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삶의 경험을 나눔으로 … ‘더기버스50’ 선정 마무리
5차 명단 공개 … 누적 50명 선정 완료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한 기부자 10명이 2026년도 ‘한국의 기부자들: The Givers 50’(이하 더기버스50) 5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명단에는 강태호·김민준·김민희·나윤철·박진영·정세랑·최은광·최혜연·최홍근·황동섭 등 10명이 선정됐다. 수십 년간 한결같이 후원을 이어오거나, 자신의 직업과 경험, 관심사를 기부로 연결하며 아동·환경·인권·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이다.
‘더기버스50’은 더버터가 주최하는 민간 주도 기부문화 확산 캠페인 ‘파이위크(Pie Week)’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매년 파이위크에 참여하는 비영리단체의 추천을 받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해온 기부자 50인을 선정해 소개한다.
선정 과정에서는 기부 금액보다 지속성, 태도, 스토리, 영향력,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눔을 이어왔는지, 어떤 가치와 경험을 기부로 연결했는지, 개인의 실천이 주변과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가 주요 기준이다.
이번 5차 명단까지 총 50명의 기부자가 공개됐으며, 지난해 선정자까지 누적 100명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명단은 더기버스50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진행되는 ‘2026 파이위크’에는 총 23개 비영리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구세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구조위원회, 국제앰네스티, 굿네이버스, 굿피플, 기아대책, 대한사회복지회,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랑의달팽이, 세이브더칠드런, 아름다운재단, 열매나눔재단, 월드비전, 초록우산, 컨선월드와이드, 플랜인터내셔널코리아, 한국해비타트, 함께하는사랑밭, 환경재단, 홀트아동복지회, IJM코리아(이상 단체명 가나다순) 등이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파이위크 캠페인에 동참한다.
“기부는 시민의 책임을 다하는 일”

강태호 기부자
2002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강태호 교수는 2005년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봉사나 1대1 아동 후원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그 경험을 일상적으로 나누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그에게도 기부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이후 환경재단을 비롯해 6곳의 환경·인권 분야 단체를 꾸준히 후원해왔다.
강 교수는 기부를 ‘시민으로서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 역시 여러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마쳤고, 그 과정이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사회에서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금이 몇몇 단체에 집중되기보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해 겪고 시작한 환경 후원

김민준 기부자
25년 전 군 제대 후 반지하에 살던 김민준 기부자는 큰 수해를 겪었다. 새벽에 집으로 밀려든 물을 6시간 넘게 퍼내며 환경 문제가 일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2009년 회사와 환경재단의 매칭그랜트 프로그램이 기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사업 종료로 회사 지원이 끝난 뒤에는 회사 몫까지 부담해 기부를 이어왔다. 현재 농작물 재해 손해평가사로 일하는 그는 장마와 가뭄, 태풍 같은 기후재해가 삶을 흔드는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17년째 후원을 실천하고 있다.
나눔의 범위는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32년간 그는 300회의 헌혈을 했다. 모교의 어려운 학생들도 지원한다. 김 기부자는 세 아이에게도 이런 삶의 태도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큰 재산보다 주변을 돕는 마음을 물려주는 게 작지만 큰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용돈 기부에서 의료 봉사까지

김민희 기부자
김민희 기부자에게 나눔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초등학생 때 용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대학생 때는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노숙인과 이주노동자에게 나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자녀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10년 넘게 교육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치과의사가 된 뒤에는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치료비도 사비로 보탰다. 2002년 캄보디아 나환자촌 의료봉사를 계기로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아프리카 식수사업과 난민 지원 등으로 나눔을 넓혔고, 2024년부터 국제구조위원회를 후원하고 있다. 김 후원자는 “거창한 나눔보다 작은 실천의 힘을 믿는다”며 “나의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일하고, 30년 나누다

나윤철 기부자
나윤철 기부자는 1995년 월드비전에 입사한 뒤 30년 동안 급여의 일부를 꾸준히 월드비전에 다시 기부해왔다. 처음에는 해외아동 결연으로 시작했지만,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사업의 변화를 가까이서 확인할수록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지금까지 식수위생, 긴급구호, 국내외 아동 지원 등 월드비전의 다양한 사업에 후원을 이어왔다.
그렇게 쌓인 누적 기부금은 1억4784만원. 현재는 부모님과 배우자의 이름으로도 해외아동 13명을 후원하고 있다. 직원으로서 모금과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개인 후원자로도 30년을 함께한 셈이다. 그에게 기부는 별도의 선행이라기보다 삶의 일부다. “평생 모금 일을 하다 보니 기부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당신을 돕는 누군가가 있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매년 10억, 아픈 아이들 치료비로

