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바뀐 안중근 영정…후손들 “잊혀져 가는 것 안타까워”

유정민 2026. 10. 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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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아 새 영정이 공개됐다. 지난 1970년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 때 봉정된 첫 영정 이후 56년 만이다.

권 장관과 정 이사장,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장 등 14명이 단상에 올라 끈을 당기자, 영정을 감싸고 있던 천이 걷히면서 한복을 차려 입은 안 의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곽삼근 영정제작위원회 위원은 경과보고에서 "이번 영정 제작은 단순히 의사의 모습을 새롭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헌신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하는 데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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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유정민 기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아 새 영정이 공개됐다. 지난 1970년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 때 봉정된 첫 영정 이후 56년 만이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1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정세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 이종찬 광복회장, 독립유공자 유족, 숭모회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새 영정 제막으로 시작됐다. 권 장관과 정 이사장,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장 등 14명이 단상에 올라 끈을 당기자, 영정을 감싸고 있던 천이 걷히면서 한복을 차려 입은 안 의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새 영정은 조덕현 화백이 그렸다. 제막에 참여한 내빈들은 단상을 내려가기 전 새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숭모회가 새 영정 제작에 나선 것은 기존 영정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기존 영정은 지난 1909년 11월 이후 중국 랴오닝 성 뤼순 감옥에 수감 중이던 안 의사의 사진을 모본으로 제작돼 의거를 결행한 독립운동가의 의연한 모습을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유정민 기자
지난 2010년 10월부터는 기존 영정을 대신해 의거 당시 사진과 순국 직전 한복 차림 사진을 확대해 사용했다. 하지만 해상도와 윤곽이 선명하지 않아 추모·기념 행사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숭모회는 2021년 조성한 기금을 재원으로 영정제작위원회를 꾸려 새 영정 제작에 나섰다.

곽삼근 영정제작위원회 위원은 경과보고에서 “이번 영정 제작은 단순히 의사의 모습을 새롭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헌신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하는 데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막에 이어 국민의례와 약전 봉독이 진행됐다. 이후 이준우 안중근함 대위가 안 의사의 ‘의거의 이유’를 낭독했다.

정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지금 우리는 끊이지 않는 전쟁과 도발이 이어지는 불안정한 신냉전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한반도 역시 미·중 갈등 속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국제법은 대포만 못하다)’는 국제 규범이 무시되는 지금의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굳건히 단합해 사회 통합을 이루고 주변국과도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도 “안 의사께서 염원하신 동양평화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국력을 키우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안 의사의 유해 발굴 문제도 거론됐다. 정태호 안중근의사 유해발굴 및 봉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대표는 “중국 측은 유해 발굴의 전제로 매장지 특정과 북한과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보훈부와 함께 기존 사료와 증언을 검토하고 과학적 수단을 통한 매장지 특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임에는 현재 국회의원 84명이 참여하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유정민 기자
이날 기념식에서는 안중근장학생 6명에게 각 3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이어 숭모회 선양 사업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감사패 수여와 기념공연이 진행됐고, 기념식은 만세삼창으로 마무리됐다.

현장에서 만난 참석자들은 안 의사의 정신이 잊혀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안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씨의 친손녀인 권혜영(86)씨와 권혜경(74)씨는 “해마다 갈수록 안중근 의사가 잊혀져 가는 것 같고 젊은이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렵게 독립해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 만큼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더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넘게 숭모회 회원으로 매년 기념식에 참석해 왔다는 황민재(95)씨는 “안 의사는 재산도 많았고, 자녀도 셋이나 있었고, 말 타고 사냥하는 호기로운 취미도 있었지만 나라를 위해 그걸 다 버렸다”며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도 이런 기념식이 있을 때마다 다시 기억하게 된다. 그의 숭고함을 잊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안 의사는 지난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뒤 “코레아 우라”를 외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뤼순 감옥으로 이송돼 재판을 받으면서도 일본의 침략 행위를 비판했고, 지난 1910년 2월14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같은 해 3월26일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안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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