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떠날 때 못 판 국민연금…리밸런싱 유예로 원칙론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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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이 연초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리밸런싱(자산배분 재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결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연기금의 운용 원칙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지난 1월과 5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통해 국내 주식 비중 한도를 두 차례 상향했고, 리밸런싱 규칙은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이 리밸런싱 규칙을 유지한 점도 연금의 유예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유예가 당시 증시 전망에 부합한 결정이자,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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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ATM 비판에 김성주 이사장 "장기 투자" 반박
운용업계 "유예가 유리했어도 안 좋은 선례" 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국민연금기금이 연초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리밸런싱(자산배분 재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결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연기금의 운용 원칙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증시 급등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을 위한 통로 역할을 했다는 비판과 장기 투자자로서 잦은 매매는 적절치 않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단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리밸런싱 유예가 수익률에 유리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기존 운용 원칙을 변경했을 때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전일 국민연금공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의 올해 1월 리밸런싱 유예를 둘러싼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특히 연금의 리밸런싱 유예로 외국인은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파는 동안 연금과 개인 투자자는 고점에 평가손을 입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이 외국인 투자자의 'ATM' 노릇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89조9천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코스피가 한때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차익시현 매물이 대거 출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지난 1월과 5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통해 국내 주식 비중 한도를 두 차례 상향했고, 리밸런싱 규칙은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후 코스피가 고점 대비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의 평가이익은 축소됐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누적 운용익은 6월 말 283조천억 원에서 코스피가 급락한 7월 말 158조7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이 리밸런싱 규칙을 유지한 점도 연금의 유예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유예가 당시 증시 전망에 부합한 결정이자,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국감에 출석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금이 보유한 전체 국내 주식 자산을 고려하면 당시 리밸런싱을 통한 차익실현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확정해도 잔여 보유 자산의 평가이익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연금이 리밸런싱을 기존 규칙대로 유지할 경우 매 거래일 8천억 원 규모의 기계적인 매도로 시장에 충격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이자 또 국내에서는 대형 투자자에 속해 잦은 매매를 하지 않는다"며 "연금이 코스피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6%를 좀 넘는데, 일반 국민들은 연금이 한 60%~70%를 갖고 매일 사고파는 줄로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때는 (연금이) 증시 안정판을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어떠할 때는 주가를 좀 띄워 줘야 한다는 그런 상반된 요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공적연금(GPIF) 사례를 들어 연기금이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배분 비중을 조정한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 GPIF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자본시장 기업가치 제고에 맞춰 국내 채권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 비중을 13~14%에서 25%까지 대폭 높였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 성과를 단기 트레이딩 목적의 외국인 투자자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9000포인트까지 코스피가 올라가는 시점과 현재를 비교하면 당연히 마이너스겠지만, 저희의 비교 시점은 2025년 12월 말 대비 얼마나 오르고 내렸느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준을 놓고 여전히 다른 나라 연금에 비해서도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수익률로 리밸런싱 유예 결정을 바라보기보다, 연기금 운용 원칙이 변경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15일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금의 입장대로) 리밸런싱 유예가 수익적으로 더 좋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수익에 예민한 외국인 입장에서 매도를 받아낼 주체가 있다는 걸 (외국인이) 매매에 잘 이용했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연금의 수익률이 안 좋으면 지적을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리밸런싱 유예) 의사 결정을 각자 입장에서 두고 비판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정답이 없는 수익률로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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