박진영 기부자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는 두 딸의 아빠가 된 뒤 아픈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아이가 아픈 것만으로도 힘든데 치료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부모들을 생각해서다. 2022년부터 그는 매년 사재 10억원씩 기부해 총 40억원을 내놓았고, 연말에도 10억원을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월드비전과 의료기관 등을 통해 국내 12개 병원과 해외 7개국 환아들에게 전달됐으며, 지금까지 최소 902명의 아이가 치료를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기부 사실을 알리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자신의 기부 소식을 접한 팬들이 나눔에 동참하는 것을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치료받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일도 이어가고 있다. 박 설립자는 “아이들을 만나면 제 딸들과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며 “기부금이 온전히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는 데 사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소설가가 무력감을 덜어내는 법

정세랑 기부자
베스트셀러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을 쓴 정세랑 작가는 경제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기부를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국제앰네스티를 정기 후원하고 있다. 소설 재료로 쓸 자료를 찾다 국제앰네스티의 활동보고서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인권 침해 현장을 기록하고 알리며 변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현재는 국제앰네스티 중·고액 후원회원 모임인 ‘가디언스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정 작가는 기부가 세상의 참담한 소식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덜어주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작은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다음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에게 소설과 기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난해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 보이지 않게 쌓이는 것들이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고액기부

최은광 기부자
최은광 기부자는 올해 태국 매솟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현지에서 만난 결연아동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에이치덱스(HDEX)’를 운영하는 그의 후원은 2023년 기아대책 선교사 지원으로 시작됐다.
선교사를 돕던 후원은 해외 아동의 배움과 자립을 지원하는 일로 이어졌다. 2024년 부르키나파소 중학교 건축비를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미얀마 난민학교 지원과 지진 긴급구호에 힘을 보탰다. 다음세대의 자립을 돕는 기아대책 ‘다음세대기금’에 참여하고 있다. 고액후원자 모임인 필란트로피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업의 자원도 나눔에 보탠다. 지난해 국내 산불 피해 이재민과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물품을 후원하기도 했다.
매년 ‘프로젝트 기부’ 실행합니다

최혜연 기부자
저축한 돈 1000만원을 어느날 갑자기 기부했다. 어린 자녀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주민들을 돕는 말라위 활동가의 사연을 듣고서다. 최혜연 기부자는 기아대책에 연락해 차량 지원 방법을 알아본 뒤 기부금을 선뜻 내놨다. 소식을 접한 지인들도 십시일반 보태면서 현지 활동가들이 사용할 차량을 마련했다.
한 대의 차량에서 출발한 나눔은 해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기아대책과 지원 지역·사업·모금 목표를 정하면 최씨가 먼저 기부하고 지인들에게 참여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6개 지역을 지원했다. 2023년 우간다 보건소 증축, 2024년 미얀마 보육원 태양광 설비 설치, 지난해 스리랑카 여아 보육원 시설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적은 액수라도 꼭 나눠보세요. 내가 번 돈으로 누군가의 삶이 나아지는 걸 보면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딸과 함께 이어온 ‘집짓기’ 나눔

최홍근 기부자
전기 관련 회사에서 공무 업무를 하는 최홍근 기부자는 집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행복을 이루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해비타트 후원도 돈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집을 짓는 현장에 참여해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는 22년째, 딸은 15년째 한국해비타트를 후원하고 있다. 딸이 열다섯 살이던 2010년에는 “스무 살이 되면 꼭 같이 집을 짓자”고 약속했다. 2015년 딸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약속을 지켰고, 이후 부녀는 연차까지 맞춰가며 건축봉사를 함께하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릇을 넘치게 가지면 결국 흘러가고, 모자라면 또 누군가가 채워주면서 살아가게 되죠. 그래서 제게 넘치는 것은 나누려고 합니다.”
칠순도 팔순도, 잔치 대신 기부를

황동섭 기부자
평생 축산업에 종사한 황동섭 기부자는 1996년부터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기부를 해왔다. 2008년부터는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아동과 다양한 사업을 후원하며 나눔의 폭을 넓혔다. 그는 은퇴 이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삶의 중요한 날도 나눔의 계기로 삼았다. 70세 때는 잔치를 여는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 기부를 했고, 80세 생일에는 받은 축하금 가운데 500만원을 구호단체와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 중 100만원은 르완다 우무쵸 지역의 학교 설립에 보탰다.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후원을 이어가는 그는 자녀와 손자들에게도 나누는 습관을 권한다. 황 기부자는 “오랫동안 실천해온 나눔이 다음 세대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은·문일요·박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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