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향년 64세

강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은 음악을 통해 사회와 역사를 읽어온 대중음악평론가였다. 그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진학했다. 그러나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엔 영화계에 투신했다. ‘장산곶매’라는 독립영화집단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등을 만들었다. 상업 영화 ‘아담이 눈을 뜰 때’ ‘정글스토리’의 시나리오와 TV 드라마 ‘제3극장’의 극본도 썼다.
많은 대중은 그를 대중음악평론가로 기억한다. 후배의 부탁으로 가수 김현식에 대한 평론을 쓴 것을 계기로 대중음악평론가의 길을 걸었다. 그때 쓴 평론의 제목이 ‘김현식론: 통기타에서 블루노트까지’다. 고인은 동료들과 ‘예감’ ‘상상’ ‘리뷰’ 등 문화계간지를 만들었고, 홍익대·성공회대·단국대·성균관대 등에서 대중음악사를 20년간 가르쳤다. ‘자유’ ‘포크 30주년 기념 페스티벌’ 같은 콘서트와 ‘끝나지 않는 노래’ ‘천변살롱’ 등의 음악극도 만들었다.
고인은 자신의 자(字)를 ‘산만’, 호(號)를 ‘의박(의지박약)’이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여러 분야를 넘나든 인물이었다. 특유의 입담으로 ‘구라’의 대가로도 불렸다.
수십 년 글과 강의로 활동하면서도 단독 저서는 2015년에 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 2015)에선 일제강점기 가요부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음악사의 결정적 장면을 사회상과 엮어 풀어냈다.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이봄, 2016)은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대중문화의 형성과 변화를 짚어내려는 시도인데, 한국 대중문화사에 남을 책이다.
그는 42세 때 대동맥이 찢어져 23일간 혼수상태로 지내다 깨어나는 일을 겪고서 명리학을 공부했다. 2015년 『명리 : 운명을 읽다』(돌베개)라는 책도 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5대 회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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