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용 ‘가구당 270만원’ 들었는데…트럼프 “내가 돈 벌게 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가정이 평균 2000달러(약 270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 14일(현지시간) 나왔다. 특히 유가가 견인하는 물가 상승이 금리 인상과 이자 부담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가계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이날 애리조나주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3~4년 전 상황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기억하라”며 자신은 세금 부담을 덜고 경제를 번창하게 해 “미국인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줬다”고 주장했다.
가계 평균 270만원…매달 50달러 추가
CNN은 이날 무디스 애널리틱스를 인용해 이란전쟁으로 미국의 전체 소비자가 부담한 비용이 2650억 달러(약 358조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모든 미국의 가계가 평균 2000달러를 이미 추가로 부담했다는 의미다.

가계 부담의 절반 이상인 1100달러는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유가 상승으로 인해 발생했다. 무디스는 유가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가구당 평균 50달러씩의 부담이 계속 누적될 거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4달러다. 전쟁 직전(2.98달러)보다 45% 이상 올랐다. 올해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이 4달러를 넘은 날은 165일로,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휘발유 가격 4달러는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유가발 물가 상승…금리 부담으로 확대
특히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3.67달러)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70%가 넘는다. 경유 가격에 보험료와 차량 유지비까지 한꺼번에 오르면서 경유를 연료로 쓰는 운송업체 최소 16곳이 파산을 신청했다.

운송비 상승은 전체 시장 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항공유 가격의 상승으로 항공사들이 일부 저가 노선을 줄이고 수하물 요금과 항공권 가격을 올렸다. 항공료 상승폭 역시 23%가 넘는다.
유가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과 미국인들의 이자 비용 증가로 확대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3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4%까지 올랐다. 3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구당 추가 부담이 360달러에 달한다.
반면 지난달 임금 상승률은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의 부담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최소 451억 달러(약 61조원)가 든 것으로 추산되는 전쟁 비용도 결국 가계가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미 국방부(전쟁부)가 의회에 보고한 해당 비용엔 이란의 공격으로 파손된 중동 내 미군 시설의 복구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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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엔 ‘바이든 탓’ 전쟁엔 총살로 ‘물타기’
트럼프는 이날 애리조나주 불헤드시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물가 상황에 대한 언급을 줄였다. 대신 “선거에서 지면 면세 혜택을 모두 잃을 수 있다”며 자신의 세금 감면 조치를 강조한 뒤, “그들(민주당)은 그런 혜택을 전부 없애려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급진적 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번(바이든 행정부)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최고 에너지 가격, 최악의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물가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탓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주 로이터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8%는 물가 상승의 책임이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57%도 물가 상승이 급여 인상률보다 높다고 했다.
가계 부담의 원인인 이란전쟁과 관련해선 군사작전 과정에서 공습 시간 등의 정보가 유출돼 작전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보 유출자는 총살돼야 한다. 옛날에는 정보 유출자들을 총살하곤 했고, 내 눈엔 그들은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이 역시 전쟁의 장기화의 책임을 정보 유출과 이를 보도한 언론에 돌린 일종의 ‘물타기’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성인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100만명에 달하는 건강보험개혁법(ACA) 가입자에게 500달러를 환급하고, 2000만명이 넘는 메디케어 수혜자에게 9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재차 가계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해당 계획의 재원에 대한 구체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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