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채소는 영양 떨어진다?" 셰프가 밝히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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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셰프로 일하며 서양식 주방에서 수백 명의 조식을 준비하거나 바쁜 점심 서비스를 치를 때, 조리대 위에서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냉동 채소'와 '냉동 식재료'다.
냉동 채소와 식품에 들어있는 과학, 그리고 가정의 식탁을 한층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실전 활용 팁을 셰프의 경험을 담아 정리해 본다.
많은 분들이 "생채소가 무조건 냉동 채소보다 싱싱하고 영양가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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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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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쁜 현대인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냉동채소. |
| ⓒ Pixabay |
요즘 한국 마트의 냉동 매대를 보면 참 다양한 냉동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예전에는 만두나 동그랑땡, 게맛살이나 햄 정도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손질된 냉동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냉동 블루베리, 아스파라거스, 냉동 볶음밥용 채소까지 매대가 커다란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바쁜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 캠핑족들에게 냉동 식품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지인들이나 집에서 요리하는 아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냉동 채소는 생채소보다 영양가가 훨씬 떨어지지 않나?", "냉동 채소를 볶으면 물만 나오고 푹 물러서 맛이 없어!"라는 고충을 자주 들려주신다. 특히 냉동식품을 사용하는 것에 괜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현대의 냉동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놀랍게 발전했다. 냉동 채소와 식품에 들어있는 과학, 그리고 가정의 식탁을 한층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실전 활용 팁을 셰프의 경험을 담아 정리해 본다.
① 급속 냉동(IQF)의 마법 : 생채소보다 영양이 높을 수 있는 이유
많은 분들이 "생채소가 무조건 냉동 채소보다 싱싱하고 영양가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밭에서 막 수확한 채소는 유통 과정을 거쳐 마트에 진열되고, 우리 집 냉장고 야채실에서 며칠 방치되는 동안 비타민과 유익한 영양소가 지속적으로 파괴된다. 반면, 최근의 냉동 채소는 수확 후 가장 영양가와 신선도가 높은 상태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개별 급속 냉동(IQF, Individually Quick Frozen)' 기술을 거친다.
따라서 마트에서 오랫동안 진열되어 있어 시들어간 생채소보다, 갓 수확해 급속 동결된 냉동 채소가 비타민과 영양소 함량이 오히려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개별 급속 냉동이란 영하 30~40도의 초저온에서 채소를 입자 하나하나 빠르게 동결시키는 기술이다. 세포벽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 수분과 영양소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확 당시의 비타민 C와 항산화 물질을 그대로 가두어 두는 원리다.)
② 냉동 채소를 볶았을 때 '물바다' 되는 이유와 셰프의 해결책
"냉동 브로콜리나 아스파라거스를 볶으면 물이 나와서 축 축해져요"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다. 이는 냉동 채소를 조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실수 1: 녹여서 요리하기 (해동의 함정)
냉동 채소를 사용하기 전에 미리 실온에 꺼내두어 어설프게 해동하면 얼어있던 수분이 녹아 나오며 채소의 조직이 무너지고 질겨진다. 냉동 채소는 해동 없이 '냉동 상태 그대로 요리'하는 것이 철칙이다.
실수 2: 미지근한 불에서 볶기
차가운 냉동 채소가 팬에 들어가면 팬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팬을 센 불에서 충분히 달군 후 기름을 두르고, 냉동 채소를 넣어 강한 불에서 짧은 시간 안에 겉면의 수분을 날리며 수분감 있게 볶아내야 생채소 못지않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
③ 냉동식품이 가정의 식생활을 바꾸어 놓은 과정
과거의 냉동식품은 '어쩔 수 없이 먹는 비상식량'이나 '영양가 없는 가공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급속 냉동 기술의 발전은 바쁜 현대인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식재료를 일일이 씻고, 듬성듬성 다듬고, 남은 채소가 냉장고에서 썩어 버려지던 잔반의 스트레스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준 것이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귀가했을 때, 손질된 냉동 채소 한 손과 냉동 해산물 한 움큼을 팬에 털어 넣고 5분 만에 근사한 파스타나 볶음 요리를 완성할 수 있게 된 것. 그것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지친 일상 속에서도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간편하게 차려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준 셈이다.
장보기 전 기억해야 할 셰프의 실전 냉동 팁 3가지
- 포장지 속 '얼음 결정'이 많은 제품은 피하라
마트에서 냉동 채소나 봉지 만두를 고를 때 뭉쳐있거나 봉지 안에 눈꽃처럼 흰 얼음 결정이 가득한 것은 피해야 한다. 유통 과정에서 온도가 오르내리며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었다는 증거로, 식감과 풍미가 이미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싹 빼고 보관하자
먹다 남은 냉동 채소 봉지를 대충 집게로 집어 냉동실에 넣으면 냉동실의 건조한 공기와 만나 '냉동 탄화(Freezer Burn, 냉동 상해)'가 일어난다. 채소 표면이 하얗게 수분을 잃고 마르며 원인 모를 냉동실 잡내가 배게 된다. 남은 재료는 지퍼백에 넣고 공기를 완전히 빼낸 뒤 밀봉해야 한다.
- '냉동 완두콩'과 '냉동 블루베리'는 무조건 집어 들어라
셰프가 가장 추천하는 가성비 최고의 냉동 재료는 단연코 완두콩과 블루베리다. 완두콩은 밥을 지을 때 한 손 넣거나 수프, 카레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단맛이 일품이고, 냉동 블루베리는 생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항산화 성분) 흡수율이 더 높아지는 최고의 건강 재료다.
식탁 위의 수고로움을 다정하게 덜어내는 일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정성스러운 일이지만, 그 정성이 꼭 매번 모든 재료를 손수 다듬고 깎아야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냉동 식재료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한결 지혜롭고 여유롭게 가꾸는 현대인의 훌륭한 지혜다.
오늘 저녁 마트에 들른다면 냉동 매대에서 알록달록하게 손질된 냉동 채소 한 봉지를 기분 좋게 집어 들어보는 건 어떨까. 센 불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얼어있는 채소를 훌훌 털어 넣고 후추와 소금 한 꼬집으로 아삭하게 볶아내는 5분의 시간. 지친 하루의 끝에서 수고로움은 덜고 맛으로 꽉 채운 근사한 식탁이 완성될 것이다.
※ 필자소개: 호주에서 20년 넘게 서양식 주방을 지켜오고 있는 현직 셰프. 브리즈번의 'Rydges South Bank', 'Pig 'n' Whistle'을 거쳐 골드코스트의 'Palazzo Versace', 'Sheraton Grand Mirage', 그리고 현재 'The Star Gold Coast' 카지노 호텔에서 선임 수셰프(Senior Sous Chef)로 재직 중입니다. 브런치스토리 등 여러 매체에 음식 문화와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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