 이후, 많은 소방관은 노조에 슬픔과 공감을 표하는 연락을 해 왔다. 동료의 순직과 비정상적 재정 구조를 모두 애통해하면서, 소방관들은 " 주민번호 홀짝 나눠서 방한복 지원" 실태가 알려진 데에 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올해 부산 소방관들은 생년이 짝수인 경우 36만원을, 홀수인 경우 14만원의 피복비를 지원받는다.

지역별로 소방관 각자에게 지원되는 피복비가 다른 것은 여러 차례 지적된 기형적인 재정 구조 문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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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 인터뷰 후속 취재

소방관의 거듭된 순직과 이들에 대한 부족한 지원 실태를 전한 이창석(47)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국민일보 인터뷰(국민일보 10월 22일자 1·6면 참조) 이후, 많은 소방관은 노조에 슬픔과 공감을 표하는 연락을 해 왔다. 동료의 순직과 비정상적 재정 구조를 모두 애통해하면서, 소방관들은 “ 주민번호 홀짝 나눠서 방한복 지원” 실태가 알려진 데에 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최소한 방한파카 한 벌 살 수 있는 금액은 지원돼야 하지 않느냐” 는 의견이 이 위원장에게 다수 전달됐다.

주민등록상 생년이 홀수냐 짝수냐에 따라 격년으로 피복비에 차등을 둬 지급받는 이들은 부산 지역 소방관들이었다. 종전까지는 부산 지역 소방관들의 올해 개인별 피복비 지원 액수가 25만원 수준이라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실은 36만원과 14만원으로 나뉘어졌던 것이었다. 올해 부산 소방관들은 생년이 짝수인 경우 36만원을, 홀수인 경우 14만원의 피복비를 지원받는다. 내년에는 반대로 짝수년도에 태어난 소방관이 14만원, 홀수년생이 36만원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격년 차등’ 지급 방식은 여러 소방복 중 고가인 방한파카(약 35만5000원) 구매가 가능하게끔 하려는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의 고육지책이다. 내피와 외피 모두가 고온을 견딜 불소수지 필름으로 제작되는 방한파카는 한때 가격이 50만원에 육박하던 때도 있었다. 종전까지 각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던 25만원으로는 누구도 방한파카를 구매할 수 없었다. 그나마 이 25만원은 이듬해로 이월해 쓸 수도 없는 예산이었다.

이 때문에 절반이라도 방한파카를 살 수 있게 ‘몰아 주는’ 방식이 마련된 것이다.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최대한의 탄력을 꾀한 방식인 셈이다. 이에 대해 소방 현장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심경이 표출된다고 한다. 실질적인 예산 이월 효과에 “내년에는 살 수 있겠다”고 안도하는 소방관도 있었다. 하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 같다” “10만원을 올릴 수도 없느냐”며 회의감을 느끼고, 소방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 위원장은 28일 국민일보를 만나 “방한복을 사고 나면 1년간 다른 피복을 못 사는 것도 문제”라며 “모든 소방관에게 한 해에 가장 고가의 피복을 살 수 있을 정도로는 피복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한파카를 매년 새로 사야 하느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화재 진압과 조사, 구조, 구급 활동이 벌어지는 현장 모습을 잘 몰라서다. 이 위원장은 “재난 현장에는 날카로운 것도 많고, 담을 넘을 일도 생기고, 어딘가에 걸려 옷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험한 재난 현장에 가면 활동복이나 기동복, 방한파카가 상하는 일이 많고, “두세 벌로도 모자란 경우가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위원장은 “나 역시 새 옷을 꺼내자마자 그 다음 출동에서 찢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늘 급하게 뛰어다니고 정해지지 않은 길을 뚫어야 하는 이들이 소방관이다. 물과 불에 닿고 잦은 훈련에 쓰이는 옷과 신발은 상하기 일쑤고, 재난 현장의 유해물질이 묻어 못 쓰게 되기도 한다. 소방관들은 세탁을 해도 도저히 못 쓰게 된 의복은 가위로 잘라 폐기한다.

차등 지급은 그나마 현장 불만을 해소한 방책일 수 있다. 많은 지역별 시도소방본부는 여전히 한 해 피복비가 방한파카 한 벌 살 돈에 이르지 못한다. 노조가 확인한 결과 창원 지역 소방관의 올해 개인별 피복비는 30만원, 광주는 33만원이다. 소방청(35만원), 강원(37만원), 인천(40만2000원), 서울(42만원) 소방관의 경우도 방한파카 한 벌을 구비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시피하다. 이 위원장은 “지역별로 “최소한 45만원을 지원하는 충남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소방관 각자에게 지원되는 피복비가 다른 것은 여러 차례 지적된 기형적인 재정 구조 문제 때문이다. 2020년 전국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 예산의 90%가량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지역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소방관의 안전과 복지 수준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그러나 재난과 화재는 지역별 재정 상황을 고려해 발생하지 않는다.

‘무늬만 국가직화’의 뒤틀린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이라서 피복비가 일단 이슈로 부상했지만,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 위원장은 “소방차 구입 비용, 수리 비용 모두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차를 구입하는 것을 예산 삭감에 의해 포기한 지역도 있다”며 “지역별로 소방관의 근무 환경이 차이가 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6년 전 국가직화 당시 정부가 내건 명분은 “전국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소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정작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은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방한파카 한 벌 못 사주는 지자체가 있다는 것도 분통 터질 일이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 분통 터진다”고 했다.

‘재정 빨대’ 발언과 함께 소방 재정 구조가 관심을 끌었지만, 현장 반응은 새삼스럽다는 데 가깝다. 노조는 이미 2023년에 개인별 피복비 문제를 갖고 소방청과 함께 공청회도 열었었다. 당시 지적된 문제들은 지역별 지원 격차,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 수시로 각자가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이었다. 지금 언론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들과 다르지 않다. 사회적으로 알려지지도, 개선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피복 신청 방법조차 여전히 ‘엑셀 파일 수합' ‘자체 시스템’ ‘e-사람 피복 시스템’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지역별로 복잡하게 다르다. 소방 조직 일각에서는 차라리 정치권의 논란성 발언이 고맙다는 말마저 나온다.

이달 들어 소방 조직은 정치권의 인식,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안타까운 순직을 마주했다. 국민을 보호하는 소방관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여론이 컸다. 소방관들에게 더욱 상처가 된 것은 “그래도 소방관들은 보수를 많이 받지 않느냐” “언론이 호의적이고, 영웅 대접을 받지 않느냐”는 시선이었다.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시간에 같은 ‘제복 공무원’ 사회에서마저도 그런 반응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소방관도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보수업무지침에 따라 보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초과근무 수당 때문일 텐데, 그것은 우리가 하루 24시간 일하는 등 많이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휴일과 야간 근로의 대가로 소방관이 받는 초과근무 수당은 민간기업보다 훨씬 적다. 매년 4~5명이 현장에서 순직하는 직군은 소방 이외에는 없다.

설화에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소방관의 미흡한 처우를 돌아보고 개선할 것을 잇따라 약속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월 8만원으로 동결돼 있는 화재진화수당에 대한 인상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당은 2001년 서울 홍제동 방화 사건 때 소방관 6인이 순직하며 월 8만원이 된 것이 26년째 같은 액수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화재진화수당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특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서는 ‘대표 발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해 줬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것은 저희의 ‘생명값’이기 때문에,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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