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돌아왔는데 왜 불안할까…연상호·김현주의 ‘실낙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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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돌아왔지만 엄마는 낯선 얼굴 앞에서 불안해한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이 재회의 어긋난 감정에서 출발한다.
이날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연 감독은 "굉장히 악한 아들과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 어머니의 선택이 세 페이지에 쓰여 있었다"며 "그 심리가 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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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배현성, 낯선 모자의 거리감 표현
생성형 AI 단편 ‘실낙원-유니버스’로 세계관 확장…21일 개봉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돌아왔지만 엄마는 낯선 얼굴 앞에서 불안해한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이 재회의 어긋난 감정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기억 속 아들과 현실의 아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엄마를 통해 사랑한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모성을 들여다본다.
1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아들을 잃은 시간을 AI에 기대 견뎌온 소영에게, 훌쩍 성장한 선우의 등장은 자신이 믿고 살아온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 된다.

작품의 시작은 연 감독의 어머니가 연습장에 쓴 세 페이지였다. 글 쓰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시나리오는 한글만 알면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에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더니 다음 명절에 세 편의 이야기를 써놓으셨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그중 한 편을 구입해 영화의 이야기로 삼았다.
연 감독은 “굉장히 악한 아들과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 어머니의 선택이 세 페이지에 쓰여 있었다”며 “그 심리가 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를 100%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며 자신의 영화 작법에도 변화를 준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그 질문은 제목에도 담겼다. 연 감독은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낙원을 잃은 인간의 사색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고민하면서 쉽게 풀리지 않는 내면의 공간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김현주가 소영을 이해한 출발점 역시 아들을 잃은 뒤 멈춰버린 삶이었다. 그는 “바깥에서 보면 멀쩡해 보여도 이미 죽은 삶이나 다름없었다”며 “AI로 구현된 아이를 진짜라고 믿으며 현실을 부정해온 엄마에게 기억 속에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아들은 낯선 남자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봤다.
배현성은 그 낯섦을 말보다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그는 “엄마가 느끼는 묘한 공기를 만들려고 했다. 걸음걸이와 행동의 속도를 늦추고 눈빛에 집중했다”며 “거친 머리 모양과 주근깨 분장도 선우가 가족과 떨어져 보냈을 시간을 상상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두 배우 사이의 실제 거리감도 모자 관계를 만드는 조건이 됐다. 김현주는 “밀접한 관계를 표현하는 역할은 아니어서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친해졌다”고 말했다. 연 감독도 “이번에는 배우들을 각각 만났고 함께 모여 고사를 지내는 과정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촬영은 한 달 동안 14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김현주는 짧은 일정이 오히려 감정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촬영 사이의 시간이 길었다면 인물의 심리로 인해 더 힘들었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무게를 느낄 겨를 없이 몰입했다는 것이다.

장면마다 의도를 계산하기보다는 소영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을 따라갔다. 김현주는 “제가 느낀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우의 정체를 둘러싼 긴장과 함께 그를 바라보는 엄마의 감정을 관객이 믿게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던 셈이다.
‘얼굴’에 이어 저예산 작업을 선보이는 연 감독은 전작의 반응이 이번 영화를 만드는 용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한 작업을 ‘동아리 활동’에 빗대며 “마음 같아서는 1년에 한 번 하고 싶다”고도 했다.
영화를 둘러싼 실험은 별도로 공개한 단편 4부작 ‘실낙원-유니버스’로 이어졌다. 본편의 세계관을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확장한 시리즈로, 연 감독의 각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됐다.

그는 “AI는 보편성의 집합이라는 느낌”이라며 AI가 예술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보편성이 독창성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봤다. 이미 만들어진 사물을 새로운 맥락에 놓은 미술의 사례처럼, 생성형 AI 역시 창작자의 선택에 따라 독창성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연 감독이 기대하는 관객의 반응은 상영이 끝난 뒤의 대화다. 그는 “영화라는 매체의 궁극적인 엔터테인먼트는 영화가 끝난 순간부터 옆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실낙원’이 충분히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시간은 짧아도 농도는 짙은 영화”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실낙원’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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