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험가중자산 2113조원…내년 주담대 문턱 더 높아지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은행의 대출·투자 위험을 금액으로 환산한 '위험가중자산'이 올해 상반기 20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은행의 위험 평가 기준이 강화되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자본부담 확대도 추진되면서 은행이 대출 한도와 우대조건을 더 까다롭게 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대출과 투자 과정에서 부담하는 위험을 금액으로 계산한 것이다.
은행은 자체 평가방식으로 대출·투자 위험을 계산할 수 있지만 당국의 표준방식으로 산출한 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은 위험가중자산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위험 평가 강화에 은행 자본부담 확대
고위험 주담대 한도·우대조건 축소 가능성

국내 은행의 대출·투자 위험을 금액으로 환산한 ‘위험가중자산’이 올해 상반기 20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이 규모를 유지하면서 자본비율을 1%포인트 높이려면 약 21조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내년 은행의 위험 평가 기준이 강화되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자본부담 확대도 추진되면서 은행이 대출 한도와 우대조건을 더 까다롭게 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하나금융연구소의 ‘자본비율 1%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2113조원으로 집계됐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대출과 투자 과정에서 부담하는 위험을 금액으로 계산한 것이다. 같은 돈을 빌려줘도 차주의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 여력이 부족하면 더 큰 위험으로 평가한다. 보유자산의 가격 변동이나 전산장애·사기 등에 따른 위험까지 합산해 은행이 손실에 대비할 자본을 얼마나 갖춰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은행의 자본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손실을 먼저 떠안는 안전판이다. 위험가중자산이 커질수록 같은 수준의 안전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도 늘어난다. 2113조원이라는 규모는 자본비율을 조금만 높여도 은행권 전체로는 수십조원의 자본 관리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이 지표가 내년 대출시장의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위험 평가 기준이 한층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은행은 자체 평가방식으로 대출·투자 위험을 계산할 수 있지만 당국의 표준방식으로 산출한 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은 위험가중자산으로 반영해야 한다. 은행이 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지 못하도록 정한 최소 기준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비율은 올해 65%에서 내년 70%, 2028년부터 72.5%로 높아진다. 자체 계산액이 기준에 못 미치는 은행은 부족분을 위험가중자산에 더해야 한다. 대출 규모가 그대로여도 규제상 감당해야 할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할 자본도 더 필요해진다. 추가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새로운 대출에 활용할 여유가 줄어들 수 있다.
주담대는 별도의 자본부담 확대도 앞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위험 주담대의 범위를 넓혀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액 대출이면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은 유형, 고가 주택을 담보로 집값 대비 대출 비중이 높은 유형이 추가 대상이다. 은행별 주담대 비중 등을 반영해 자본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하는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이들 규제의 공통된 방향은 은행이 위험도가 높은 주담대를 취급할 때 더 많은 자본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이자수익을 얻더라도 필요한 자본이 늘어나면 은행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연구소는 은행이 이에 대응해 고위험 주담대 비중을 줄이고, 상환능력이 양호한 대출을 선별적으로 취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주에게는 한도와 우대조건의 차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소득에 비해 빚이 많거나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는 대출 한도가 줄고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 반면 부채가 적고 담보 여력이 충분한 차주는 한정된 가계대출 총량 안에서 상대적으로 우선 취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모든 차주의 금리를 한꺼번에 올리기보다 대출별 위험에 따라 조건을 다르게 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충족해도 은행의 자본 사정에 따라 실제 한도와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주담대 차주 역시 대출을 갈아타거나 추가 자금을 빌리는 경우,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강화된 심사 기조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소는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거나 주택 구입을 미룰 수 있다고 봤다. 비은행권을 이용하면 금리와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은행 자본규제 강화는 부실이 발생했을 때 예금자와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의 자본부담이 커지면 기업대출과 성장산업 투자로 자금을 옮길 유인도 높아진다. 연구소는 은행이 우량 기업대출과 보증부 중소기업대출, 성장산업 투자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은행별 대응은 확보한 자본 여유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여유가 충분한 은행과 추가 자본 확보가 필요한 은행의 대출 전략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규제 강화가 은행의 자금 공급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차주도 어느 은행에서 어떤 조건으로 빌릴 수 있는지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수요는 비은행권으로 이동하거나, 주택 구입 연기 및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은행권 이용 시 금리와 상환부담이 커질 우려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서울대도 뚫린 해킹, 6년간 28차례 피해… 연구성과 유출 위험
- [단독]코로나는 끝나도 빚은 여전…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 3년 새 3배 넘어
- 개 사육농장 10곳 중 9곳 문 닫았다…남은 사육견 7600마리
- ‘남편 살해’ 이은해, 유족연금 1300만원까지 챙겼다…환수 0원
- 수출 굴, 노로바이러스 검출돼 美서 6차례 전량폐기…관리 예산 미편성
- “여기가 바다?” 침수 피해 입은 美 캘리포니아 [포착]
- ‘탱크데이’ 여파 벗어났나…스타벅스, 5개월 만에 1위 탈환
- [단독] “하객 없어도 1200만원”…예식장 절반 밥값 올렸는데 손 놓은 공정위